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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수오 Jan 07. 2024

잘 가요. 나의 아저씨

수신제가치국평천하(修身齊家治國平天下).(대학 8조목)

자기 수양의 중요성을 나타내는 말로 새해에 들어 다시금 새겨보는 글귀이다.


원문에는 다음과 같이 말하고 있다.

"만물에는 근본과 말단이 있고, 모든 일에는 시작과 끝이 있으니, 선후를 알면 도에 가깝다. 자고로 밝은 덕을 천하에 밝히고자 하는 자는 먼저 그 나라를 잘 다스려야 하고,

그 나라를 잘 다스리고자 하는 자는, 먼저 그 집안을 잘 다스려야 하고,

그 집안을 잘 다스리고자 하는 자는 먼저 자기 자신의 수양을 해야 하고,

자기 자신의 수양을 하고자 하는 자는 먼저 그 마음을 바로 해야 하고,

그 마음을 바로 하고자 하는 자는 먼저 그 뜻을 성실히 해야 하고,

그 뜻을 성실히 하고자 하는 자는 먼저 그 지식에 힘써야 하고,

지식에 힘쓰고자 하는 것은 만물의 이치를 철저히 연구함에 있다.

만물의 이치를 철저히 연구한 이후에 지식이 지극히 되고,

뜻이 성실히 된 이후에 마음이 바르게 되며, 마음이 바르게 된 이후에 자신의 몸이 수양이 된다. 자신이 수양된 이후에 집안이 잘 다스려지고, 백가를 정돈한 이후에 나라가 잘 다스려진다. 나라가 잘 다스려진 이후에 천하가 평화롭게 된다."


원문을 이렇게 길게 쓴 것은 최근의 정치 상황을 잘 표현하는 문구이며, 나라를 다스리는 자의 덕목은 자기 수양부터 해야 함을 잘 드러내고 있기 때문이다. 새해에 모두가 다짐을 하고, 그 다짐을 이루기 위해 하루하루 열심히 살아가는 시민, 경제인, 정치인, 공무원 등 우리 모두가 새겨볼 말이다.


요즘에는 내 귀를 의심할 정도의 이상한 일이 연이어 발생하고 있다.


첫째, 말 바꾸기이다.


윤석열 대통령은 국가발전을 위해 과학기술의 중요성을 이야기하였다. "윤석열 정부 첫 과학기술 정책 청사진, 전략기술 확보 위해 국가 역량 모은다"(22.11.24.) "33년 만에 R&D 예산 3.4조 삭감'(2023.8.23.), "R&D 예산, 도로 증액 검토"(2023.10.20.), "재임 중 R&D 예산 획기적으로 늘릴 것"(2024.1.5) 등 무엇이 진실인지 알 수가 없다.


이 외에도 "특검을 왜 거부합니까. 죄지었으니까 거부하는 겁니다."(2021.12.29.), '김건희 특검법' 거부(2024.1.5.), 이권과 이념에 기반을 둔 패거리 카르텔 타파"(2024. 신년사), "이념 논쟁 멈추고 민생 집중해야"(2023.10.18.) "제일 중요한 것이 이념입니다."(2023년 8.28. 국민의힘 연찬회)"이라고 하였다.


간호사 처우 개선 약속(2022.1.11.)하고 간호법 거부(2023.5.16.), 농민의 소득보전이 중요하다(2021.12.16)고 하고 양곡관리법 거부(2023.4.4.), 일본의 사과를 받아내겠다(2021.9.11)고 하고, 100년 전의 일로 무릎 꿇으라는 것은 받아들일 수 없다(2023.4.24.) 하고, "더 이상 '전 정권 잘못' 핑계는 국민에게 통하지 않는다."(2022.8.25)라면서 사건 때마다 전 정권을 탓한다.


둘째, 언론의 비겁함이다.


필자가 경제에는 문외한이지만, 지금까지의 대통령 연설문을 살펴보니 경제가 좋았던 적이 거의 없다. 모든 대통령의 우선 정책은 '경제 살리기'였다. 경제 위기는 작은 부분에서 시작한다. 부동산 위기가 건설사의 부도로 이어지고, 연이어 은행이 부실해지고, 시민들은 위기감에 소비를 줄이고, 전 분야에 걸쳐 금융 위기가 닥치게 되면, 해외 자본의 유츨로 대한민국 신용도가 하락하게 되고 그렇게 되면 회복 불가능한 사태를 겪기도 한다. 이것은 97년 IMF를 통해 몸소 겪은 내용인데, 일부 기업과 은행의 잘못이 오롯이 시민들에게 전가되고 있다.


언론은 이러한 어려운 상황에서 정부와 기관을 감시하고, 제대로 질문하여 시민들에게 설명해 주기 위해 각종 자료와 데이터를 제시해야 한다. 그러나 정부나 기관에서 발표한 내용을 앵무새처럼 받아쓰기를 하고 있으니 올바른 정보를 찾아내기가 어렵다. 그러나 똑똑한 시민들은 생존 본능을 일으켜 각자도생의 길을 걷고 있다.


연말에 안타까운 속보를 보게 되었다. 배우 이선균 씨의 안타까운 사망에 일이 손에 잡히지 않았다. 극단적 선택이라는데 정말 '극단적 선택'이었을까. 그 일련의 과정에서 정부 기관과 언론은 큰 잘못을 저질렀다. 비공개 출석을 요청했지만, 경찰은 공개했고, 공개 출석한 배우 이선균 씨는 언론 앞에서 고개를 숙였다.(이선균 '마약' 키워드로 54개사 2,820건, 네이버뉴스 10,418건, 2024.1.1.검색) 반대로 검사의 처남은 마약 증거가 뚜렷 에도 잡지 않고, 배우 이선균 씨는 어떠한 증거도 없이 마녀사냥을 계속했고, 죄형법정주의, 무죄추정의 원칙 등은 사문화되었고, 쐐기를 박은 것은 '사생활 유출' 녹취록을 방송한 국가 공영방송 KBS의 비열한 방송이다. 또한 그의 죽음 앞에도 <마약 혐의, 이선균> 등의 제목이 붙었다. '마약'이라는 메시지로, 마약과 전쟁에서 승리가 뜻대로 되지 않으니, 방송을 이용한 메신저 공격을 감행한 것이다.


배우 이선균 씨는 자신을 지키기 위한 마지막 방아쇠를 당겼던 것이다. 경찰은 어떠한 강압도 없었다고 하지만, 주먹으로 때려야 폭력인 것인가. 피의사실 공표, 언론 노출, 무한정 확대 생산되는 유튜브 등으로 스스로의 극단적 선택이 아닌 '사회적 타살', '야만적 사회'에 의해 살해당한 것이다.


tvn에서 2017년 방영되었던 '나의 아저씨'에서 박동훈 부장(고 이선균 배우)은


 "회사는 기계가 다니는 뎁니까? 인간이 다니는 뎁니다."


라고 말한다. 현재의 대한민국은 법기술자들이 기계처럼 법률을 이용해 무소불위의 권력을 남용하는 곳인지, 인간이 인간다운 따뜻함과 공정과 상식이 있는 곳인지 묻고 싶다. 안도현 시인의 유명한 시, "연탄재 함부로 발로 차지 마라. 너는 누구에게 한 번이라도 따뜻한 사람이었느냐"를 되뇌고, 남 탓을 하기 전에 수신제가를 먼저 하기로 다짐한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내가 그를 추모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인 '나의 아저씨'를 다시 정주행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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