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는 날 ㅋㅋㅋ
어젯밤 더위 때문에 잠을 설친 탓인지 늦잠을 잤다.
일어나자마자 일상의 루틴처럼 얼마 전 사온 꽃화분에 물을 주기 위해 발코니 문을 열고 나갔는데,
훅! 하고 코끝으로 들어오는 뜨거운 공기.
물기 먹은 뜨뜻한 바람이 살갗에 축축하게 닿는다.
꽃을 주려고 쭈그려 앉으니 어제 그 뜨거운 땡볕 때문인가? 꽃잎들이 다 타들어갔다.
날씨가 왜 이런 건지...
미지근한 물 한 컵과 책 한 권 그리고 휴대폰을 들고 자리에 앉았다.
휴대폰 열림창에 June24, ST. John Baptist Day라고 뜬다.
휴일이어 서그런가? 아파트 전체가 조용하다.
발코니 건너편 집 화장실에도 불이 꺼져있고, 이 더운 날 에어컨 가동소리도 들리지 않는다.
매년 6월 24일이면 퀘벡주를 포함한 캐나다 프랑스어권 지역은 뜨거운 축제의 열기로 들썩인다.
바로 성 세례자 요한 축일(구글번역기에 나오는 명칭 -St. Jean Baptiste Day) 때문이다. 1834년부터 이어져 온 이 유서 깊은 축제는 단순히 성인을 기리는 날을 넘어, 프랑스계 캐나다인들의 정체성과 자부심을 상징하는 특별한 날이 되었다.
그렇다면 성 세례자 요한(St. Jean Baptiste)은 어떻게 프랑스계 캐나다의 수호성인이 된 것일까?
정확한 이유는 아직 베일에 싸여 있지만, 흥미로운 전설 하나가 전해져 내려오는데, 때는 1834년, 언론인이자 열렬한 애국자였던 루제 뒤베르네(Ludger Duvernay)가 프랑스계 캐나다인들을 위한 민족 협회를 세우려던 시기였다. 이때, 놀랍게도 당시 프랑스계 캐나다인들 중에 '장 바티스트( Jean Batiste)'라는 이름을 가진 사람들이 유난히 많았다고 한다. 이들이 뒤베르네( Duvernay)에게 자신들의 이름인 '장 바티스트(Jean Batiste)'를 협회 이름으로 채택해 달라고 설득했다는 이야기가 있다. 그 설득에 마음이 움직였던 걸까? 뒤베르네( Duvernay)는 결국 '성 세례자 요한 협회(St Jean Baptiste Association (St Jean Baptiste Society from 1914 on)'라는 이름을 선택했고, 이 협회는 단풍잎과 비버를 상징으로 삼으며 프랑스계 캐나다인(French-Canadians)들의 정신적 지주가 되었다.
그리고 마침내 1834년 6월 24일, 성 세례자 요한 축일(St. Jean Baptiste Day)의 첫 번째 막이 올랐다. 몬트리올에서 열린 성대한 만찬에는 아일랜드, 미국, 캐나다 등 다양한 배경을 가진 60명의 손님들이 초대되었고, 그날 밤의 열기는 대단했었다. 많은 이들이 애국심이 듬뿍 담긴 노래들을 불렀고, 특히 훗날 캐나다 건국의 아버지 중 한 명이 되는 조지-에티엔 카르티에(George-Étienne Cartier)는
'오 캐나다! 나의 조국! 나의 사랑!'
O Canada! Our home and native land!
을 열창하며 모두의 마음을 울렸다.
이후 성 세례자 요한 축제(St. Jean Baptiste Day)는 매년 성대하게 열리며 점차 그 규모를 키워나갔다.
퀘벡을 넘어 아카디아(1880년), 온타리오의 프랑스어권 지역, 캐나다 서부, 심지어 미국에까지 그 축제의 물결이 퍼져나갔다. 물론 순탄하기만 한 역사는 아니었다. 1838년부터 1842년까지는 정치적인 혼란으로 인해, 그리고 2020년부터 2022년까지는 COVID 19으로 축제가 잠시 중단되기도 했지만, 어려움 속에서도 이 축제는 굳건히 명맥을 이어왔다.
오늘날 성 세례자 요한 축일(St. Jean Baptiste Day)은 단순히 휴일을 넘어선 프랑스계 캐나다인들이 함께 모여 자신들의 언어, 문화, 그리고 역사에 대한 자부심을 확인하고, 다음 세대에게 물려줄 소중한 유산을 기념하는 의미를 지닌다.
여러분도 기회가 된다면, 몬트리올을 비롯한 캐나다 프랑스어권 지역에서 이 뜨거운 축제의 현장을 직접 경험해 보길 바란다.
몬트리올에서는 오후 2시에 퍼레이드가 시작되며, 이어서 Parc Maisonneuve(메종뇌브 공원)에서 로베르 샤를부아(Robert Charlebois)와 사라 뒤푸르(Sara Dufour) 등 아티스트들이 참여하는 저녁 콘서트가 열릴 예정이며, 특별히 올해의 축제는 질 브뇨(Gilles Vigneault)의 작품으로, 종종 퀘벡주의 비공식 국가(province’s unofficial anthem)인 ‘주민들이여(Gens du pays)’라는 노래의 첫 공연 50주년을 기념하는 해로 더욱 의미가 깊다.
https://www.youtube.com/watch?v=zEIXKhnwPFE
체감온도가 45도까지 올라간다는 기상청의 보도가 있어 퍼레이드를 보는 것은 포기하고, 에어컨디션이 잘 나오는 영화관으로 피서를 갔다.
요즘 핫 하다는 톰크루즈가 29년 동안 주연으로 나온 미션임파서블8을 보러 갔다.
휴일이라 사람들이 많으면 어쩐다 걱정을 했는데 생각보다 한산하다.
모두들 이 더위에 캠핑으로, 리조트로 교외로 나갔는지 도심은 조용하다.
불꽃놀이도 있었지만, 이 더위에 나갈 용기가 없어 그냥 집으로 돌아오는 것으로
2025년 셍 존 뱁티스트 데이(St. Jean Baptiste Day)를 마무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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