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롤로그
왜 나는 돈이 모이면 여행을 떠날까
돈이 모이면 어떻게 소비하는지는 사람마다 다르다. 옷이나 명품을 사거나, 게임 아이템을 사거나, 술을 마시거나 혹은 취미에 투자한다. 나는 어쩌다 보니 그 취미가 여행인 탓이다.
학창 시절, 해외여행을 다녀온 친구들이 마냥 부러웠다. 그 당시만 해도 해외여행을 다녀오는 것은 잘 사는 사람들의 전유물로 생각되었다. 사실인지는 모르지만, 막연히 그런 생각을 해왔던 것 같다. 물론, 우리 집이 찢어지게 가난했던 것은 아니었지만, 이런저런 이유로 해외여행을 가긴 어려운 상황이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그러다 보니 해외여행을 가고 싶은 욕구는 항상 내 마음속 깊은 곳에 자리 잡고 있었다.
중학교 때, 젊은 국어 선생님이 하신 말씀을 종종 떠올린다. 자신이 임용 공부를 하다가 지칠 때면, 항상 여행 책을 꺼내서 읽고 마음의 위로를 얻었다고 말하셨다. 여행을 좋아하는 선생님이셨다. 그 말을 듣고 나도 여행책을 읽어보게 되었고, 그때부터 읽는 책은 전부 여행책이 되어버렸다.
고등학교 때, 내 책가방 안에는 항상 여행책이 있었다. 야자가 하기 싫은 날이면, 으레 여행책을 꺼내 읽었다. 지루한 수업이 있을 때면, 교실 뒤편에 있는 졸음방지 책상에 가서 선생님 몰래 여행책을 읽으며 간접 경험을 했다. 국어 선생님이 언제는 버킷리스트를 작성하게 한 적이 있다. 당시, 수많은 리스트를 작성했었는데 그 대부분이 여행과 관련된 것으로 기억한다.
그러다 보니 성인이 되고서, 내 관심은 온통 여행이었다. 돈이 많은 것도 아니고, 시간이 넘쳐흐르는 것도 아니었지만, 틈나면 여행책을 읽었고, 여행 사진을 보고, 구글어스로 전 세계를 돌아다니며 꿈을 꿨다. 그러면서 떠나게 된 몇 번의 여행을 추억 하며 글을 써보려 한다. 너무 일기 같지도 않으면서, 너무 감성에 젖은 에세이 같지도 않은 그 중간 정도.
스무 살부터 스물네 살까지, 많다면 많고, 적다면 적은 내 여행담을 풀어보려 한다.
2020년 4월, 어느 비 오는 일요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