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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쿨수 Mar 15. 2022

#9 2022.03.05

때늦은 겨울잠과 꿈에서 만난 별

지난달 내내 몸살이 이어지더니 3월과 함께 20대 언젠가부터 자취를 감췄던 알레르기 비염이 호되게 찾아왔다. 어렵게 쌓아올린 건강은 너무 쉽게 허물어진다. 두통, 근육통, 인후통이 심해져 혹시나 하는 마음에 한 번 더 신속항원검사를 받았지만 역시나 음성이었다. 비실거리다 만물이 깬다는 경칩이 되어서야 이러면 안되겠다 싶어 산책을 나섰다. 거의 보름 만에 찾은 호수는 완전히 녹아 있었다. 그 마땅한 일이 큰 감동으로 다가왔다. 자연스러운 것만큼 높은 경지도 드물다.

아픈 와중에 꺼림칙한 꿈을 많이 꿨는데 오늘 새벽엔 무지개다리를 건넌 별이가 오랜만에 나타났다. 개의 형상으로 찾아와 가족이자 형제, 친구, 스승이 되어주었던 존재는 무른 맘으로 삶이 버거워질 때면 항상 힘이 되어주었다. 짧은 한생을 마치고 육체의 속박을 벗어던진 뒤에도 가끔 이렇게나마 여전한 나를 응원해 준다. 하루를 마치고 산책 중에 올려다본 하늘의 별들이 간직함으로 존재하는 별이를 떠올리게 했다. 괜히 호수에 반짝이는 것들을 유심히 바라보며 집으로 향했다. 몸이 계속 가라앉아 힘들지만 떠올라야 할 때에 자연스럽게 이뤄질 걸 안다. 지금 내게 필요한 게 때늦은 겨울잠이라면 기꺼이 따라야겠다. 봄은 노력한다고 오지 않으며, 애쓰지 않아도 올 테니...*

#7 2022.02.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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