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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쿨수 Oct 01. 2024

짧은 귀양이 내게 준 감수성

#7 2022.03.18

어느 날 아침, 눈을 뜨니 입안이 구내염과 혓바늘로 전쟁터가 되어 있었다. 그날 어머니는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으셨고 나도 앞선 신속항원검사가 무색하게 확진자가 되었다. 많은 헤어짐이 그렇듯 급작스럽게 호수에 열흘쯤 갈 수 없었다. 격리 기간이 그렇게 긴 것도 아니었지만 새삼 깨닫는 것들이 많았다. 먼저 이번 감염은 나의 방심에 기인했을 가능성이 컸다. 그로 인해 노환으로 집에 모셨던 할머니는 다른 곳에서 지내시게 됐고, 가족들에게 이런저런 불안을 가져다주었다. 아무도 탓하지 않았지만 할머니의 외로움을 조금이나마 이해하고 얼마 되지 않아 또 다른 고독감을 드린 것 같아 죄송했다. 불행 중 다행으로 회사에서 코로나 유급휴가를 받았지만 급작스러운 상황인 만큼 사실상 재택근무와 다를 바 없었다. 내심 불만을 품었지만 자영업을 하는 동생 앞에 이런 생각이 얼마나 교만이고 사치인지 뒤늦게 알았다. 아픈 덕에 밝아진 잠귀로는 오랜만에 이른 새벽 발걸음을 재촉하는 아버지의 출근 소리를 들었다. 세월 속의 풍화를 근면으로 견디는 가풍을 되새기며 묵혀둔 책을 읽고 업무를 쳐내다 보니 금방 격리 기간이 지났다. 혹시 몰라 조금 더 조심을 하다가 거의 보름 만에 호수를 찾았다.

오랜만에 나왔음에도 밖은 아직 생각보다 쌀쌀했다. 그럼에도 보고프던 호수 곁을 걷는 일이 마냥 반갑고 행복했다. 짧은 귀양 덕에 감수성이 높아진 것 같다. 일상 속 행복뿐 아니라 소상공인, 우크라이나를 비롯해 지금 여러 어려움을 겪고 있는 이들에 대한 미안함과 부채감도 수면 위에 떠올랐다. 위선에 그칠지 모르지만 진심으로 역병이 아니라 봄다운 봄이 전염될 수 있기를 바란다. 이런저런 생각을 뒤로하고 집에 와 청하는 잠이 잘 오질 않는 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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