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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예쁜손 Jul 20. 2023

2. 새로운 가족, 드디어 딸들이 생겼다.

예쁜손의 재혼이야기


 소개팅으로 만난 지 보름 만에 프러포즈를 받았다. 젊은 청년들의 거창하고 달콤한 사랑의 언어는 아니지만 그 이상 내 견고한 마음을 울린 한마디가 나의 마음을 허물어트렸다. "은경 씨 보다 내가 오래 살게요. 당신을 마지막까지 잘 챙겨 보내주고 그다음에 나도 곧 따라갈게요." 하고 진지하게 말하는 그가 한없이 듬직하게 보였다. 그 이후 그와 나는 미래를 꿈꾸었고 뜨겁지는 않지만 처음 느껴보는 안정감 있는 신뢰의 사랑이 시작되었다.

 믿음이 있는 사람, 스치듯 뱉은 말조차도 언어의 무게를 알고 지킬 수 있는 사람. 나와 많이 다르지만 끝을 보는 방향은 똑같이 한 지점을 바라보니 그냥 내 반쪽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고 재혼은 일사천리로 진행되었다.

 우연의 일치일까... 둘 다 이혼한 지 10년이란 세월이 흘렀고 자기의 부족함-이혼의 책임이 자기의 모든 잘못이라고 고백하는 진솔함이-을 고백하는 그 모습에 내 마음이 움직였다. 흔히들 말하는 이상형과는 거리가 멀지만, 처음 만난 날에 자신의 지난날의 과오를 내게 가감 없이 이야기하는 모습에 내 마음은 서서히 열렸다.


 매섭게 추운 겨울날 만나 따뜻한 봄을 거쳐 장미 넝쿨이 흐드러지게 핀 오월을 지나 막 여름의 더위가 시작되는 6월 중순. 우리는 새로운 가족으로 결합되었다.



 아침부터 분주하다 서울에서 남편의 사업장 경기로 새로운 둥지를 틀었지만 일주일에 삼일은 서울에 있는 교회에 가서 예배를 드리고 성가 연습을 하는 우리는 오늘 교회 행사로 평소보다 일찍 서둘렀다. 점심은 새로 생긴 예쁜 막내딸이 교회로 와 같이 점심을 먹기로 한 날이다. 아들만 하나 있는 내가 평소 딸들 엄마를 부러워했는데, 재혼으로 아이들이 셋이 늘었다. 산고의 고통 없이, 키우면서 속앓이 한 번 경험하지 않고 다 성장한 아이들을 새로 확장한 가족 관계 속에 자연스레 부모 자식 간의 인연을 맺었으니 난 참 축복받은 사람이다.


 너무도 큰 이 행운에 마음속으로 조심스럽게 다짐한다. 밝고 곱게 키워준 생모한테 고마움을 느끼며 혹시라도 아이들이 불편할까 내 쪽에서 먼저 나를 아줌마라 지칭했다. 감히 이 예쁘고 귀한 애들의 엄마 역할보다는 편한 이웃집 아줌마나 이모처럼 편하게 수다 떨 수 있는 친근한 존재만으로도 난 감사하다. 형식적인 호칭보다는 진정 마음을 주고받는 관계야말로 내가 지향하는 새로운 가족관계의 목표다. 욕심부리지 말고 천천히... 대신 진정성 있는 마음을 주고받는다면 사람은 영적인 존재이기에 당연히 상대에게도 진심이 통하리라고 믿는다.


 아들에게도 남편이 아버지 역할을 묵묵히 감당하듯 나도 새로 얻은 세 아이들에게 든든한 내편이 되어주고 싶다.



 엘리베이터 문이 열리고 눈이 동그란 막내딸이 점점 내 앞으로 다가온다. 반가워 손을 잡고 가볍게 포옹하며 반겼다. 워낙 미모가 뛰어난 아이지만 막내 특유의 구김살 없는 밝음과 상냥한 미소가 매력적인 내 딸이다. 오늘따라 남편이랑 결혼하길 잘했다는 생각이 더 크게 들었다. 남편과 재혼하지 않았다면 이 귀한 모녀의 인연은 없었을 것이다.

 고기를 좋아하는 딸을 위해 오늘은 점심부터 갈빗살을 먹으러 고깃집으로 갔다. 먹는 모습도 예쁜 천생 여자 애교쟁이 딸이 자랑스러워 안 먹어도 배가 부른다. 피자, 파스타를 싫어하는 남편이니 이태리 음식도 좋아한다는 막내와 따로 식사를 언제 한번 해야겠다. 폭염주의보가 내려 무더운 날씨임에도 가슴속엔 시원한 푸른 바람이 분다.

 

 식사 후 볼 일을 보러 간 남편을 대신해 딸과 오붓하게 내 단골 카페 꿈꾸다에서 차담을 나눈다. 25세의 막내와 57세 여인들의 공통점은 거의 없지만 아빠와 만나게 된 히스토리와 아빠한테 느끼는 내 감정을 진솔하게 표현한다. 세대차이도 진정성 앞에는 아무런 장애가 안된다고 믿는 나이기에 내가 딸과 대화하며 즐거움을 느끼듯 딸도 내게 있는 편안함과 딸에 대한 호감을 느꼈기를 바랄 뿐이다.



 언제나 그렇듯 이야기 중간중간 내가 가장 좋아하는 카페의 정원을 창을 통해 바라본다. 참 좋다. 이 고요한 풍경과 새로 얻은 딸과 교감할 수 있음이 감사하다. 가방 안에서 막내가 아빠에게 드릴 체리를 꺼내 놓는다. 농담을 전한다. "아줌마도 같이 먹어도 되지?" 하니 딸이 그럼요 하며 꽃같이 웃는다. 투명하고 강렬한 태양이 나와 그녀를 흐뭇하게 본다. 잘 익어가는 여름날이다.


 아쉬운 시간이 빠르게 곤두박질치고 주차장으로 딸을 배웅하며 다시 포옹을 한다. 다음에 다시 만날 날을 고대하며 안녕이라고 인사를 한다. 예쁜 그녀가 멀어져 간다...


 생각해 보면 감사한 일로 넘쳐난다. 작년 이맘 때라면 상상도 못 한 일이, 새로운 인생이 펼쳐졌다. 부족한 사람이지만 진심과 사랑은 통한다고 믿는다.

 물론 재혼은 힘든 과정이란 것을 간과할 만큼 난 어리석지 않다. 맑은 날보다는 흐리고 비 오는 날이 삶에서 더 많다는 것쯤은 당연히 알고 있다. 행복할 때 기도하고 불행할 때는 더 오래 기도하고 상대도 부족하고 연약한 인간임을 측은하게 여긴다면 힘든 날이 오더라도 이겨내기 좀 수월하지 않을까...


사랑해, 여보야~~ 언제나 좋은 이름 엄마. 내게 세 아이들을 안겨줘서 고마워요. 아무리 모진 비바람이 쳐도 잡은 손 놓지 말아요. 당신도 그래줄 거죠?

사랑해요. 당신이 나의 파랑새였음을 고백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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