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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석카피 Oct 21. 2020

카피라이터도 그림을 봅니다

feat. 레퍼런스 지옥

기획 분들이 클라이언트의 오티를 받고 브리프를 만들어 가져온다. 기획 OT(orientation)다. OT를 받으면 카피라이터와 아트디렉터들은 클라이언트의 문제 해결을 위해 아이데이션에 돌입한다. 카피는 글로써 답을 찾고 아트는 답이 될 수 있는 그림을 찾는다. 답이 될 수 있는 키(key)를 각각 키 카피(key copy)와 키 비주얼(key visual)이라 하니, 저마다 정답을 여는 주 무기(key)가 있는 셈이다.



올림푸스 광고의 키카피와 듀렉스 광고의 키비주얼. 듀렉스 광고는 말썽쟁이 아이를 낳기 싫으면(....) 콘돔 잘 쓰라는 의미다




하지만 아트도 카피를 쓰고 카피도 비주얼을 찾는다. 카피들은 보통 레퍼런스 찾는 미션을 수행하며 비주얼 아이데이션의 세계에 입문하게 되는데, 처음 그림을 찾으라는 임무를 받으면 막막하기 이루 말할 데가 없다. 비주얼 코드에 대한 이해도 부족하고 레퍼런스를 검색하려 해도 어떤 사이트에서 무슨 키워드를 넣어야 하는지 모르는 경우도 많다. 사실 광고를 준비하는 학생들은 우수한 광고 사례들을 보며 공부하지만 비주얼 코드보단 키 아이디어에 집중하는 경우가 많다. 때문에 카피 신입들이 컨셉과 카피를 뒷받침할만한 비주얼 레퍼런스를 찾아야 한다거나, 아예 비주얼로만 승부를 거는 캠페인에 돌입하게 되면 좌충우돌 헤매다 회의실에서 덧없이 산화하는 경우가 잦다.


비주얼의 세계는 깊고 방대하다. 광고에 한정한다 해도 실사인지 합성인지 드로잉인지 3D인지 톤은 광고적인지 아트적인지 영화적인지, 카메라 앵글은 로우 하이 부감 원경 틸트 패닝 등 알아야 할 것이 많다. 여기에 콜라주, 로토스코핑, 좌우대칭, 다분할, 리와인드, 롱테이크, 스톱모션 등의 기법적인 요소까지.. 공부 없이 배운다면 긴 시간 동안 거하게 털리면서 체득하는 과정을 겪어야 한다. (같은 시간을 들여 찾아온 아트 팀원분들의 현란한 서커스를 보며 자괴감이 드는 것은 덤.)


메시지는 문장에만 담기는 것이 아니라
비주얼에도 담긴다


카피라이터로서 서글픈 이야기지만 현대 광고에 힘을 발휘하는 것은 글보다 그림일 가능성이 높다. 때문에 카피들도 전달하고자 하는 메시지를 비주얼에 적절히 담을 수 있도록 부단히 노력해야 한다. 그래야 차후 직장인과 리더, 혹은 관리자로서의 역할이 커지는 CD(creative director)가 되어서도 팀 내 아트디렉터 및 외부 디자이너들과 원활히 소통할 수 있게 된다.




개인적으로는 학생 시절에 직접 컨셉을 잡고 콘티를 짜고 그대로 촬영하여 편집해본 경험들이 나중에 큰 자산이 되었다. 또 광고가 아니더라도 괜찮다 싶은 비주얼이 담긴 레퍼런스를 어떤 형태로든 모아놓는 것이 도움이 된다. 회의실에서 머릿속으로 구상할 때 퍼즐을 맞춰주기도 하고 회의를 준비할 때 비주얼을 찾아보는 시간을 줄여준다. 심지어 회의 시간에 임박해 아무것도 없을 경우 꼬불쳐 놓은 레퍼런스가 면피용 보루가 되어주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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