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억으로 이어진 소중한 벗님들과의 산책
얼마 전 마침내 사랑이 형의 생 자체를 기리는 글을 썼는데 자꾸 눈물이 났다. 나의 생이 얼마큼 갔고, 남은지도 모르고 부모님의 노화와 먼저 떠난 반려견의 일생을 떠올리며 자꾸 서글퍼지는 요즈음이다. 그 슬픔에 지금의 행복이 익사하지 않도록 조심하곤 있지만 자꾸 묘해지는 기분만은 어쩔 수 없다. 자기애와 인류애를 많이 잃은 한 해였는데 헝클어진 마음을 회복할 길을 꾀해야 겠다. 문득 읽던 책에서 삶의 '권태'에 순응하고 수용하라는 문장을 보고 뜻밖의 위로와 응원을 얻었다. 평소보다 이른 시간 도서관에 책을 반납하고 호수에 갔다.
오늘도 눈이 와 온 세상이 하얗게 서려 있었다. 아름다운 풍경 속 미끄러운 함정이 여기저기 숨어 있었다. 보이지 않는 위험에 긴장을 늦출 수 없었지만 호숫가에 이르니 문득 또 호수가 선물한 순간들이 되살아났다. 하얀 겨울 속 사랑이와 설경을 구경하던 시간을 돌이켜 생각하며 얼어붙은 면적이 그새 더 넓어진 호수를 지났다. 날은 분명 쌀쌀한데 왠지 포근했고, 분명 혼자 걸었는데 외롭지 않았다. 나의 불완전함과 결핍을 채워주는 마음속 벗님들과 함께 추억으로 이어진 산책을 누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