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 <정년이>, 진심을 담다
나에게 드라마 <정년이>는 아주 특별했다. 김태리가 부르는 '추월만정' 첫 소절을 듣자마자 심장이 덜컥... 앗! 저렇게나 잘 부른다고? 20년 세월이 지났으나 귀와 몸이 곧장 반응했다.
프로듀서 시절, 2001년부터 3년 동안 국악 프로그램 제작에(만) 몸 담았었다. 그때는 거의 '국악만이 내 세상'…
일주일에 한 번 KBS <국악한마당>(연출 최공섭, 구성 유은선/한아람) 녹화, 기획회의 참석 + 주 1회 방영하는 KBS <위성스페셜, 국악이야기>을 맡아 장안의 크고 작은 국악공연을 풀텍스트로 소개했다. 답사 때 미리 한 번 보고, 공연 당일 중계녹화 하고, 가편집 하면서 또 보고, 종편 때 다시 보고, 본방송까지 최소 다섯 번씩 봤다. 그러느라 국립국악원 예악당/우면당, 국립극장 해오름극장/달오름극장, 문예회관 대극장, 세종문화회관, 부산문화회관, 전주 소리문화의 전당 등등을 '무른 메주 밟듯' 다녔다. 그러니 웬만한 공연(정악, 민속악 문화재 종목 + 민속놀이 + 농악경연 + 국악관현악단, 국악동요제, 슬기둥 정기공연 등)은 다 봤다 해도 크게 틀린 말은 아니지 싶다.
그러는 사이에 당시 문화콘텐츠진흥원(현 한국콘텐츠진흥원) 지원사업을 받아 KBS 공사창립 30주년 HDTV특별기획 5부작 <소리>의 채정례, 한승호 편을 연출하기도 했다. 1년 가까이 없는 그림, 사진 한 장 찾고, 카세트 녹음테이프, SP 음반, '당시'를 증언해 줄 한 분을 만나러 진도, 순천, 화순, 담양, 광주, 전주, 고창을 헤매고 다녔다.
그때만 해도 정광수, 한승호, 성창순, 오정숙, 박송희 같은 명창 선생님들이 생전이셨고, 조상현, 안숙선 선생이 '한창때'였으니 3년 내내 눈호강, 귀호강을 한 셈...
글쎄... 대한민국 문화사에 아주 약간이라도 기여한 일이 있다면, 아니지 가문의 영광이랄까. 판소리가 유네스코 지정 '인류구전 및 무형유산 걸작'에 등재되는데 필요한 심사용 영상자료 <판소리, 한국문화의 깊은 뿌리>(문화재청 발주, 20분, 영어/불어)를 내 손으로 만들었다는 것. 그래서 세월이 꽤 흘렀으나 내 몸 어딘가에는 아직도 '들은풍월'이 흔적처럼 남아있지 않을까..
아래 사진은 2002년 가을, 전남 담양 '지실초당'에서 사진작가 고 정범태 선생님 인터뷰 하는 모습. 30대 초반, 낯설다. ㅎ
여기는 당대의 부호 박석기 선생이 사재를 털어 젊고 재능 있는 예술가들을 교육하던 곳. 박동실 명창이 주석했고, 김소희, 박귀희, 박후성, 임춘앵 등 후대 큰 활약을 한 국악 명인들을 배출한 유서 깊은 곳인데 20년 전 갔을 때 안타깝게도 민물매운탕 전문 식당으로 변해 있었다. 추억은 방울방울...
- 2024년 12월, 페이스북에 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