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NS와 담 쌓은 30대 아재의 도전기 시작합니다.
온라인 커머스는 어느 순간 일상에 스며들었다. 집에 물이 떨어지면, 슬리퍼를 신고 동네 슈퍼나 편의점으로 가던 습관이 낯설다. 오래된 노트북을 바꾸려고 용산전자상가를 기웃거리던 기억은 벌써 추억이다. 지금 이 글을 보고 계신 분도 분명 한 번쯤 온라인으로 제품을 구매한 경험이 있을 것이다. 자주 마시는 탄산수는 쿠팡에서 새벽에 받고, 노트북은 네이버에서 최저가 검색으로 구매한다. (특별한 경우를 제외하고 스마트스토어가 제일 저렴한 편이다)
코로나 시대를 맞아 동네 자영업자의 한숨은 늘어만 갔고, 온라인 커머스 시장은 성장해 갔다. 유튜브에는 ‘스마트스토어로 월 200만 원 부수입 만드는 방법’과 같은 제목으로 스토어 개설, 제품 소싱, 마케팅 등 온라인에 상점을 만들 수 있는 노하우가 범람했다. 스마트스토어의 등장으로 개인이 인터넷 공간에 상점을 갖는다는 것은 더 이상 특별하게 어려운 일이 아니게 되었다.
월급만으로는 암울한 현실에 열정 충만한 직장인들은 N잡러를 자처하며 스토어를 개설했다. 오프라인에서 답을 찾지 못하는 자영업자들과 하늘길이 막혀버린 상황에서 생계가 막막한 여행업 종사자 등 코로나에 직격탄을 맞은 사람들도 합세했다. 바야흐로 스마트스토어의 춘추전국시대가 도래했다. 물론, 나도 이 시대에 편승한 소시민이다.
2014-15년 정도만 하더라도 제품의 상세페이지가 좋고, 가격이 합리적이기만 하면 매출을 일으키기 어렵지 않은 때였다. 하지만, 2019년부터 격화된 온라인 쇼핑몰 경쟁은 2020년 정점을 찍고 지금도 멈추지 않고 있다. 이번 달로 딱 1년째 스마트스토어를 운영하고 있지만, 같은 카테고리의 동종 업체들이 하루가 멀다고 생겨나고 있다. 비단 내가 운영하는 카테고리뿐만 아니라 모든 카테고리에서 증가하고 있다고 봐도 무방하다.
역량이 뛰어난 분이나, 대체 불가능한 제품을 공급하시는 분을 제외하고 이러한 경쟁의 결말은 뻔하다. 이미 기존의 플랫폼에서 스토어 입지가 단단한 곳, 탄탄한 자본력이 뒷받침되는 곳, 오프라인에서 강력한 마케팅 파워를 갖춘 곳 그리고 직접 제품을 생산하는 생산업체가 아니고서야 나 같은 일반인들은 살아남기 어렵게 되었다.
나도 속수무책으로 당하고 있지만 않았다. 광고비를 들여 네이버, 카카오, 인스타, 페이스북 등에 광고도 돌려봤다. 어느 플랫폼에서는 광고비 대비 성과가 별로였지만, 또 다른 플랫폼에서는 뛰어난 ROAS(광고비 대비 매출액)를 얻을 수 있었다. 하지만, 그것도 몇개월간의 일시적인 현상이었다. 비슷한 카테고리의 광고를 하는 업체도 많아지고, 고객들이 느끼는 광고에 대한 피로도도 높아진 것이다. 비슷한 카테고리의 비슷한 광고가 더이상 고객들에게는 흥미롭지 않다. 파격적인 가격을 배너 소재로 만들어도, 정말 괜찮은 제품을 보여줘도 이전만큼의 반응이 보이지 않게 됐다. 영세한 사업으로 광고 단가를 무한정 올릴 수도 없었다. 그리고 광고단가만을 올린다고 능사도 아니었다.
작년 하반기부터 ‘라이브 커머스’에 대한 이슈로 떠들썩하다. 2020년 중국의 광군절에서 왕홍(중국 인플루언서) 2명이 진행한 7시간의 라이브 방송에 두 방송 합쳐서 3억 명이 시청했다고 한다. 이 두 명의 매출액이 합쳐서 약 1.1조 원이 나왔다고 하니 걸어 다니는 중견기업이 아닐 수 없다.
국내 라이브 커머스 시장은 어떨까? 나 또한 온라인 커머스 셀러로서 관심이 있었기에 네이버 스마트스토어, 카카오톡 라이브, 그립 등을 가볍게 살펴봤다. 현재 라이브 커머스는 네이버 스마트 스토어, 그립 등을 제외하고 대부분 해당 플랫폼 MD에게 제안을 해서 채택되어야 진행할 수 있는 구조로 되어있다. 그렇기 때문에 전문 쇼호스트와 홈쇼핑 이상의 기획가 준비가 선행된 프로그램이 진행 되고 있다. TV홈쇼핑의 형태가 온라인에서 볼 수 있게 됐을 뿐 기존의 홈쇼핑과 큰 차이를 느끼기 어려웠다.
철저하게 기획되고, 선남선녀가 진행하는 커머스 방송은 보는 눈도 즐겁고 안정감 있고 재미도 있었다. 하지만 요즘 라이브 방송에서 기대하는 날(Raw) 것 그대로의 느낌이 나지 않았다. 오히려 자신이 직접 파는 제품을 홍보하는 작은 규모의 방송에 이상하게도 난 더 눈이 갔다. 조금 어색하고 다듬어지지 않았지만 그렇기 때문에 매력이 있었고 오히려 소통하기 쉬웠다. 제품을 직접 파는 사람이라 제품에 대해 더 잘 알 것이고, 이 제품이 정말 좋다는 것은 판매자 본인이 더 잘 알 것이리라.
어떻게 하면 될지 모르지만, 나도 라이브 커머스에 도전해 보겠다. 방송 경험은 고사하고, 인스타 아이디 하나 없고, 페이스북을 안 한 지 10년이 넘지만, 그렇다고 못 할 것은 무엇인가. 솔직히 뭐부터 해야 할지 막막하고, 얼굴을 공개하며 무언가를 온라인에서 판다는 것 자체가 겁이 난다. 그리고 그 장면을 상상만해도 떨린다. 그래도 해 보겠다. 성공하면 좋겠지만, 잘 돼되도 괜찮(지 않)다. 많이 무섭지만 준비하고 도전하면서 그 경험과 이야기를 여러분께 들려드리고 싶다. 어려운 시기에 누군가에게는 내 도전 이야기가 힘이 될 것이라 믿는다. 나와 같이 라이브 커머스에 관심이 있거나 준비하는 분들에게 좋은 정보가 될 것이라 믿는다.
어제보다 나은 내가 되기 위해, 그렇게 한 걸음 작은 전진을 해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