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 한 달 살기 1
물론 계기는 있었다. 그 계기를 받아들이고, 뉴욕 한 달 살기를 휴식과 발전으로 만들기로 했다. 돈이나 쓰고, 공짜로 보낼 생각 없다.
지금 나는 인천 공항 근처 호텔에 있다.
내일, 9월 13일 아침 인천에서 뉴욕으로 출발하여, 같은 날 오전 11시에 뉴욕에 도착할 것이다. 그리고, 10월 15일 시애틀에서 출발하여, 16일 오후 4시에 인천에 도착한다.
갑자기 결정된 일이라 대한항공은 표가 마땅치 않았고, 아시아나를 타면서 이코노미 좌석의 스마티움을 18만 원 더 주고 예약했다.
“그 좌석이면 비즈니스 부럽지 않던데?”
하는 말을 먼저 탄 여동생에게 들었기 때문이다.
뉴욕에서는 맨해튼의 여동생 집에 내내 묵을 예정이다. 보스턴 여행이 예정되어 있고, 귀국 길에는 포틀랜드에 사는 아들 집에 들를 것이다.
나는 뉴욕에서 많은 것을 보고 들었고, 겪었다. 911의 현장 목격자였고, 그 테러는 내 인생의 방향을 바꾸어 놓기도 했다. 그 이후 잠시 뉴욕에 여행 갔지만, 이번에는 제대로 나 혼자 가고 싶은 곳에 가고, 나 하고 싶은 대로 지낼 것이다. 지금 나에게는 그런 시간이 꼭 필요하다. 많은 감상이 오간다. 22년 만에 다시 제대로 뉴욕을 보고 들으러 간다. 부디 내가 너무 감상적으로만 되지 않기를 바란다.
이주 동안 준비하느라 정말 정신없이 바빴다.
더위가 여전했지만, 이제 더 이상 참을 수 없게 된 정원의 풀을 매일 뽑아서 깨끗하게 만드느라 땀깨나 흘렸다.
마누라의 외출 길이를 짐작하게 하는 곰국을 끓여 냉동실에 넣고, 갖가지 국과 반찬들을 부탁하고 주문했다.
학생들 수업을 조절하고 정리했다.
숨 쉴 틈 없이 일한 이주일이 지나고, 나는 이제 집을 떠났다.
뉴욕에 한달살이를 간다니, 주위에 부러워하는 분이 많았다. 그런 걸 내가 하러 가는 것이다. 이런 시간이 올 줄 몰랐다. 말을 꺼내자 흔쾌하게 허락해 준 남편의 이해와 경제적 지원 덕이다. 그래서 나의 가을을 찬란하게 보내 볼 생각이다. 모든 계획은 세워 두었지만 그러면서도 살며시 겁도 난다. 오랜 시간 한 남자의 아내로 보호와 보살핌을 받으며 사는 삶에 익숙해졌기 때문이다. 당장 오늘 예상보다 커진 짐을 혼자 끌고 제주에서 인천까지 오면서 녹초가 되었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 나는 다시 내 집과 생활이 큰 의미가 될 거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