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일 아침은 다른 날보다 늦잠을 자는 게 일상인데, 오늘은 습관처럼 6시 30분쯤 눈을 떴다. 2주간 같은 시간에 수영을 위해 일어나던 습관이 몸에 밴 것 같다. 다시 잠을 청하고 9시쯤 일어나서 아침밥을 지었다.
흐르는 수돗물에 사락사락 쌀 씻어내는 소리, 뽀득뽀득 채소 씻는 소리, 나무 도마 위에 재료를 올려놓고 톡톡 칼로 써는 경쾌한 소리. 불 위에서 보글보글 끓어오르는 찌개 소리도 좋고, 칙칙칙 김을 내뿜으며 밥솥의 추가 흔들리는 소리도 정겹다.
어린 시절 잠결에 어렴풋 들었던 도마 소리, 코끝으로 쓰윽 스미는 맛있는 냄새. 엄마의 부엌에서 들리던 소리와 냄새다. 호텔에서는 절대 흉내 낼 수 없는 것들, 오늘 아침 나의 가족들에게 전하는 나만의 선물이다. 덜 깬 잠 너머로 옅은 미소가 지어졌으면 한다.
매 끼니를 사 먹어야 하니 마땅히 먹을 것도, 혼밥 할 용기도 없었다. 밥을 안 한다는 것이 몸을 편하게는 해도, 마음은 방황을 하게 만든다. 평범하기 그지없는 소리와 냄새, 소박한 밥상을 두고 빙 둘러앉아 먹는 아침밥. 무얼 먹을까 고민할 필요도 없고, 가족들이 좋아하는 스타일대로 나오는 맞춤식 밥상. 매일 봐도 질리지 않는 얼굴처럼 매일 먹어도 질리지 않는 집밥이다. 얼마만인지, 집밥의 의미를 다시 한번 느끼게 되었다.
드디어 해외 입국자로서 2주간 자가 격리를 마친 딸과, 집 아닌 가족안심 숙소에서 2주간 보낸 우리 가족이 한 자리에 모였다. 힘든 시간을 잘 참고 견뎌 준 딸을 안아줄 수 있어서 좋았고, 이제야 한시름 덜어서 마음이 편안해졌다. 입에 맞는 음식을 먹어서인지 예상했던 것보다 딸은 생기 있는 표정에 통통하게 살이 올라있었다. 살이 좀 붙더라도 당분간 우리 집 식단은 딸이 먹고 싶어 하는 음식으로 정하려 한다.
내일이면 곱게 단장하고, 보고 싶었던 친구들을 만나러 간다며 들떠있는 딸. 집 밖으로 내딛는 첫발이 얼마나 특별할까 짐작된다. 2020년 전반을 힘겹게 보낸 만큼 남은 후반은 좋은 일들만 가득했으면 좋겠다. 이제 진심으로 코로나에게 안녕을 고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