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한 선물
"엄마, 아빠 이번 주 주중 저녁시간에 비는 날이 언제예요?"
항상 스케줄이 바쁜 아들이 묻는다.
가족들과 시간을 보내기 위해 자신의 시간표를 짜면서 가족의 근황을 자주 묻는 편이라 아무 의심 없이
"금요일 저녁은 괜찮을 것 같아"라고 남편이 대답을 했다.
그리고 우린 그땐 몰랐다.
아들이 태양 서커스 (Cirque du Soleil) 공연티켓을 예매했다는 사실을
한국은 5월 8일이 어버이날로 정해서 아버지 어머니의 자녀 양육에 대해 감사의 날로 정해져 있지만, 캐나다와 미국을 포함한 북미에서는 5월 둘째 주를 어머니의 날( Mother's Day)로 6월 셋째 주는 아버지의 날(Father's Day)로 따로 정해 놓고 축하를 한다.
올해 아버지 날(Father's Day)은 6월 15일로 친아버지뿐만 아니라 장인, 위탁부모, 양아버지 보호자 그리고 가까운 친족들 중에도 아버지 같은 존재들에게 감사를 표현하는 날로 정해져 있다.
20여 년 가까이 캐나다에 살면서 태양서커스단(Cirque du Soleil)의 화려한 광고 포스터는 많이 보았지만, 공연을 직접 본 적은 없었는데 아들의 깜짝 선물로 공연을 보게 되었다.
매년 올드 몬트리올에 커다란 텐트를 치고 공연을 하는데 올해의 테마는 루지아 (Luzia)이다.
루지아(Luzia)는 멕시코의 풍부한 문화와 자연을 주제로 한 작품으로 이 쇼의 제목은 빛 (Luz)과 비(Lluvia)를 의미하며, 이 두 요소가 공연의 핵심적인 상징과 테마로 사용된다.
공연을 보러 가는 날은 비(Lluvia)가 내렸는데, 이렇게 궂은 날씨에도 우리처럼 공연을 보러 온 사람들이 많았다.
멀리서 태양서커스단의 상징적인 공연 텐트 (Grand Chapiteau)가 보인다.
좌석수가 2,600석 이상이며, 전체 설치기간은 텐트 매점 VIP텐트, 리허설 공간을 포함해 8일이 걸린다고 한다.
텐트의 높이는 19m이고, 지름은 51m이다.
텐트를 고정하기 위한 말뚝이 550개 사용되었으며, 부지 면적이 4,500 제곱미터이니
가히 그 크기가 어머어마하다.
텐트 내부에 들어서니 각종 기념품을 파는 판매대와 음식과 마실 것을 파는 카페, 그리고 테마를 주제로 액티비티를 할 수 있는 공간과 화려한 광고들이 상영되는 전광판도 있었고, 공연 입장을 기다리면서 이야기를 나눌 공간도 마련되어 있었다.
이제 공연 시간을 15분 앞두고 문이 열리고 실내로 들어갔다.
텐트 안은 어떻게 생겼는지 늘 궁금했다.
생각보다 사람들은 케쥬얼 하게 옷을 입고, 와인 한 잔씩을 매점에서 사 와서는 지정된 좌석에 앉았다.
우리에게 지정된 좌석은 뒤편에 위치해 있었고, 우리 줄에는 사람들이 거이 앉지를 않아서 아주 쾌적하게
공연을 관람했다.
관객들이 지정석을 찾느라 분주한 상태에서 벌써 무대에서는 배우들이 나와서는 인트로를 자연스럽게 시작했다. 관객들 사이를 왔다 갔다 하며, 관객들에게 인사를 나누는 배우들의 모습이 퍽이나 인상 깊었다.
잠시 후 불이 꺼지고 음악도 바뀌면서 본격적인 공연이 시작되었다.
루지아(Luzia)는 한 여행자가 낙하산을 타고 꿈같은 멕시코의 땅에 도착하면서 시작된다.
그는 마리골드 꽃밭과 거대한 금속 열쇠를 발견하고, 그 열쇠를 돌리며 신비로운 여정을 떠나게 되는데,
이 여행은 멕시코의 전통과 현대 문화, 자연과 신화를 탐험하는 과정을 담고 있다.
공연은 매우 시각적이고 감각적인 요소를 통해 나를 몰입시키며, 현실과 꿈의 경계를 넘나드는 경험을
선사했다.
특히 루지아의 음악은 멕시코의 전통 음악과 현대적인 전자 음악을 결합하여 독특한 사운드를 만들어내며,
무대 디자인은 멕시코의 자연과 건축을 모티프로 하여, 관객이 꿈같은 멕시코의 풍경 속으로 빠져들 수 있도록 구성되었다.
루지아는 멕시코의 문화와 자연을 현대적인 감각으로 재해석한 작품으로, 멕시코의 문화의 일부가 된 축구를 소개하는 장면으로 두 곡예사가 발, 무릎, 발바닥, 목으로 공을 떨어뜨리지 않고 다루는 놀라운 기술을 선보였고, 물에 빠지며 몸을 비트는 곡예사나, 우스꽝스러운 구조대원 연기는 모두가 빵 터지는 코믹한 장면 연출로 관객들의 웃음을 자아냈다.
천재적인 기계공학적 요소들을 소품에도 적용하여 거대한 마리오네트 말과 재규어는 마치 살아있는 것처럼 그 움직임이 자연스러웠다.
기계를 좋아하시는 관객이라면 그 구조와 움직임에 감탄하게 될 것이다.
루지아(Luzia)가 갖는 주요한 특징은 무대에서 물을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첫 번째 순회공연이었다는 점이다. '비 커튼' 효과를 통해 물이 무대 위로 떨어지며 다양한 시각적 이미지를 만들어내며, 이 효과는 약 100,000 리터의 물을 사용하고, 무대 바닥에 설치된 94,657개의 구멍을 통해 물이 배수되는데, 무대에 남아 있는 물들을 배우들이 나와서 자연스럽게 밀대로 밀어내는 모습조차도 공연의 한 부분처럼 보였다.
시르 휠((Cyr Wheel), 손으로만 균형을 잡는 공중 곡예, 믿기 힘든 유연성의 곡예사 등…
남편과 나는 그저 입을 벌리고 바라보게 되었다.
그 외에도 거대한 재규어 인형, 반짝이는 숲, 공중 스쿠버 다이빙, 갑작스러운 비와 햇살 가득한 사막까지…
상상력을 자극하는 환상적인 스토리텔링이었다.
루지아는 또한 문화와 역사적 깊이를 보여주는 공연이었다.
예를 들면, 고대 멕시코 의식인 ‘파판틀라 플라이어’를 모티브로 한 기둥 춤은
역사와 예술을 동시에 경험할 수 있는 완벽한 Edu-tainment였고, 역사에 관심 있는 아이들에게 최고의 시청각 교육이 될 것이다.
루지아(LUZIA) 공연의 주제는 ‘변화, 경이, 기쁨’으로 보는 내내 진심으로 행복한 기분을 느꼈다.
어린시절 동네를 떠 돌았던 서커스단과는 차원이 다른 무대였다.
그때의 서커스단의 공연은 즐거운 추억이었다.
모든 공연자들이 함께 무대에서 춤을 추며 마무리하는 피날레는
나도 자리에서 일어나 함께 춤추고 싶어질 정도였다. (진짜로요!)
특별히 한 남성 배우가 몸을 천천히 움직이는 모습은 경이로움을 넘어 온몸에 전율이 느껴졌다.
인간의 몸이 저렇게 움직일 수 있다니...
관절 하나하나가 접히고 꺾여지는 인체의 매카니즘이 아름다운 예술로 승화된듯 했다.
온 몸에 소름 끼친다.
파더스 데이에 받은 가장 특별한 선물 –
무대 위에선 사람들이 날고, 음악은 마음을 울렸다.
그 순간, 나는 일상이라는 중력을 잊었다.
상상력, 창조성, 감동의 세계를 연결하였던 공연을 뒤로하고 현실의 세계로 복귀했다.
양고기로 유명한 레스토랑 모다비( Modavi)로 향했다.
비가 내리는 올드 몬트리올은 '비 내리는 수채화' 같다는 생각을 한다.
낭만적이다.
애피타이저로 먹은 베이즐페스토로 버무려진 달팽이 요리
어니언 수프와 해물파스타
그리고 양갈비
서커스 티켓은 단순한 선물이 아니었다.
그건 가족의 따뜻함으로 나를 이끈 마법 같은 통로였으며, 영원히 잊지 못할 추억이 되었다.
아들의 특별한 배려로 행복하게 보낸 파더스데이(Father's Day)
아니, 어버이날!
태양서커스단(Cirque du Soleil)에 관한 간단한 설명:
캐나다 퀘벡 출신의 세계적인 공연 예술 그룹으로
1984년에 설립되어 전 세계 6 대륙 86개국에서 4억 명 이상의 관객을 감동시켰다.
전통 서커스와는 달리 스토리텔링, 무용, 음악, 곡예, 연극을 결합한 독특한 공연을 선보이며,
동물 공연 대신 인간의 몸과 창의력을 극대화한 예술성 높은 무대를 중심으로 하는 것이 특징이다.
전 세계적으로 투어를 다니며, 매번 화려한 무대 연출과 혁신적인 퍼포먼스로 큰 인기를 얻고 있고,
대표작으로는 <오>, <카>, <퀴담> 등이 있으며, 관객에게 신비롭고 환상적인 경험을 제공한다.
1200명의 아티스트를 포함해 4,000명 이상의 직원을 보유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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