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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PD의 잡학다식 Dec 11. 2021

학위논문을 마무리하면서

  2013년 한국콘텐츠진흥원 미국사무소장으로 선발돼 로스앤젤레스에서 일하게 되었을 때 고민은 ‘무엇을 팔지?’였습니다. 세계 엔터테인먼트 산업의 본산이라 할 수 있는 할리우드 한복판에서 과연 어떤 한국 콘텐츠를 소개하고, 마케팅할 수 있을까?

  그때나 지금이나 저는 세계 시장에서 한국 드라마가 매우 경쟁력 있는 콘텐츠라고 생각합니다. 미드, 영드, 일드, 텔레노벨라 등 텔레비전 연속극을 만드는 나라는 많지만, 한국 드라마 같은 스타일의 작품은 찾기 어렵습니다. 풍부한 정서, 따뜻하고, 사랑스러운 이야기, 감정과 관계를 중시하고, 다음 회를 궁금하게 만드는 매력적인 크리에이티브, 온 가족이 함께 볼 수 있는 건강한 콘텐츠, 게다가 제작의 완성도까지 빼어나서 한국 드라마는 장점이 아주 많습니다. 이건 제 얘기가 아니고, 할리우드 사람들의 공통된 의견입니다.   

   ‘K-스토리 인 아메리카’, ‘K-드라마 인 엘에이’ 같은 마케팅 이벤트를 처음 준비할 때 많은 분들이(특히, 한국에 계신) 걱정과 염려를 했습니다만, 이런 과정을 통해 우리 드라마 <신의 선물–14일>, <굿닥터>가 미국에서 리메이크되었고, 마침 불어온 OTT 플랫폼 서비스 열풍을 타고 한국 드라마를 즐기는 팬들이 늘어나는 것을 보면 기분이 좋습니다.


  늦은 나이에 박사과정을 시작한 이후 저의 연구 테마는 늘 한국 드라마 비즈니스였습니다. 드라마 제작사가 잘 되고, 명문 프로덕션이 많아지면 한국 드라마 산업의 뿌리가 더 튼튼해지리라 믿습니다. 그래서 선택한 학위논문 주제가 ‘OTT 시대 드라마 제작사의 경영전략’입니다. 좋아하고 관심 있는 분야에 집중하는 것이 고된 연구의 길을 가는데 발걸음을 조금이라도 가볍게 해주지 않을까 하는 마음이었지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렵고, 힘든 여정이었습니다. 여전히 부족하지만, 이렇게라도 학위논문을 마무리하기까지는 이루 헤아릴 수 없이 많은 분들의 도움이 있었습니다.


  석사 끝나고 10년 만에 다시 공부를 시작해야겠다고 마음먹었을 때 가장 먼저 떠오른 분이 한양대 문화콘텐츠학과 박기수 교수님이었습니다. 선생님의 격려가 없었다면, 용기를 낼 수 없었을 것입니다. 그리고 기꺼이 지도교수를 맡아주신 김치호 교수님의 섬세하고 따뜻한 가르침 덕분에 한 걸음씩 딛고 올 수 있었습니다. 깊이 감사합니다. 이십 대에 뵈었다면 제 인생이 훨씬 나아졌을 거라고 생각하는 박상천 교수님, 코스워크 중 선생님 강의를 세 번이나 들을 수 있었던 것은 인생 후반전 최고의 선물이었습니다. 학문을 대하는 엄정함, 진지함, 호기심, 끝없는 열정은 큰 울림으로 남아 있습니다. 논문 한 줄 한 줄 밑줄을 그어 고쳐주신 고운기 교수님의 정성, 논문이 길을 잃었을 때 깊은 통찰력으로 연구자가 핵심적으로 말하려던 메시지가 무엇인지 다시 확인하게 해 주신 김영재 교수님의 은혜 정말 감사합니다. 조심스러운 나머지 머뭇거릴 때 과감하게 하고 싶은 얘기를 해도 된다고 확신을 주신 이 진 교수님 고맙습니다.

 

  이 논문은 드라마 제작사 임직원 대상 설문조사가 핵심입니다. 제가 알고 있는 분은 고작 10명 정도여서 설문조사를 시작하고 얼마 지나지 않아 주제를 바꿔야 하지 않을까 생각할 정도로 심각한 고비가 있었습니다. 그때 기꺼이 자신의 인맥을 동원하고, 추천해주신 이용석 감독님, 윤종호 대표님, 이효영 대표님, 김태원 대표님, 김현정 작가님, 유선동 감독님, 박준화 감독님, 유상원 PD님, 박상주 국장님이 안 계셨다면 이 연구는 진작에 엎어졌을 것입니다. 머리 숙여 깊이 감사합니다. 심층면접에 많은 시간 내주시고, 고견을 아끼지 않은 전문가 여러분께도 고마운 인사를 전합니다. 응답자 70명, 단 한 분의 설문지도 제외되지 않고, 모두 분석에 사용할 만큼 진지하게 답변해 주신 드라마 제작사 관계자 여러분 한 분 한 분께 다시 한번 감사 말씀드립니다.


  생면부지의 연구자가 전화로 부탁했음에도 흔쾌히 정성을 다해 답변해 주신 데에는 제가 한국콘텐츠진흥원 직원이라는 점이 긍정적으로 작용했을 것입니다. 저를 도와주면, 콘텐츠 지원 정책을 만드는데 조금이라도 보탬이 되지 않을까 생각하셨을 거라고 짐작합니다. 그런 점에서 콘텐츠진흥원 선후배 동료들이 쌓아 올린 브랜드와 마일리지가 없었다면, 이런 연구는 시도 자체가 쉽지 않았을 것입니다. 동료 여러분께 감사 인사드립니다.


  일과 학업을 핑계로 밖으로 도는 철없는 가장을 묵묵히 견디고, 기다려주는 아내와 아들에게 말로 다할 수 없는 미안함과 고마운 마음을 전합니다. 시간이 흐를수록 더욱 그리워지는 아버지, 고맙고, 많이 보고 싶습니다. 40년 넘게 한결 같이 새벽마다 기도해 주시고, 늘 염려하시는 어머니의 큰 사랑 덕분에 여기까지 올 수 있었습니다. 더욱더 건강하시기를 빕니다. 그리고, 이 모든 것을 가능하게 하신 나의 하나님, 두 손 들고 감사합니다.


  가족의 사랑, 선생님들의 은혜, 동료 선후배들의 배려 잊지 않고, 더욱 성실한 연구자, 한국 콘텐츠산업 발전에 조금이라도 기여하는 실무자로 정진하겠습니다. 고맙습니다.


- 2021년 6월 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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