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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상현 Jun 09. 2024

괴물(2023)

 


*스포일러 있습니다.


감독 고레에다 히로카즈


 영화를 보는 내내 이 두 아이들이 성인이 되면 어떤 모습일지 상상해봤다. 아이들은 일찍 철들었다. 자신의 본질에 대해 스스로 묻는 아이들. 그에 반해 영화 괴물에 어른들로 나오는 인물들은 하나같이 자신의 세계 안에 갇혀 있는 듯한 느낌이다. 아이들은 그렇게 그 세계를 깨어나 우주 멀리 비상하고 싶어 한다.     

 

 다른 여자와 온천 여행을 가 사고로 죽은 아버지를 못마땅해 하는 미나토.

미나토는 말한다. 아버지와 같이 온천 여행을 간 여자가 입은 니트는 촌스럽다고. 그런 아버지의 사진 앞에서 미나토는 어머니 몰래 중얼거리기도 한다. 나는 왜 태어 난거에요?

 돈은 많아 유복하지만 주정뱅이 아버지에게 폭언과 폭행을 당하는 요리. 그렇지만 요리는 천진난만할 정도로 밝고 주변에 아무내색하지 않으며 생활한다. 학교에서도 같은 반 아이들에게 이지메를 당하는 아이는 모든 걸 혼자 감수하고 있다.     

 

 미나토와 요리는 알고 있다. 지금 자신들이 처한 상황이 어떤지를 알고 있다. 하지만 손 내밀어 도움을 요청하지 않는다. 그들이 보는 세상은 이미 삶에 대한 동력을 견딜 만한 힘을 잃어버린 세계이다. 꿈을 꾼다. 우주가 팽창하고 인간이 원시인이 되고 다시 공룡이 나타나는 세상이 나오길 꿈꾼다. 세상이 재창조 되어 다시 태어나길 바라고 있다.     

 괴물은 누군가?     

 영화의 화두에 던진 이 물음에 나도 아이들이 괴물일거라는 착각과 선입견을 가지고 영화를 보기 시작했다. 하지만 영화는 묵직한 메시지를 던지고 기교나 장치 없이 어떤 슬픔을 던져준다. 행복은 특정한 누구를 위한 것이 아닌 누구나 행복을 느낄 수 있는 감정이라는 것. 미나토는 그 행복을 찾아 떠난다. 내내 의기소침한 미나토가 딱 한 번 행동을 실천해 자신의 행복을 찾아 떠난다. 단짝 요리와 함께.

 그날은 태풍이 불어 산사태가 났지만 미나토와 요리가 달리는 철길은 구름 한 점 없이 맑고 반짝이며 화창했다. 아이들은 언제나 웃으며 달리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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