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팝 데몬 헌터스, 넷플릭스 팬덤 비즈니스의 서막

by 김PD의 잡학다식

화제의 애니메이션 <K팝 데몬 헌터스>를 봤다. 넷플릭스는 왜 이 시점에 ‘K팝 x 애니메이션’을 내놨을까?


1. 진작부터 그런 고민이 있고, 직장 동료들과도 얘기해 온 거지만 요즘 만나는 콘텐츠산업 관계자들이 공통적으로 하는 말이 콘텐츠가 더 이상 미디어 플랫폼산업 안에서 돈을 벌 수 있을까 하는 거다.


드라마를 비롯한 신작 K-콘텐츠를 충분히(?) 구매해 줄 수 있는 미디어, 플랫폼이 시장에 몇이나 될까? 광고는 빠지고, 단가 하락세가 오래됐으며 OTT 플랫폼의 구독자수는 이미 정체… 경제력 갖춘 인구가 계속 늘어날 리 없으니까 여기도 성장은 멈췄다고 봐야겠지.


2. 디즈니 픽사, 마블, 포켓몬, 산리오(헬로키티) 같이 오랜 기간 IP 비즈니스로 막대한 수익을 창출해 온 콘텐츠 비즈니스의 주 수익원은 압도적으로 merchandise다. 전체 수입의 70% 이상 MD에서 나온다. 굿즈라고 부르는 봉제인형, 키링, 머그컵, 티셔츠, 응원봉 같은 오프라인 상품인데 여기에 신발, 가방, 문구, 완구, 식품, 뷰티까지 콜라보해서 다종다양한 제품을 출시해서 돈을 번다.


그러니까 IP 비즈니스의 본질은 콘텐츠가 미디어산업이 아니라 타 산업에서 돈을 번다는 점이다. 핵심은 브랜드와 팬덤. 콘텐츠의 세계관과 캐릭터 붕괴 없이 팬을 소비자(customer)로 고급지게 전환하는 기술이 IP 비즈니스의 요체다. 디즈니랜드, 유니버설 스튜디오의 놀이기구, 퍼레이드, 불꽃놀이 다 즐기고 나올 때 마지막에 들르는 스토어를 떠올려 보시라.


찐 팬일수록 좋아하는 대상과 일체감을 느끼고 싶어 하고 물성이 있는(tangible) 그 무엇인가를 구매, 소유함으로써 콘텐츠를 향유한다. 그런 일에 기꺼이 지갑을 열고 한정판을 구하기 위해 오픈런을 마다하지 않는다. 이 콘텐츠를 사서 즐기는 내가 바로 ’나 다운 나‘니까.


3. 넷플릭스는 K팝 팬덤(23년 기준 통계, 전 세계 K콘텐츠 동호회 회원수는 2억 2천5백만 명)을 대상으로 IP 비즈니스 해서 장기적 수익을 창출하려는 전략을 세운 게 아닐까. 넷플릭스 스토어(있나? 곧 생기겠지…) 방문해서 상품 사가게 하거나 음원 비즈니스도 할 것 같다. 만약 전 세계 K-콘텐츠 동호회 회원들이 1년에 1인당 USD 100을 쓴다고 하면 30조 원 시장이다.


재패니메이션이 지난 50년 이상 보여준 전 세계 팬덤과 다양한 수익모델을 K팝을 활용한 애니메이션에 적용하는 신호탄이 <K팝 데몬 헌터스>일 수 있다. 사실, 많이 알려진 것처럼 세계시장에서 일본 애니메이션 덕후와 K팝 팬은 상당 부분 겹친다. 미국 로스앤젤레스 Anime Festa에 코스프레 차림으로 오는 팬들이 K CON에도 방문… Crunchyroll.com 구독자의 K-드라마, K-팝 선호도를 확인해 봐도 흥미로울 듯. 확실히 IP 비즈니스에는 애니메이션이 유리하다. 캐릭터들이 늙지 않고, 사고(?)도 안 치니까.


곧 이 애니메이션에 등장한 캐릭터와 아이템들이 상품으로 출시되겠지. 물론 IP는 넷플릭스가 가졌을 것이므로 상품화 권리도 확보했으리라 짐작.


4. 이런 맥락에서 지난 20년 간 지속해 온 ‘콘텐츠 생산지원 정책’은 아직도 유효한가? 계속해서 좋은 콘텐츠 ‘만들기만 하면’ 될까? 하는 질문을 거듭하게 된다.


시장은 세계와 연결돼 온갖 콘텐츠가 홍수처럼 밀려들고 미디어의 수용 능력, 구매 예산은 줄어드는데 만들자고만 하면 되는 걸까? 3~4년 힘들게 준비해서 미디어 플랫폼에 ‘납품’하고, 두세 달 반짝 인기 끌다 소리 소문 없이 잊혀지는 게임을 언제까지 계속할 것인가.


좋은 콘텐츠가 나오도록 꾸준히 지원하되 콘텐츠 기업이 IP를 바탕으로 수준 높은 ‘Made in Korea MD’를 생산해 전 세계에 유통하는 전략이 필요하다. 지금까지 지원정책이 ‘글로벌 시장에서 통하는 콘텐츠 생산’에 집중했다면, 이제 그렇게 쌓은 생산능력과 그동안 형성된 글로벌 팬덤, 브랜드를 기반으로 다음 단계의 비즈니스를 전개할 수 있도록 새로운 차원의 콘텐츠산업 정책이 나와야 한다. 콘텐츠 구매력이 정체와 포화 수준에 이른 미디어 플랫폼 인더스트리만 바라봐서는 더 이상 성장, 발전을 기대하기 어렵다.


콘진원에서 2년 전 IP전략 TFT 만들고, 이듬해 IP진흥본부와 IP전략팀을 만들어 다양한 모색을 하고 있기는 한데 관련 정책과 지원기반은 걸음마도 못 뗀 수준… 글로벌 플랫폼은 이미 K-콘텐츠뿐 아니라 그 IP를 활용한 비즈니스에 나서고 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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