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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PD의 잡학다식 Aug 27. 2023

스푸파 2023 도쿄

세련된 도시 감성, 단정한 예능

<스트리트 푸드파이터>,

일명 스푸파 시즌1 ‘도쿄 편’을 티빙에 들어가 다시 찾아 보았다. 나온 지 5년이 지났으나 다시 봐도 역시! 진짜 잘 만들었다.


스푸파 도쿄 편을 본 이유는 곧 출장을 가기 때문이지. 물론, 짧은 일정에 미팅이 빡빡하게 잡혀 있어서 여기 나온 집 한 군데라도 가볼 수 있을지는 알 수 없지만.


스푸파 시리즈는 여러모로 기념비적인 콘텐츠다. 한국 텔레비전 예능 프로그램 연출자의 세대와 성별이 교체되면서 연출 방식, 스타일과 감성이 전혀 다르게 나타난 아주 새로운 프로그램.


2018년 6월, 아무런 사전 정보 없이(이런 프로그램이 있는 줄도 몰랐…) 채널을 돌리다 후쿠오카 편을 만났는데 그 순간 감전돼 끝까지 보고 나서 이 프로그램 연출자는 100% 젊은 여성이라 짐작했고, 정확하게 맞혔다.


 세련된 도시 감성, 호기심 가득한 시선 그러나 예의 바른 태도, 즉흥적 ‘현장 박치기’ 없음, 모든 장면은 답사(섭외, 예약, 양해) 후 광선까지 정확하게 계산해서 찍은 샷들이다. 결코 현장을 장악해 헤집어놓고, 카메라를 정면으로 바라보며 호들갑스럽게 떠들지 않는다. MC의 진행이 없다. 백종원이라는 호스트가 있으나 그는 전문성을 갖춘 프리젠터다. 시끄럽지 않은 예능, 클래식과 재즈가 흐르는 고급스러운 오디오라인…


 후쿠오카 편 오래된 우동가게 씬은 스틸 흑백사진을 보는 듯 오래 기억에 남을 장면…


 배낭 메고, 디카(폰카 말고) 들고 외국 낯선 도시 뒷골목을 혼자 걸으며 설레는 마음과 멈칫멈칫 수줍은 시선으로 조심스럽게 사진을 찍어 싸이월드, 블로그에 올리고 기록한 감성…(경비 절약을 위해 친구와 함께 숙소를 잡아도 일정은 따로 짜서 각자 움직인다.)

그들은 멀찍이 혹은 한 발 물러서서 바라볼 뿐, 결코 선을 넘어가는 법이 없다. 낯선 도시, 문화를 대하는 이방인의 조심성, 예의, 존중하는 자세와 시선…

 <스트리트 푸드파이터>는 바로 이런 습관과 감성으로 만든 콘텐츠다. 시간에 따라 변화하는 도시의 표정을 풍부하게 담아 음악과 함께 멋진 화면으로 보여준다. 그러나, 그건 소위 업계에서 말하는 ‘달력 그림’이 아니다. 그래서 마치 내가 그 도시 골목에 있는 것 같은 깊은 공감을 준다.


 스푸파 식당 장면에는 유난히 장렌즈로 당겨 찍은 샷, 창밖에서 내부를 건너 바라보는 샷이 많다. 결코 식당을 헤집고 돌아다니거나 다른 손님을 방해하지 않는다. 음식 만드는 장면, 인서트 컷들은 아마도 식당이 쉬는 시간에 따로 촬영하지 않았을까…


 그동안(지금도 대부분) 한국 예능 프로그램은 극장식 무대 형식에 특정한 상황을 주고 MC와 출연자들이 벌이는 소동과 의외의 부딪힘을 ‘중계방송’ 하는 형식이다. 그들은 스튜디오 세트를 벗어나 야외(ENG)에 나가도 현장을 장악하고, MC를 기필코 화면의 중심에 세운다. 일렬 횡대로 선 여러 대의 카메라와 그 앞에 앉은 감독, 작가, 스태프들은 MC와 출연자를 향해 있다. 여전히 시끄럽고, 소란스러운... 뭐 그게 꼭 나쁘다는 말은 아니다.


 한국 텔레비전 예능판의 오랜 제작 전통과 관습 밑에서 수련했으나 자기 세대의 감수성과 표현 양식으로 새로운 콘텐츠를 보여준 박희연 PD, 그의 스푸파 시즌3을 기다린다. 코로나19도 끝났으니…


그나저나 10년만에 가는 도쿄, 장마 아니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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