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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쿨수 Jan 24. 2023

#50 2022.12.20

얼어 버린 마음에 찾아오는 단단한 온기 

외근을 다녀온 뒤 정신없이 일을 마치고 스스로 자초한 바쁜 생활을 이어갔다. 틈이 생겨 급하게 잡은 해외여행의 출국이 내일인데 미처 준비를 다 못했다. 뒤늦게 환전을 비롯해 이것저것 챙기고 차 수리 예약 등 일상을 마저 살아내고 늦은 밤 호수로 나섰다. 삶을 지탱하는 생계는 고맙고 소중하지만 인간적인 자유를 제한한다. 한때 타국의 오지를 다니는 게 일인 시절도 있었지만 평범한 직업을 지닌 채로 한 번 멀리 떠나는 게 얼마나 어려운지 새삼 느꼈다. 특히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처음으로 나가는 국외라 아직 실감이 안 난다. 그럼에도 기대 없던 날들에 다가온 여행과 뜻하지 않은 약속에 속절없이 설렌다.

겨를이 없던 하루를 마치고 그만큼 쌓인 열과 독을 삭이며 즐기는 산책은 참 소중하다. 한정된 공간에서 쳇바퀴처럼 살아가도 매일 머물지 않고 떠날 수 있게 돕는다. 덕분에 자연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며 방랑자의 감성을 지켜냈다. 하루, 한 주, 한 달만큼의 걸음이 어느덧 한 해에 다다라 멀게만 느껴지던 2023년이 어느덧 코앞이다. 깊어진 겨울만큼 꽤나 더 얼어 버린 호수를 보다가 문득 추운 일들로 꽁꽁 얼어붙은 내 마음도 조금 더 튼튼해졌다는 걸 깨달았다. 세상이 꽁꽁 얼릴수록 마음 한편은 마치 이글루처럼 단단한 온기로 따스워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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