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어 공부: 숙원사업
다른 중동 나라에 발령이 나서 이제 아랍어 권에서 9개월이 아니라 2년을 더 살게 되었다.
아랍어를 배워서 뜨문뜨문이라도 까막눈, 벙어리 신세는 피하자 싶다.
이런 작심은 순환근무로 나라를 바꿀 때마다 한다. 정확히 도착한 지 1달 안에 현지어 과외 선생님을 찾아서 3개월은 나름 잘하다 시들해져서 관두고 3개월 배운 걸로 다음 1-3년을 우려먹는다. 15년 간의 패턴이다.
100일을 채 못 채우고 관두지 않았다면 어쩌면 지금 태국어, 아랍어, 미얀마어, 불어, 스페인어... 현지에서... 하나, 둘, 셋, 넷, 다섯 개 국어를 섭렵... 했을지도 모른다. 문제는 초반 스퍼트와 꾸준함이 반비례한다. 질러놓고 흐지부지하는 습관이 자리 잡은 이제 아쉬워하거나 게으름을 탓하지도 않는다. "언어로 먹고살 것도 아니고" 하고 넘어간다.
고착된 게으름 합리주의자인 내게 신선한 바람을 일으킨 이가 있다.
어느 집에 초대를 받았다.
이 동료는 아랍어가 모국어인 이집트 사람. 부인은 러시아어를 주로 쓰는 카자흐스탄 사람.
밥 먹으면서 둘이 어떻게 만났냐고 물어봤다. 사내연애였다.
이 와중에 나온 이야기는 이집트 동료가 러시아어를 전혀 모른 체 카자흐스탄에 발령받아가서는 러시아어를 배우기 시작했단다. 애초부터 선생님한테 꼬박꼬박 숙제할 자신 없으니 아예 내주지 말라고 선포를 했다. 대신 자주, 일주일에 두 번 나중에는 더 자주 수업을 받았다. 4년의 노력 끝에 러시아어 공인 인증 시험을 통과했다. 읽기, 쓰기, 말하기를 총체적으로 테스트하는 이 시험은 전공자 넘는 언어 실력을 갖춰야 한다.
난 얍삽하게 물어봤다, "그럼 연애할 때니까 (그때 당시 여자 친구/지금 부인) 러시아어 연습하면서 더 가까워지고 빨리 늘었겠네요?" 돌아온 답은, "전혀 도움 안됐음." 처음에 영어를 쓰기 시작해서 오늘날까지 영어를 쓰고 아이한테도 각자의 언어로 (아랍어, 카작어) 말해서 서로 러시아어 쓸 일이 없단다.
나랑 똑같은 백지상태로 도착해서 떠날 때는 현지어 공인인증 시험 통과할 정도로 습득했다는 말이다. 유일한 차이는 꾸준함. 능력이 달리는 건 받아들이겠는데 의지가 달리는 건 받아들이면 안 되는 거 아닌가?
(그러고 보니 한 핀란드 친구는 스위스에 발령받고 4년 동안 점심시간을 쪼개어 사내에서 불어 수업을 들었고 (내가 등록했다 2번 가고 전근을 핑계로 관둔 그 수업이다.) 지금은 아프리카 불어권 나라에서 진급해서 근무 중이다.)
그들은 언어 천재가 아니다. 그들도 알고 나도 안다. 노력의 귀재일 "뿐이다." 이건 누구나 할 수 있는데 안 하는 거다.
결론은? 4년 혹은 10,000 시간 후에 난 언급한 친구들처럼 시험이나 진급으로 언어 실력을 증명해 낼 수 없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내 발로 걷어차고 나 스스로를 포기하는데 덜 성급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