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의 바다 5화

인증샷 — 나는 거기 있었다

by 이영남

루브르 박물관 이야기를 다시 꺼내본다.

모나리자 앞에 선 사람들. 그림을

보는 게 아니라 폰을 들고 있는 사람들.
15초 보고, 3분 찍는다.

처음엔 이상하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오래 보니 이상한 장면이 아니었다.
그게 지금 사진의 방식이었다.

그들은 모나리자를 찍은 게 아니었다.
자신이 모나리자 앞에 있었다는

사실을 찍고 있었다.


이 장면은 관광지에서만 일어나는 일이 아니다.

서울의 한 골목. 광고 모델 사진 앞에 선 사람.
몸을 살짝 비틀고, 턱을 올리고, 살짝 웃는다.
반대편 사람은 화면을 들여다본다.

카페와 상점은 찍기 좋은 조명과 벽을 준비해 둔다.

장소는 더 이상 배경이 아니다.
무대가 된다.



인증샷이라는 말이 언제부터 생겼는지

정확히는 모른다.
하지만 지금은 설명 없이 이해된다.

나는 거기 있었다.
나는 그것을 먹었다.

나는 그곳에 올랐다.


기록이라면 저장으로 끝났을 것이다.
인증은 반드시 보여진다.
올라가고, 공유되고, 확인된다.

보여질 때 비로소 어떤 과정이 완성된다.

보여지지 않은 경험은 —
어딘가 덜 끝난 것처럼 느껴지는 시대가 됐다.



나는 이것을 비판하려는 게 아니다.

솔직히 나도 찍는다.
빛이 좋은 골목, 오래된 벽, 사라져가는 간판.
그리고 가끔은 올린다.
누군가 봐주었으면 하는

마음이 없다고 하면 거짓말이다.


그 마음은 이해한다.

혼자 본 것을 함께 보고 싶은 마음.
감동을 나누고 싶은 마음.
사진은 원래 거기서 출발했다.


다만 방향이 조금 달라졌을 뿐이다.



인증샷에는 두 가지가 섞여 있다.


하나는 경험의 기록이다.
그 순간이 좋았고, 남기고 싶다는 마음.


다른 하나는 위치의 표시다.
나는 이런 곳에 갔고,

이런 경험을 했다는 신호.


두 번째가 강해질수록,
사진은 경험을 위한 것이 아니라
경험을 소비하는 방식이 된다.

음식이 나오면 수저보다 폰이 먼저 올라간다.
이 장면이 더 이상 낯설지 않은 이유는

그게 이미 우리의 일상이 되었기 때문이다.



인증샷이 만든 변화가 하나 있다.

공간이 사진을 위해 설계되기 시작했다.
찍기 좋은 벽, 찍기 좋은 조명,

찍기 좋은 자리.


경험의 공간이 촬영의 공간으로 바뀌었다.

사람들은 그 무대 위에 선다.
자세를 고르고, 표정을 취하고, 각도를 고른다.
그리고 버튼이 눌러진다.

연기라고 말할 수도 있다.
하지만 우리는 원래 타인 앞에서 역할을 한다.
다만 지금은 그 무대가 끝이 없을 뿐이다.



가끔은 찍지 않고 걷는다.
올리지 않는다.
그냥 본다.


이상하게도 그런 날의 기억이 더 오래 남는다.

사진이 없어서인지,
기억이 더 열심히 일해서인지는 모른다.
다만 증명하지 않은 순간들이
내 안에 더 조용히 자리 잡고 있다는 건 안다.



인증샷은 사라지지 않을 것이다.
이건 이미 시대의 방식이다.


다만 가끔은 이런 생각을 한다.

경험은 찍기 전에 이미 일어난다.
그런데 우리는 종종 그 순서를 바꿔 놓는다.


카메라를 들기 전의 몇 초 —
눈으로 보고, 숨을 쉬고, 발로 서 있는 그 순간이
사진보다 먼저이고, 어쩌면 더 오래 남는다.



다음 화에서는 한 걸음 더 안쪽으로 들어간다.
배경이 아니라 얼굴이 주인공이 되는 순간.
인증은 이제 장면이 아니라, 나 자신을 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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