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여행 갈 수 있을까? 1
D-5
새벽 6시
창 밖은 아직 어둠이 채 가시질 않았다.
아침 공기도 제법 쌀살하고,
이제 딸아이의 도시락을 싸 주는 것도 3일밖에 안 남았다.
딸아이의 영국 유학길을 핑계 삼아 가족 모두 여행길에 오르기 5일 전
우리 가족은 여행준비로 분주했고, 마음은 한껏 들떠있었는데, 그런 우리의 기분에 찬물을 끼었는 항공사로부터의 이메일이 왔다.
파일럿 노조가 월급인상을 목적으로 파업이 있을 예정이란다.
2주간의 파업농성을 할 예정이니 이 기간에 여행을 하거나 비행기 편을 이용하는 고객들에게 비행기 표를 무료로 바꿀 수 있거나 리펀드(Refund)를 해 주겠다는 내용이다.
비행기표 컨디션에 따라 change fee가 붙을 수도 있다는 조건이 있었는데 나의 비행기표는 가장 싼 비행기표라 리펀드를 받을 경우 항공사 비행기 이용료는 돌려받지 못하고, 나머지 세금과 공항료 이용 비용만 돌려받을 수 있는 조건이었다. 총비용의 2/3 가 날아갈 형편이었다.
그뿐 아니라 숙소와 여행기간 동안에 둘러볼 박물관들과 기타 장소들을 미리 예약해 두었고, 이동수단인 기차표도 미리 표를 사 두었기에 이 모든 비용이 날아갈 것을 생각하니 머리가 멈추는 것 같다.
하필이면 파업 시작이 우리가 출발하는 날짜다.
이런 낭패가 있나? 분노 게이지가 위험 수위를 올라간다. 그렇다고 화만 내고 있을 수는 없는 상황.
고민이 된다.
그들이 제시한 다른 옵션은 나의 비행기표를 크레디트로 남겨 놓으면 총비용을 고스란히 다음 비행에 쓸 수 있다는 것이었다.
결국 새로운 항공사의 비행기 표를 구매해야 한다.
어찌할까?
하루를 기다리고 고민하다가 딸의 퇴근 후 밤 11시에 우린 새로운 항공사의 비행기 편을 알아보기로 했고, 가족들이 4개의 랩탑 컴퓨터를 열고 서치를 시작했다.
조금 불편한 공항에 도착하지만, 출발 시간도 비슷하고 가격도 거의 같은 가격대의 비행기 편을 발견했는데 아뿔싸 좌석이 1개 남았단다.
빠르게 컴퓨터 자판을 두들겨서 겨우 자리를 확보했다.
그리고 문제는 원래 항공사의 나의 비행기표를 취소하는 일이었다.
항공사가 직접 보낸 이메일에 들어가 링크를 클릭하고 들어가서 취소를 선택하고 순조롭게 신청서를 작성하고 마지막 나의 크레디트를 돌려받을 수 있는 과정에서 나의 크레디트 카드 정보를 기입하라고 해서 했는데,
어머! 그 크레디트카드가 만기가 되어 정보 입력이 되지 않았다.
새 카드를 발급받았지만, 카드사의 실수로 전 카드와 새로운 카드가 연동이 되지 않아서 정보 오류가 났다.
이럴 때 설상가상 이란 말을 써야 되는 건가!
결국 고객서비스로 전화를 하라는 메시지가 나와서 알려주 전화번호로 전화를 걸어보았다. 분명 24시간 열려 있다고 했는데 전화기 속 기계 안내양은 파일럿들의 파업으로 인해 생기게 된 불편함에 대해 안내 방송과 죄송하다는 메시지를 남기고 강제로 끊어버려 날이 밝으면 전화를 걸어야겠다 결정하고 컴퓨터를 닫아야 했다.
다음날 아침,
아침에 해야 할 일들을 서둘러 마치고 오전 9:30쯤 전화를 걸었다. 예상대로 기계음이 안내 방송을 하고, 거기에 맞게 필요한 정보들을 입력하고 나니 문의 전화가 많아서 대기 시간이 1시간 정도 걸린다고 하면서, 옵션을 주었다. 하나는 계속 기다리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고객센터가 콜 백( Call Back)을 해주겠다는 것이다.
잠시 생각하다가 아무래도 오늘 이 일을 끝내야겠다는 생각에 나는 기다리겠다는 응답으로 1번을 눌렀다. 그리고 바로 대기 음악이 흘러나왔다.
그렇게 기다리기를 5 시간!
오후 2:30쯤에 음악이 끊기고 마침내 휴먼(Human)의 목소리가 전화기 저 끝에서 들렸다.
난 한걸음에 달려가 전화기에 대고 헬로! 헬로!(Hello)를 외쳤다.
나는 나의 사정 이야기를 하고 나의 비행기표를 크레디트로 돌려받고 싶다고 요청했다. 고객센터 에에전트는 내 문의를 접수하고는 바로 일을 처리해 주고 이메일로 모든 정보를 곧바로 보내주었다. 그 일을 처리하는 데 걸린 시간은 고작 5분이었다.
나는 남 편 것도 해 주기를 요청했으나, 그녀는 처음에는 안된다고 했다. 그리고 그녀는 뜬금없이 내게 음악을 틀어놓았냐고 하면서, 영국 코미디언인 미스터 빈(MR. BEAN )을 보고 있냐며 자신은 이 코미디 프로를 좋아해서 음악을 안다고 나 보고도 이 프로램을 좋아하냐 물었다. 이 뜬금없는 질문에 나는 사실 너희들이 너무 전화를 받지 않아서 남편 휴대폰으로 전화를 했고, 이 음악은 너희 회사에서 보내온 웨이팅 뮤직이라고 했다. 내가 5시간 동안 전화기 2대에서 너희 회사 대기 음악을 듣느라 너무 힘들었다고 이야기하고, 남편이 옆에 있으니 남편 비행기표도 함께 처리를 해주면 좋겠다고 너스레를 떨었다. 그녀는 충분히 이해한다며 남편과 통화한 후 본인임을 확인한 후 남편의 비행기표도 처리해 주었다.
우린 확인 이메일을 받고 도와줘서 고맙다 인사를 하고 이 뜬금없지만 유쾌한 에이전트와의 대화를 끝낸 후 전화를 끊었다.
이후에 다리도 풀리고 긴장도 풀리고 힘이 다 빠졌다.
그제야 우린 점심도 먹지 않았다는 사실을 알고 허겁지겁 점심 식사를 했다.
오래 살아도 영어로 이런 일들을 처리한다는 것은 여전히 힘이 들어가고, 긴장을 하게 된다.
여행 중에도 변수가 많은데 이번 여행은 출발 전부터 예상치 못한 일들이 터졌고, 그것을 수습하느라 벌써 지친다.
이 여행 갈 수 있겠지?
여행 가기 3일 남았다.
제발 아무 일 없기를..
여행 다녀와서 만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