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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Coscos May 21. 2021

그릭요거트 싹싹 긁어먹게 만드는 레시피

거기 혹시 그릭요거트 남았나요? by. 신발끈

살다 보면 수많은 속담들이 무릎을 탁 치게 하지만, 그중에서도 정말 인생의 진리라고 생각하는 말은 “개똥도 약에 쓰려면 없다”는 말이다. 정말 신기하게도 늘 주변에 널브러져 있던 것도 막상 꼭 필요한 때에는 찾기가 힘들다.


반대로 너무 많아서 문제인 경우도 종종 있다. 우리 집 냉장고 상황을 예로 들어보면, 우유가 있으면 딸기도 갈아먹을 수 있고, 라떼도 만들어 먹고, 팬케익 반죽도 만들 수 있을 것 같아 우유를 산다. 1L짜리 하나를 사서 시리얼을 말아먹으면 벌써 반을 먹어 버리니 좀 모자란 느낌이다. 그래서 용량도 크고 가격도 싼 1.8L짜리를 사면, 왠지 잘 안 먹게 되고 빨리 먹어야 한다는 의무감에 열심히 먹다가 끝에 가선 상해서 버리게 된다.


엄마가 집에서 요거트 만들기에 빠지셨을 때도 비슷하게 곤란한 상황들이 자주 벌어졌었다. 플레인 요거트를 워낙 좋아해서 요거트를 사다가 과일이랑 같이 요거트 볼도 만들어 먹고, 요거트 스무디도 자주 해 먹기 때문에 요거트 만들기를 시작하셨을 때 굉장히 좋을 줄 알았다. 물론, 처음엔 좋았다. 하지만 요거트를 별로 안 먹고 싶은 날에도 요거트는 계속 생겨났고, 가족 모두가 요거트를 점점 기피하게 되면서 홈 메이드 요거트는 끝이 나게 되었다.


혼자 살게 되면서부터는 이런 일들이 더 크게 와닿았다. 식빵 한 통도 상하기 전에 다 먹기가 은근히 힘들고, 양상추 한 통도 버리지 않으려면 부지런히 먹어야 한다. 그래서 장을 볼 때 여러 가지로 활용할 수 있는 재료를 주로 사게 된다. 샐러드로만 먹을 수 있는 양상추보다는 채 썰어서 샐러드도 만들 수 있고, 구워서도 먹고, 쪄서도 먹는 양배추를 더 자주 사는 것처럼 말이다.


특히나 직장생활을 하다 보면 집밥을 잘 챙겨 먹으려 해도, 하루 야근하고, 하루 저녁 약속이 생기고 하다 보면 집에서 밥을 먹지 않는 날이 몇일씩 생겨 버리니 이것저것 사기보다 한 가지를 사도 아주 알차게 써먹는 게 중요하다. 그렇게 몇 년을 살다 보니 한 가지 재료를 멀티로 사용하는 방법을 고민하는 게 습관이 되고, 나름의 노하우도 늘었는데 그중에 하나가 그릭 요거트다.


그릭요거트 싹싹 긁어먹게 만드는 레시피


#1

사실 그릭 요거트는 그냥 먹어도 맛있다. 과일 몇 개 올려 먹으면 더 맛있고, 그레놀라나 뮤즐리까지 넣어 먹으면 씹는 맛도 있어서 디저트로 먹기도 좋다.

딸기와 현미 뮤즐리를 올린 그릭 요거트



#2

플레인 요거트를 샀으면 왠지 하얗게 먹어야 할 것 같지만, 내가 좋아하는 가루를 넣으면 여러 가지 맛으로 질리지 않고 먹을 수 있다. 코코아 파우더를 넣으면 초코맛, 말차 가루를 넣으면 말차 요거트다. 나는 단호박 가루도 넣어보고, 내 입맛대로 찐한 말차 맛도 만들어 봤는데, 여러 시도 중에 쑥가루를 넣었던 쑥거트가 정말 맛있었다. 원하는 가루를 넣고 숟가락으로 휘휘 저어주면 되는데, 이때 더 달게 먹고 싶다면 설탕을 좀 추가하고, 설탕 대신 슈가파우더를 넣으면 그릭요거트가 더 꾸덕해진다.

쑥가루를 섞은 그릭 요거트와 바닐라 파운드



#3

요거트는 우유로 만든 것이기 때문에 신 맛이 크게 문제가 되지 않는 요리라면 크림이나 치즈 대신 요거트를 사용해도 잘 어울리는데, 그중에서도 최고의 조합은 카레다. 카레 중에는 원래 요거트가 들어간 메뉴가 있기도 하고, 요거트와 맛 궁합이 정말 좋아서 카레를 담고 위에 그릭 요거트를 조금 올려주면 치즈를 올린 것처럼 보기도 좋고, 맛은 더 좋다.

그릭요거트를 올린 마크니 커리



#4

그릭 요거트는 꾸덕한 질감 때문에 마요네즈 대신 사용하면 맛도 깔끔하고, 칼로리는 줄어들고, 칼슘 섭취는 늘어나는 효과를 볼 수 있다. 그래서 샐러드나 샌드위치 등에 사용할 수 있는데, 특히나 참치마요에 사용하면 두 배로 맛있어진다. 요거트의 신 맛이 참치의 살짝 비린 맛을 잡아주고, 느끼함도 줄어들어서 잔뜩 먹어도 부담이 없다.

그릭요거트에 버무린 참치와 토마토, 로메인을 넣은 샌드위치






살림을 하는 사람들에게 냉장고 비우기는 매번 반복되는 퀘스트 같다. 요거트 한 통을 야무지게 싹싹 비웠다면, 다음에 장을 보면서 또 사다 놓을 거고, 그러면 또 어떻게 다 먹을지를 고민한다. 혹시 다 못 먹어서 상해 버리게 되면 상한 걸 치우면서 비위가 상할 뿐만 아니라 죄책감도 느끼게 되고, 아슬아슬 하지만 못 쓰게 되기 전에 잘 먹어서 비우면 미묘한 뿌듯함을 느끼게 된다. 한 가득 장을 볼 때는 가득 찬 게 행복이고, 잘 먹어서 비워진 냉장고를 보면 홀가분한 행복을 느낀다. 오늘도 이렇게 혼자만의 냉장고 미션을 클리어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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