꼴레오네의 수필집 #001
수능을 망치고, 심지어 성적보다 한참 낮은 학교에 입학했을 때의 일이다.
남들보다 합격이 늦었던 나는, 심지어 수강신청도 제때 할 수 없었고, 그랬기에 학과 사무실을 직접 방문해야만 했다. 2월이 다 지나가던 어느 날, 아직 학교에는 어제 내린 눈이 녹지 않아 곳곳에 쌓여 새하얀 풍경이 펼쳐졌다. 하지만 딱히 색다른 감명을 받지는 못했다.
누군가는 설레는 마음으로 혹은 기대를 잔뜩 품은 채 새내기 생활을 시작했겠지만, 당시 나는 기대보다 한참 낮은 수준의 학교, 그리고 아무도 아는 사람이 없는 힘든 타지 생활이 겹쳐서일까, 무겁고 불편한 마음만이 가득차있었을 뿐이다.
캠퍼스 오르막길을 오르다가 도로를 건너려던 찰나. 맞은 편에서는 대학생 두 명이 걸어오고 있었고, 도로에 승용차 하나가 지나가다가 멈춘다. 승용차는 대학생들 쪽의 창문을 내리더니 이내 말을 건네었다.
- 너네 요즘 뭐해?
보아하니 승용차에 탄 사람은 교수님이었고, 그 교수의 수업을 듣곤하던 대학생들로 추측되었다.
- 저희 그냥 알바하고 있어요
- 알바해? 알바 하지말고 공부해야지. 언제까지 알바만 할거야. 그러다가 알바 인생 살아.
"알바 인생"
그 단어가 내 귀에 꽂힌 까닭은 무엇일까. 학교에 대해 부정적인 인식이 머릿속을 가득차고 흘러넘칠 지경에 내가 들은 그 단어는 내 뇌리를 스치기에 충분했다.
어쩌면, 내가 이 학교에서 열심히 하지 않는다면, 나도 그저 그런 '알바 인생'을 살아야하는 것 아닐까- 라는 어떤 걱정과 두려움이 앞섰던 것 같다.
그로부터 6년이 지난 지금, 다행히 알바 인생은 면했지만, 어쩌다 흘려들은 하나의 단어가 학창시절 내 동기부여의 일부를 차지하고 있었다는 사실이 새삼 놀라울 때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