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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쿨수 Jul 22. 2022

#26 2022.07.07

불법 낚시가 일깨워 준 수오지심

이번 주부터 마침내 재택근무가 공식적으로 끝났다. 북적이는 사무실이 새삼스레 어색하지만 금방 또 익숙해질 걸 안다. 하반기를 시작하며 부쩍 많아진 일은 조금 벅찼지만 내가 맡고 싶던 일들이 있어 감사했다. 이직한 뒤 외롭게 억울하거나 지칠 때도 있었지만 어쨌든 버텨내 여기까지 왔다. 이곳에서 얼마큼의 시간이 더 허락될지, 삶이 또 어떻게 어디로 흘러갈지 모르지만 일단 당분간 몹시 바쁠 것 같다. 일상이 고되고 무더운 날에는 퇴근하고도 한낮의 열기가 쉬이 가시질 않는다. 그럴 때 밤 산책은 즉효가 있다. 애정하는 헤르쯔아날로그의 노래 '여름밤'에도 '무더웠던 나의 하루를 어루만져 주는 여름밤'이란 가사가 나온다. 이어지던 비가 잠시 멎은 틈을 타 들뜬 마음으로 그새 집 앞에 완성된 목교를 지나쳐 호수로 나섰다.

비가 오락가락 내려 날은 습하지만 인적이 드물어 좋았다. 호숫가에 보는 바람은 정말 시원했다. 그러다 덱이 끊기는 지점에서 불법 낚시하는 그림자를 발견했다. 오가는 사람이 드문 늦은 밤의 호숫가에는 불법 낚시를 즐기는 사람들이 왕왕 나타난다. 편협한 마음일지 모르나 그런 모습을 보면 '수오지심'이란 단어가 떠오른다. 굳이 구석진 곳에 숨어 위법으로 손맛을 얻는 행위가 이해되지 않는다. 위선일지 모르나 알량한 정의감으로 관할 단체에 확인하니 한 달에 한 번 정도 불시 탐문을 하고 상습 낚시 지역에 현수막을 부착한다고 하더라. 미리 받아둔 또 다른 방법은 그 밤엔 작동하지 않았다. 사실상 법의 사각지대가 허용한 거나 다름없기에 불법 낚시꾼들을 보면 목젖까지 차오른 말들을 참고 지긋하게 쳐다보며 지나쳐 가곤 한다. 이번엔 때마침 잡힌 물고기 한 마리가 펄떡 거리는 걸 마주해 더 속상했다. 위선과 위악 사이에서 외면한 뒤, 왠지 모를 찝찝함과 부끄러움은 나의 몫이다. 돌아오는 길 마주한 두꺼비 형에게 떳떳할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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