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바이러스 여파로 평범한 일상을 잃어버린 지 오래다. 당연히 하던 많은 일들을 못 하게 되니 무기력해진다. 뭘 해도 즐겁지 않다. 그나마 내가 할 수 있는 것에 마음을 쏟고 무기력한 마음을 잠시 잊으려 할 뿐이다.
이맘때면 첫눈이 언제쯤 내릴지 기다려지고, 귀에 익은 캐럴송이 하루 몇 번은 들리고, 좀체 볼 수 없는 화이트 크리스마스를 또 기대하고, 올해가 가기 전 지인들과 맛있는 밥 한 끼 나누며 서로 오가는 풍경이, 한 해의 마무리와 희망 가득한 새해를 기다리는 마음이 우리를 설레게 하는 시기다.
하지만 오늘 저녁은 거리도 식당도 카페도 모두 고요했다. 날씨가 갑자기 추워진 탓도 있지만, 밖에 나오지 말라는 문자의 영향도 있는 것 같다. 나가봤자 9시 전에 식당에서 쫓겨나듯 나와야 하고, 카페는 의자를 모두 접어버려서 테이크아웃만 된다 하니 커피를 사도 어디 앉아서 마실 곳이 없다. 이렇게 해서라도 코로나 확산을 막을 수만 있다면 나 역시 기꺼이 정부 방침에 착실히 따를 생각이다.
산책을 하다가 발견한 문구 'HELLO 2021'이다. 홍대 거리 한 빌딩에 붙어있었는데, 2021이라는 숫자가 아직은 낯설었다. 정확히 33일이 지나면 거부할 수 없는 숫자. 그전에 도둑맞은 평범한 일상을 되찾고 싶지만 안 된다면, 조금 더 견디는 것쯤 문제없다(일 년도 견뎠는데). 2021 2021 2021... 읊조려 본다. 올해와 다른 새해가 되기를 바라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