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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꼴레오네 Feb 10. 2023

군대에서 살아남는 방법 #1

꼴레오네의 수필집 #003

내가 군대에서 있었던 일화를 소개하고자 한다.


난 이제 막 병장을 달고, 군생활의 실증과 여유를 동시에 즐기던 무렵이었다.


흔히 군대에서는 당직병을 서게 되는데, 당직병은 당직사관이라는 간부와 함께 밤을 지새우며 부대를 관리하게 된다.


내가 한창 당직병을 설 무렵에, 정말 크가 크고 덩치가 우람한 중사 한 분이 새로 오셨는데


그분은 나를 애칭으로 불러주며, 당직 시간에 자신의 아이패드를 종종 빌려주곤 했다. 덕분에 나는 당직을 서면서도 유튜브와 해외축구 중계를 볼 수 있었다. (당연히 당시에는 휴대폰을 사용할 수 없었다)


지루한 새벽 시간을 보낼 수 있었던 아주 좋은 기회였으며, 보고싶은 해외축구도 마음껏 볼 수 있었기 때문에 나에겐 더할나위없이 고마운 사람이었다.


PX에서 냉동만두와 치킨을 잔뜩 사오라고 본인 카드를 기꺼이 내주시면서, 새벽에 냉동 음식을 먹는 것 또한 또하나의 재미가 아닐 수 없었다.


물론 그 보답으로 나는 간부가 해야할 일까지 내가 자처해서 했으며, 간부에게 주무시라고 한 뒤 나 홀로 행정반을 지키곤 했다.



그렇게 즐거운 병장 생활을 하고있을 무렵, 다른 간부가 나를 따로 불러내더니

"혹시 OOO 중사 당직서면서 행정반에서 담배 폈니?"

라고 물어보셨고, 나는 절대 부정했다.


"그럴리가 없습니다. 제가 밤새도록 행정반에 있었는데 그런적이 없습니다. 말도 안되는 소리입니다."

행정반에서 담배를 피는 것은 당연히 안되는 행동이지만, 실제로 간부가 몰래 폈다고 하더라도 내가 감싸줬을 것이지만, 실제로 그런 적이 없었기에 나도 덩달아 화가 났다.


알고보니 누군가가 그 간부를 찔렀다는 것이다. 어처구니가 없었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중대장님이 모든 병사들을 불러놓고 한마디 했다.

"OOO 중사는 행정반에서 흡연한 것으로 인해 정당한 징계를 받을 것이다."


이 일이 도대체 어떻게 진행되고 있는 것인지는 몰랐지만, 내가 다 억울했다. 나는 그대로 집합이 끝나고 중대장님을 찾아갔다.


마침 중대장님을 포함한 많은 간부들이 회의를 하고 있었지만, 개의치않았다.

"중대장님, OOO 중사는 행정반에서 담배핀 적이 없습니다. 제가 휴가 걸고 진술서라도 쓰겠습니다. 절대 그런 적 없습니다."

라고하자 중대장님이 웃으면서, 다 알고 있다고 하셨다. 병사들에게는 알려진 소문에 대해 피드백을 줘야하기 때문에 그렇게 말한 것이지, 징계를 내리진 않을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얼마나 믿음을 줬길래 병사가 저런 소리를 하냐며, 옆에 있던 OOO 중사에게 농담을 하셨다.


그리고 나는 어느덧 말출 휴가를 다녀오게 되었다.


전역을 하루 앞두고, 대다수의 간부와 병사들이 큰 훈련을 위해 파견 나가 있던 상황이었고, 말출에서 돌아온 전역 하루 남은 내가 한 타임 근무에 투입되지 않으면 나머지 후임들이 더 힘들게 근무를 서야하는 상황이었다. 그리고 하필 그 날 다른 간부들을 대신하여 행정반을 지킨 간부는 OOO 중사였다.


내가 돌아오자마자 내일 근무를 설 수 있겠냐고 부탁하는 OOO 중사의 요청에 알겠다며 마지막 근무를 서겠다고 했다. 어차피 근무가 그리 어려운 일도 아니었으며, 전역 하루 앞두고 있었기에 마지막 근무를 즐겨보자는 생각도 있었다.


근무에 투입하려면 탄창을 받고 가야하는데, 하필 탄창을 받으려고 기다리는 동안 그 앞으로 마침 파견에서 돌아온 중대장님이 내리고 있었다. 그러면서 나를 보시더니

"너 내일 전역 아니냐? 근데 근무를 왜 서"

나는 웃으면서 상관없다는 식으로 넘겼다. 그리고 근무도 나름 즐기고 마무리했던 것으로 기억한다.


전역을 하고 난 뒤, 후임에게 전해들은 것은


중대장이 나중에 병사들을 모아놓고, 전역 하루 전날에 근무를 서고 가는 병장도 있는데 너네는 왜 그러냐는 식으로 타일렀다는 것이다. 


내가 원해서 그런 것도 절대 아니었고, 친한 간부의 부탁으로 어쩔 수 없이 근무에 투입된 것인데, 훗날 후임들에게 좋은 예시가 될 줄이야 꿈에도 몰랐지만, 기분이 좋아지는 것은 어쩔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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