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서로 이기려고 하다가, 결국 둘 다 지고 말았어"
K는 얼마 전에 이혼했다.
결혼한 지 고작 3개월 만의 일이었다.
그녀는 외모가 아름다웠으며, 일을 처리하는 과정이 명석했고, 특유의 밝은 에너지로 언제나 대인 관계에 있어 넉넉하게 사람들의 고민을 들어주던 사람이었다. 이처럼 그동안 수많은 사람들과의 복잡한 관계에서도 큰 문제없이 높은 스코어로 승승장구하던 그녀가, 고작 단 한 명의 남자를 상대하는 결정적인 게임에서 무너진 것이다.
그녀는 결혼생활이 끝난 원인이 대부분 남자 쪽에 있다고 했다. 물론 자신도 어느 정도의 책임이야 있겠지만, 남자의 폭력성과 부모를 향한 심각한 의존성으로 시작된 부부싸움의 이야기를 듣다 보니 절로 고개가 끄덕여지는 것이었다. 결혼 전에는 한없이 다정한 척 연기하던 남자는, 결혼 후에 완전히 돌변했다.
그 뒤로 한참 이어진 넋두리 끝에 그녀는 "서로 이기려고 하다가, 결국 둘 다 실패하고 말았어"라고 힘없이 말했다. <무엇에 대해> 실패한 것인지 물어보고 싶었지만, 그녀를 머리 아프게 하고 싶지 않았기 때문에 입을 꾹 닫고 끝까지 들어주었다. 부모님에 대한 죄송함, 그것이 가장 큰 아픔이라고 했다. 부모님을 발음할 때, 그녀는 울먹거렸다. 요새는 다들 이혼하고 그런다더라, 라는 말도 안 되는 소리를 위로랍시고 내뱉었으나, K는 크게 신경 쓰지 않았다. 아마, 주변에서 수없이 했던 말이기 때문이겠지.
나는 그녀가 무엇에 실패했나 거듭 곱씹어 보았다. 그녀가 그렸을 소박하고 아름다웠을 ‘결혼생활계획’에 대한 실패인 걸까, 아니면 티 없이 말끔하게 정리하며 걸어온 스스로의 삶에 오점이 생겼다는 자책의 푸념인 걸까, 어쨌거나 스스로 실패했다고 말하는 그녀는, 슬프다기 보단 몹시 아쉬운 것처럼 느껴졌다.
벌써 3개월 전의 일이다.
그녀는 여전히 직장에서 승승장구하고 있다. 다만, 전에 비해 많은 것을 내려놓았다고 했다. 나는, 응원한다고 했다. 무엇에 대한 응원인지는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