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뻐서 흘린 눈물
워킹맘이 되고 나서 첫 야근을 하던 날,
남편에게 연락해서 오늘 저녁을 맡아달라고 했다.
아이와 저녁을 먹고 씻기고 놀아주는 그런 저녁 말이다.
그렇게 부탁을 하고 나서도 마음 한편이 무거워서 비장한 각오로 사무실로 돌아가 일을 시작했다.
정신없이 일을 하다가 저녁을 먹으러 밖으로 나와 밥 한 숟가락 뜨는데 묘한 감정들이 쏟아져 내려왔다.
남편과 아이가 보낼 저녁에 늘 있던 내가 없다는 것, 그 감정들은 불안감과 미안함이었다.
감정들을 세세히 느낄 틈도 없이 서둘러 저녁을 먹고 일을 마무리 한 뒤 퇴근을 했다.
늦은 저녁, 어둠이 깔린 도로는 이상하게도 낯설었다.
내가 이런 밤공기를 느낀 적이 최근에 있었던가?
아이와 함께 9시면 잠드는 일상 속에 있다가 보니 이런 당연함도 낯설게만 느껴졌다.
현관문 앞에서 자 아이의 웃음소리가 살포시 들렸다. 아이와 장난치는 남편의 목소리 그리고 그릇들이 부딪히는 설거지 소리…
그 소리들이 날 안심시켰다.
그리고 문을 열고 들어서자마자 나는 펑펑 울었다.
기뻐서,
기뻐서 울었다.
내가 없는 저녁도 이렇게 평화로울 수 있구나
여느 날과 다름없이 맛있는 저녁을 먹고 즐겁게 놀이를 하고 잠들 준비를 하는, 그런 평화였다.
나는 그런 평화는 나 하나 빠지게 되면 사라질 신기루라고 생각했다.
내가 붙잡아 두지 않으면 영영 달아날 신기루.
하지만 그렇지 않았다.
눈물과 함께 내 어깨에 가득 올려져 있던 어떤 짐들이 스르르 녹아내렸다.
이런저런 감정들이 뒤엉켜 복잡했던 머릿속도 하나의 감정만 남은 채 정리되었다.
그리고 남편과 아이를 꼭 안은 채로 말했다.
고마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