꼴레오네의 수필집 #003
내가 군대에서 있었던 일화를 소개하고자 한다.
난 이제 막 병장을 달고, 군생활의 실증과 여유를 동시에 즐기던 무렵이었다.
흔히 군대에서는 당직병을 서게 되는데, 당직병은 당직사관이라는 간부와 함께 밤을 지새우며 부대를 관리하게 된다. 내가 한창 당직병을 설 무렵에, 정말 키가 크고 덩치가 우람한 중사 한 분이 우리 중대에 새로 오셨다. 그분은 나를 이름 대신 애칭으로 부르며, 당직 시간에 자신의 아이패드를 종종 빌려주곤 했다. 덕분에 나는 당직을 서면서도 유튜브와 해외축구 중계를 볼 수 있었다. (당연히 당시에는 휴대폰을 사용할 수 없었다.)
지루한 새벽 시간을 보낼 수 있었던 아주 좋은 기회였으며, 보고 싶은 해외축구도 마음껏 볼 수 있었기 때문에 나에겐 더할 나위 없이 고마운 사람이었다. PX에서 냉동만두와 치킨을 잔뜩 사 오라고 본인 카드를 기꺼이 내주시면서, 새벽에 냉동 음식을 먹는 것 또한 또 하나의 재미가 아닐 수 없었다. 물론 그 보답으로 나는 간부가 해야 할 일까지 내가 자처해서 했으며, 간부에게 주무시라고 한 뒤 나 홀로 행정반을 지키곤 했다.
그렇게 즐거운 병장 생활을 하고 있을 무렵, 다른 간부가 나를 따로 불러내더니
"혹시 강중사 당직서면서 행정반에서 담배 폈니?"
라고 물어보셨고, 나는 절대 부정했다.
"그럴 리가 없습니다. 제가 밤새도록 행정반에 있었는데 그런 적이 없습니다. 말도 안 되는 소리입니다."
행정반에서 담배를 피우는 것은 당연히 안 되는 행동이다. 설령 간부가 몰래 폈다고 하더라도 내가 감싸줬을 것이지만, 실제로 그런 적이 없었기에 나도 덩달아 화가 났다.
알고 보니 누군가가 그 간부를 찔렀다는 것이다. 정말 어처구니가 없었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중대장님이 모든 병사들을 불러놓고 한마디 했다.
"강중사는 행정반에서 흡연한 것으로 인해 정당한 징계를 받을 것이다."
이 일이 도대체 어떻게 진행되고 있는 것인지는 몰랐지만, 내가 다 억울했다. 나는 그대로 집합이 끝나고 중대장님을 찾아갔다.
마침 중대장님을 포함한 많은 간부들이 회의를 하고 있었지만, 개의치 않았다.
"중대장님, 강중사님 행정반에서 담배 피운 적이 없습니다. 제가 휴가 걸고 진술서라도 쓰겠습니다. 절대 그런 적 없습니다."
라고 하자 중대장님은 웃으면서, 다 알고 있다고 하셨다. 병사들에게는 알려진 소문에 대해 피드백을 줘야 하기 때문에 그렇게 말한 것이지, 징계를 내리진 않을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얼마나 믿음을 줬길래 병사가 저런 소리를 하냐며, 옆에 있던 강중사님에게 농담을 하셨다.
그리고 나는 어느덧 말출 휴가를 다녀오게 되었다.
전역을 하루 앞두고, 대다수의 간부와 병사들이 큰 훈련을 위해 파견 나가 있던 상황이었고, 말출에서 돌아온 전역 하루 남은 내가 한 타임 근무에 투입되지 않으면 나머지 후임들이 더 힘들게 근무를 서야 하는 상황이었다. 그리고 하필 그날 다른 간부들을 대신하여 행정반을 지킨 간부는 다름 아닌 강중사님이셨다.
내가 돌아오자마자 내일 근무를 설 수 있겠냐고 부탁하는 강중사님의 요청에, 알겠다며 마지막 근무를 서겠다고 했다. 어차피 근무가 그리 어려운 일도 아니었으며, 전역 하루 앞두고 있었기에 마지막 근무를 즐겨보자는 생각도 있었다.
근무에 투입하려면 탄창을 받고 가야 하는데, 하필 탄창을 받으려고 기다리는 동안 그 앞으로 마침 파견에서 돌아온 중대장님이 내리고 있었다. 그러면서 나를 보시더니
"너 내일 전역 아니냐? 근데 근무를 왜 서"
나는 웃으면서 상관없다는 식으로 넘겼다. 그리고 근무도 나름 즐기고 마무리했던 것으로 기억한다.
전역을 하고 난 뒤, 후임에게 전해 들은 바로는,
중대장님이 나중에 병사들을 모아놓고 전역 하루 전날에 근무를 서고 가는 병장도 있는데 너네는 왜 그러냐는 식으로 타일렀다는 것이다.
내가 원해서 그런 것도 절대 아니었고, 친한 간부의 부탁으로 어쩔 수 없이 근무에 투입된 것인데, 훗날 후임들에게 좋은 예시가 될 줄이야 꿈에도 몰랐지만, 기분이 좋아지는 것은 어쩔 수 없었다.
군대에서는 "간부는 병사의 적"이라는 말이 명제처럼 사용되곤 한다.
하지만 때론, 병사의 친구같은 간부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