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을 바라보는 물리학
"똑똑"
"누구십니까?"
"통계물리학 입니다."
"아...통계와 물리학의 만남 입니까? 이름 조차 생소하군요. 저는 아직 준비가 되어 있지 않습니다. 심지어 제가 엄마 뱃속에 있을 때, 의사샘이 이녀석은 자라서 문과인이 될 겁니다라고 했다는 소문이 저희 동네에 파다..."
"잠깐, 걱정 하지 마십쇼! 이 책은 절대로 그 쪽(?)으로 어렵지 않습니다. 물리 공식을 몰라도 볼수 있어요."
잠시, 내 등 뒤에 서있는 책장 칸막이에서 거들떠 보기 조차 외면 받은 수 많은 수학과 과학 관련 대중서적들의 존재를 의식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들도 시작은 같았으니까.
하지만, 이번에는 좀 다를 것 같았다. 저자인 김범준 교수의 강의를 이곳 저곳 웹 마실돌이 할때 봤고, 보고 난 이후에는 뭔가 핵심에 와 닿는 기분 좋은 느낌을 받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시작했다.
통계물리학이라 함은 물리학의 한 분야로 많은 입자로 구성된 시스템(복잡계)을 연구하는 학문이다. 통계물리학자들은 특수성에서 총체성을, 즉 구체적인 시스템 하나 하나를 넘어 그들을 가로지르는 보편적인 질서를 파악한다. 통계물리학이 중요한 이유는 미시적인 정보로는 이해할 수 없는 현상을 정보들 간의 상호작용을 분석하면 설명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한다.
책의 제목 "관계의 과학"은 통계물리학의 지향점을 그런 의미에서 잘 담지 않았나 싶다.
책의 구성은 크게 연결, 관계, 시선, 흐름, 미래 라는 이름으로 장이 구성되어 있다.
각각의 장에서는 통계물리학의 중요한 개념과 키워드들을 우리들이 매일 마주치며 고민하게 만드는 정치, 경제, 사회, 문화 등의 사례들을 가져와서 누구나 이해하기 쉽게 풀어내고 있다.
예를 들어, 물질이 온도, 압력, 외부 자기장 등 일정한 외적 조건에 따라 한 상(phase)에서 다른 상으로 바뀌는 물리 현상인 '상전이' (Phase transition)를 비폭력 시민 저항 운동이 성공하는 순간에 대한 통계적 접근으로 풀어 낸다던지, '창발'(Emergence) 개념을 통해 인간 보다 효율적이고 합리적으로 조직을 운영하는 개미 집단의 이야기는 수학공식 포비아의 어깨를 토닥이는 것 같았다. "거 봐 아무것도 아니지?"
특히, 촛불 광장 민심의 정량적 측정에 대한 다양한 실험과 우주 암흑물질(暗黑物質)의 비유는 물리학 덕후의 품격까지 느껴지게 만들었다. 뉴턴의 등장(F=ma)과 함께 유행한 결정론적 세계관이 양자역학, 비선형 운동, 카오스이론 등으로 시간과 미래의 변화된 정의를 설명하는 5장 미래는 내 이해의 한계 속에서 품을 수 있을 것 같은 뭔지 모를 '알' 같았다. 물론 이게 병아리라도 낳을 수 있는 달걀인지, 그냥 돌멩이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세상 속 이야기를 통계물리학의 관점과 개념으로 살짝 덧씌워서 해석하는 재미를 저자 특유의 자상함과 친근함으로 쉽게 전달해주는 책이다.
다만, 공식과 보편적 개념 그리고 상식이 통하지 않는 현실의 복잡함은 물리학 세계의 복잡함과 또 다른 '복잡함의 결'이라는 생각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