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헤어질 결심>을 보고 작성한 에세이 입니다.
미정
2년 흠모했고, 7년이 흘렀다.
마지막 밤, 님을 택시에 태워 보냈을 때
이게 님을 보는 마지막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조심히 들어가세요.”
나는 택시 뒷문을 닫아 주었고, 님은 창문을 내려 잘 가라고 답해주었지만
또 보자는 얘기는 서로 하지 않았다.
택시가 사거리를 돌아 시야에서 사라질 때까지
점점 작아지는 님의 뒷모습을 바라봤다.
님은 돌아보지 않았고, 나는 계속 서 있었다.
떠나는 순간은 모든 것이 빨랐다.
택시도. 추억도. 마음도.
님을 만남 건 세 번째 회사에서였다.
나는 대리였고, 님은 팀장이었다.
회사는 형편없었고, 팀장은 그런 회사 단점을 잊게 할 만큼 좋은 사람이었다.
그래, 모두에게 좋은 사람.
나는 그런 팀장의 따스함이 좋았다.
1년 후, 더 이상 못 버티고 이 회사를 나간다고 했을 때
“너만큼 믿을 사람이 없어, 남아주었으면 좋겠어.”
팀장은 내 대답을 기다리면서 나를 바라봤다.
엘리베이터 안에는 팀장의 향수로 달콤함이 가득 차 있었다.
내가 필요하다는 사람과 함께 단둘이 있는 이 공간
그 순간만큼은 지금이 영원했으면 좋겠다 생각했다.
"네"
1층에서 4층까지 올라가는 그 짧은 순간을 위해
나는 형편없는 회사에서 2년을 버렸다.
7년이 지나.
휴대폰을 꺼내 그간 나누었던 대화를 삭제했다.
항상 내가 먼저 물어봤고, 님은 언제나 친절하게 답해주었다.
전화번호를 지우는 건 이번이 세 번째.
님의 전화번호를 적어둔 수첩도, 컴퓨터에 저장된 연락처도 모두 미리 없애놓았다.
내 결심이 옳은지, 지금이 바로 그 타이밍이었는지
고민할 시간을 나에게 주고 싶지 않았다.
추억은 시간이 지나면 흐릿해지지만, 데이터의 기록은 영원하고 선명하니까.
지우지 않으면 다시 추억에 구속되어 버리겠지.
버릴 줄도 알아야 비로소 새로 채워 넣을 수도 있다.
인연이 흘러갈 수 있다는 걸 알게 되건 7년 전.
흘러간 인연을 인정하고 떠나보낼 수 있게 된 건 오늘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