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스토니아
꾸릿꾸릿한 회색빛 하늘이 결국엔 품고 있던 물주머니를 터뜨리듯 쑤~아~악 소낙비를 내렸어요. 우산을 가져오길 정말 잘했다 생각이 드네요.
사실 이렇게 비가 내리는 날 산책을 나가는 것을 나는 좀 더 좋아해요.
빗소리를 들을 수 있어서 그렇기도 하고, 비 오는 날은 산에 사람이 거의 없기 때문이죠.
그래서 혼자 사색하기에 더 없이 좋은 시간인 것 같아요.
홀로 이 산 전체를 소유한 느낌이랄까.
오늘은 비버레이크에 물안개가 피어오르는 것도 보았어요.
아무도 없는 호수를 걷다 보니 서로 외면한 채 서 있는 왜가리 한쌍을 보았어요.
섣불리 왜가리들이 서 있는 모습을 보고 감정이입이나, 내 마음대로 해석은 하지 않으려고요.
비가 시원하게 쏟아지는 걸 보면서 에스토니아 여행이 생각났어요. 비가 너무 많이 내려 여행을 제대로 못하고, 그때 북유럽의 여행지 중 마지막 여행지라서 그랬는지 긴장도 풀리고 여독이 쌓여서 몸살이 나서 제대로 여행을 못했었는데 하루종일 숙소에서 빗소리를 들으며 잠시 쉬어가는 시간을 가졌었지요.
에스토니아 장인이 한 땀 한 땀 빚어낸 핸드메이드 에스프레소 잔. 그 색감이 화려하고 찬란하다 느껴져요.
에스토니아는 북유럽의 작은 나라로, 발트해(Baltic Sea)의 동쪽 해안에 위치해 있며, 동쪽으로는 러시아(Russia), 남쪽으로는 라트비아(Latvia)와 국경을 맞대고 있어요. 수도인 탈린은 잘 보존된 중세 구시가지로 유명하며,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UNESCO World Heritage)에 등재되어 있고요. 에스토니아는 1991년에 구 소련(the Soviet Union)으로부터 독립한 신생국가로 현재는 유럽연합(European Union), 나토(NATO), 그리고 쉥겐조양(Schengen Area)의 회원국이랍니다. 이 나라는 디지털 사회로 잘 알려져 있으며, 전자 정부(e-governance)와 전자 영주권( e-residency) 프로그램을 선도하고 있으며. 인구는 약 130만 명이며, 공용어는 에스토니아어(Estonian)를 사용하고 있고요. 에스토니아는 음악, 민속 자연에 깊은 뿌리를 둔 풍부한 문화유산에 자부심이 크지요.
호수 위로 내리는 빗방울 모양 보이세요? 오랜만에 보는 동그라미들, 이런 것들을 볼 때마다 '좀 더 멋있는 표현이 있을 텐데, 여기에 딱 맞는 단어들이 있을 텐데 ' 하며 나의 글쓰기 재능에 한계를 느낍니다.
오리들이 오늘은 만찬을 즐깁니다. 어찌나 바삐 움직이는지 우산 잡으랴 카메라로 찍으랴 저도 당달아 바빠집니다.
비 오는 날 수채화 같은 풍경은 마음에 담고 집으로 내려가는 익숙한 길.. 이 집은 저의 드림하우스예요.
여행은 낯설고 새로운 길을 가는 설렘으로 즐겁다면, 일상은 익숙한 길을 걸어가는 편안함이 있어 좋은 것 같아요.
늦여름 비인지? 초가을 비라고 해야 할지 모르겠지만, 이제 곧 새로운 계절이 오겠지요.
새로운 길을 찾는 여행중에 있으시든, 익숙한 일상을 보내고 계시든
글을 읽으시는 모든 분들이 있는 자리에서 행복한 시간 보내시길 바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