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화 - Mayfair, 화려함의 본향
Hyde Park Corner를 사이에 두고 공기가 달라진다.
Knightsbridge의 부가 안쪽에 머물렀다면,
Mayfair의 부는 거리 위에 세워져 있다.
그 중심에 뉴본드 스트리트가 있다.
세계에서 가장 비싼 리테일 거리로 자주 언급되는 곳.
플래그십 스토어가 늘어서고, 하늘엔 배너가 걸리고,
블랙캡이 그 사이를 가로지른다.
그런데 큰 간판은 없다.
이름만 있다.
뉴본드 스트리트: 층위를 쌓는 방식
이 거리를 여러 번 걷게 된 건 사진 때문이었다.
쇼윈도마다 다른 방식으로 시선을 잡아 끈다.
Delvaux 매장 유리 안에는 가방이 두세 개뿐이다.
대신 로코코 장식의 프레임이 화면을 채운다.
진열보다 틀이 더 강조된다.
어떤 창에는 가방 대신 색면 작품이 걸려 있다.
이 거리에서는 물건과 예술의 경계가 느슨해진다.
Cartier 매장 앞에는 클래식 카가 세워져 있다.
빨간 어닝과 금색 기둥, 반복되는 로고.
차조차 그 리듬에 맞춰 놓인 듯하다.
이 거리의 브랜드는 긴 설명을 붙이지 않는다.
건물 외관이 곧 광고다.
반복과 절제가 말을 대신한다.
화려함은 소리를 높이지 않는다.
층위를 쌓는다.
뉴본드 스트리트에서 피카딜리 방향으로 몇 걸음.
골목 하나를 지나면 벌링턴 아케이드가 열린다.
거리의 시간이 달라진다.
벌링턴 아케이드: 태도를 보존하는 통로
1819년에 만들어진 통로.
입구에는 Beadle(비들, 관리 안내원)이 선다.
검은 망토와 중절모. 지금도 매일 출근한다.
규칙은 적혀 있지 않다.
뛰지 말 것, 소음 금지, 사진 제한.
Beadle의 존재가 곧 규칙이다.
뉴본드 스트리트의 화려함이 시각적이라면,
이 통로의 화려함은 태도에 있다.
안쪽에는 구두닦이 서비스가 있다.
의자에 앉아 구두를 내밀고,
누군가는 그것을 닦는다.
쇼윈도에는 현대적 설치 작품이 걸려 있다.
오래된 서비스와 현재의 예술이 같은
통로 안에 공존한다.
여기서 소비는 빠르지 않다.
기다리고, 관리되고, 속도가 줄어든다.
관리의 통로
시계 쇼윈도 앞에 한 사람이 구경하고 있다.
옆에 있는 빨간 조끼의 직원은 청소 중이다.
구경하는 쪽과 관리하는 쪽 모두, 집중 모드.
뉴본드 스트리트의 쇼윈도도,
이 아케이드의 유리도
항상 닦여 있는 것이 디폴트이다.
Mayfair의 화려함은 저절로 유지되지 않는다.
매일 닦이고, 교체되고, 정렬된다.
그 관리가 이 거리 화려함의 기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