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스타그램 하루 1억 장의 거리
인스타그램에는 하루 약 1억 장에 가까운
사진이 업로드된다고 한다.
그중 몇 장은 오늘 내가 올린 사진일 것이다.
그리고 나는 또 누군가의 사진 몇 장을
밟듯이 지나쳐 나왔을 것이다.
처음 이 숫자를 들었을 때,
나는 양으로 이해하려 하지 않았다.
대신 거리로 생각해 보았다.
4x6 사진을 긴 변으로 이어 붙이면
한 장은 약 15센티미터 남짓.
그것을 1억 장 늘어놓으면
약 15,000킬로미터에 이른다.
서울에서 뉴욕까지 가고도 남는 거리다.
하루 동안 올라오는 사진의 길이다.
하루 1억 장.
그건 내가 평생 찍을 사진의 총량이 아니라,
오늘 하루 내가 절대 다 닿을 수 없는 거리다.
문제는 그 1억 장을 다 보지 못한다는 데 있지 않다.
애초에 다 볼 수는 없다.
문제는 그중 단 한 장도 다시 보지 않는 데 있다.
생성, 노출, 그리고 미열람
사진은 만들어진다.
매일, 쉬지 않고.
그중 일부는 잠깐 피드 위로 떠오른다.
좋아요를 받고, 댓글을 받고, 사라진다.
그리고 대부분은 스크롤 아래로 밀려난다.
인포그래픽에서 말하는 세 단계—
생성, 노출, 미열람.
나는 이 구조를 보면서
몇 달 전 찍어두고 한 번도 열어보지 않은 사진이
내 휴대폰 안에 얼마나 많은지 생각해 본다.
나는 생산자이면서 동시에 통과자다.
찍고, 올리고, 지나친다.
남의 사진을 보러 들어갔다가
내 사진을 흘려보내고 나온다.
우리는 기억보다 ‘증거’를 남긴다
루브르에서 모나리자 앞에 선 사람들을 떠올린다.
얼굴은 그림을 향해 있지만, 손은 화면을 켠다.
작품을 보러 왔다기보다
작품 앞에서 나를 남기러 온 것처럼 보인다.
나는 그 장면을 비난하지 않는다.
나 역시 같은 시대를 살고 같은 도구를 쓰니까.
다만 분명해진 것은 하나다.
사진은 더 이상 기억만을 위해 존재하지 않는다.
사진은 기억했다는 증거로 더 많이 쓰인다.
증거는 빠를수록 좋고,
보기 쉬울수록 좋고,
공유되기 쉬울수록 좋다.
그 순간부터 사진은 얇아지고, 빨라지고, 많아진다.
보지 않은 사진은 사라진 것과 다르지 않다
사진은 찍히는 순간 두 갈래로 흐른다.
보여주기 위해 찍힌 사진.
남겨두기 위해 찍힌 사진.
둘은 비슷해 보이지만 수명은 다르다.
보여주기 위한 사진은 오늘을 목표로 한다.
남겨두기 위한 사진은 내일을 목표로 한다.
그런데 내일은 생각보다 자주 오지 않는다.
삭제하지 않아도,
다시 열리지 않으면 사진은 조용히 멈춘다.
파일로는 남지만, 경험으로는 사라진다.
나는 그 바다에서 무엇을 할 수 있을까
이 시대의 문제는 사진이 많아서가 아니라
사진이 너무 빨리 지나가서다.
우리는 이미지를 깊이 보는 법보다
빠르게 넘기는 법을 먼저 배웠다.
하루 1억 장을 모두 볼 수는 없다.
볼 필요도 없다.
하지만 질문은 남는다.
그 중에서
나는 무엇을 다시 볼 것인가.
오늘 찍은 사진 중
내일도 열어볼 것 같은 사진이 몇 장인지
잠시 멈춰 생각해 본다.
사진은 찍는 순간보다
다시 보는 순간에 살아난다.
이미지의 바다를 이기는 방법은
더 많이 찍는 것이 아니라
다시 보는 습관에 있다.
1억 장이라는 거대한 숫자 앞에서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많지 않다.
그러나 단 한 장을
다시 보게 만드는 일은
아직 내 몫으로 남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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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스타그램의 역설: 더 많이 보여줄수록, 덜 남는다
참고 자료
① WordStream – Instagram Statistics
(하루 약 95 million posts 공유 언급)
https://www.wordstream.com/blog/ws/2017/04/20/instagram-statistics
② Omnicore – Instagram by the Numbers
(Instagram daily uploads 관련 통계 정리)
https://www.omnicoreagency.com/instagram-statistics/
③ Statista – Instagram Daily Active Users & Usage Data
(플랫폼 규모 및 일일 활동량 참고용)
https://www.statista.com/topics/1882/instagra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