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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쿨수 Feb 01. 2023

일본 여행 3일 차(2)_나고야에 오고야 말았다

여기가 일본의 대전 혹은 울산입니까?

오후 1시가 안 되어 나고야에 도착했다. 아이치현의 현청이 있는 현 내 최대 도시이자 일본에서 네 번째로 인구가 많은 대도시라고 한다. 열도의 동서에 각각 위치한 도쿄와 오사카라는 대표적인 메트로폴리스 사이에 위치한 지리적인 요충지이자 일본 중부 지역을 지칭하는 주부 지방의 중심지이기도 하다. 토요타 등 많은 토착 기업을 필두로 공업이 발달했지만 고장의 크기에 비해 관광지로서는 상대적으로 덜 알려져 있는 것 같다. 개인적으로 겨울 일본 여행을 계획하며 홋카이도에 가고 싶었지만 항공권이 수용하기 어려운 가격까지 올랐다. 안 가본 곳 중 도쿄도 궁금했지만 요즈음 한국 사람이 워낙 많다고 들어 해외여행 느낌이 덜한 것 같았다. 그렇게 고민 끝에 이곳에 오게 됐는데, 드디어 본격적인 나고야 여행이 시작됐다. 숙소인 스마일 호텔 나고야 신칸센구치부터 들렀다. 아직 체크인 시간은 아니라 짐만 맡겼다. 

우여곡절 끝에 트래블로그로 환전한 돈을 세븐일레븐에서 인출했다. 수수료 없이 현지 편의점에서 ATM으로 현지 화폐를 뽑을 수 있다니 참 좋은 세상이다. 쓰진 않았지만 네이버페이도 결제가 연동되는 곳들이 많다고 한다. 별생각 없이 환전한 3만 엔을 전액 인출했는데 만 엔 권, 약 십만 원 권으로 나왔다.

늦은 점심을 먹기 위해 조금 헤매다 메이테츠 백화점에 들어갔다. 참새가 방앗간을 그냥 지나치지 못하듯 츠타야 서점을 우연히 발견하고 조금 구경했다. 국내에 많은 대형 서점과 기업들이 벤치마킹한 것으로 한창 유명했던 공간이다. 나도 창업자 마스다 무네아키가 지은 책, '취향을 설계하는 곳, 츠타야', '지적자본론' 등을 읽으며 한동안 그의 '휴먼 스케일'론에 많은 감명을 받았다. 이곳에 온 진짜 이유는 백화점 9층에 위치한 야바톤에서 미소카츠를 먹기 위해서였다. 정작 식당은 줄이 너무 길어 그냥 다시 나왔다.

딱히 배가 고프진 않아 나고야 성부터 가기로 했다. 오늘을 위해 나고야 시내 대중교통 자유 이용권이라고 할 수 있는 쇼류도 원데이 패스를 준비했다. 하루 종일 무제한으로 시내버스와 전철을 탈 수 있다. 구글 지도로 검색한 경로 중 메이테츠 버스센터에서 버스를 타는 게 가장 가까워 조금 기다렸다가 탑승했다. 당당하게 내릴 때에야 깨달았는데 쇼류도 원데이 패스는 나고야 시영 버스, 전철에만 사용 가능하고 메이테츠 버스는 운영 주체가 달라 사용이 불가하다. 얼핏 그런 내용을 보긴 했는데 쇼류도 패스 3일권에는 '메이테츠'선 열차 탑승권이 포함되어 있어 헷갈렸다. 210엔을 멍청 비용으로 내고 묵직한 잔돈이 남았다. 

나고야 성에 도착해 쇼류도 원데이 패스의 혜택으로 입장권 구매 시 100엔 할인을 받고 400엔을 지불했다. 깊은 해자와 두꺼운 방벽, 공간의 전반적인 시퀀스가 이전에 다녀온 오사카 성을 떠올리게 했다.

맑은 하늘 아래 자리한 나고야 성은 아름다웠지만 성채 역시 오사카 성과 여러모로 비슷했다. 특히 천수각 입장이 불가해 아쉬웠다. 지금의 성은 1945년 공습으로 소실되었다가 1950년 재건된 것이라고 한다. 그래서 그런지 사실 오래된 건물 특유의 아우라는 덜했다. 다만 간토의 너구리라는 별명을 갖고 있는 도쿠가와 이에야스라는 인물에 대해 떠올릴 수 있는 곳이었고, 도심 속 한적함을 즐길 수 있었기에 나름 의미 있는 산책이었다.  

성 한 바퀴를 돌고 나온 뒤, 시내 주요 관광지를 도는 메구루 버스를 타려고 했다. 이 버스 노선 또한 쇼류도 원데이 패스로 탑승이 가능하다. 하지만 배차가 긴 편인데 떠나는 뒷모습을 봐 버렸다. 그냥 조금 걸어 근처에서 전철을 타기로 했다. 

걸음으로 느껴지는 잔잔한 도시 분위기가 왜 이곳을 일본의 대전이라고 부르기도 하는지 알게 했다. 나는 대전도 즐겁고 재밌는 도시라고 생각하기에 이 도시가 더 궁금해졌다. 시야쿠쇼역에 가 삼고초려(?) 끝에 마침내 쇼류도 원데 패스를 개시하며 전철에 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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