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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쿨수 Apr 04. 2022

#11 2022.03.23

잎눈과 꽃눈에 담긴 동적인 생명력

코로나19의 후유증인지 몸이 쉽게 지친다. 자꾸 감기는 눈을 달래 간신히 운동을 마치고 산책을 나섰다. 발걸음은 무겁지만 적당히 서늘한 공기가 상쾌했다. 숨에서 탄산수 같은 청량감을 느끼며 아주 오랜만에 조금 달려도 본다. 

잔잔한 호수는 거울처럼 만물을 비춘다. 달이 보이지 않는 하늘이 맑고 밝았다. 눈을 돌려 사계절 내내 지켜온 상록수의 초록을 봄이 돼서야 들여다본다. 헐벗고 추위를 견뎌낸 겨울나무는 잎눈인지 꽃눈인지 모를 것들로 풍경에 온기를 더하고 있었다. 무심히 스쳐 지나가는 동안 숲은 치열하게 살아냈다. 나무의 생명력은 겉으로는 정적이나 알고 보면 그 어떤 생물 못지않게 동적이다. 오랜만에 산책로에서 마주한 길고양이가 시선과 걸음에 동력을 더한다. 너나없이 아직까지 살아 있어 다행이다. 새삼 감내할 수 있는 일과 혼자 걷는 자유처럼, 지금 누리는 나름의 행복들이 너무 감사했다. 다신 돌아오지 않을 이때의 인연에 최선을 다해야겠다는 다짐을 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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