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년 크리스마스 전날부터 나는 부산하게 움직였다. 크리스마스이브인 어제 전화로 주문한 '딸기 생크림 케이크'를 찾으러 동네 베이커리로 향했다. 저녁 9시가 되어 모든 가족이 '딸기 생크림 케이크'에 둘러앉아, 정체불명의 노래를 부르고 크리스마스를 맞이했다.
크리스마스인 오늘 여동생과 '로스트 치킨'과 '라따뚜이'를 만들었다. 다소 엉성해 보이는 크리스마스 저녁 식사를 준비했다. '로스트 치킨'은 싱거웠지만 마늘향과 불향이 적절히 베어 들어 맛있었고, '라따뚜이'의 맛은 신선하고 산뜻했다. 우리 가족은 식사를 하면서, '크리스마스 연대기'라는 영화를 보았다. 정말 오랜만에 가족과 함께 크리스마스를 보냈다.
동생과 내가 만든 로스트 치킨
'크리스마스 연대기'는 산타클로스를 믿는 여동생 케이트와 오빠 테디가 산타가 등장하는 동영상을 찍으려다가, 진짜 산타를 만나게 되면서 벌어지는 사건과 모험을 담은 영화이다. 약 때문인지, 예능 프로그램을 보아도 나는 좀처럼 '웃지 않았다.' 예전에 비해 '웃을 일'이 많이 줄었다. 영화를 보는 동안, 어린아이처럼 영화에 빠져든 가족의 모습이 웃겼다. 병원에서 퇴원한 후 거의 처음으로 웃게 되었다.
퇴사하기 전 마지막으로 사내 상담을 받은 나는. "3개월 정도 푹 쉬고, 취업이 목표라면 부족한 스킬을 채워 취업을 하고, 공부가 목적이라면 그에 필요한 목표를 달성하면서, 1년 정도 약을 먹어야 한다."는 말을 들었다. 그런데, 나는 가끔씩 불안했다. '잡코리아' , '원티드' 등의 채용 플랫폼을 수시로 드나들었다. 그리고, '다시 사회에 복귀할 수 있겠지...?" 라며 조용히 혼자 불안에 떨었다. 사내 상담 선생님께서 분명히, "불안해하지 말라고" 말했는데... 나는 가족들 몰래 정말 조용히 혼자 불안했다.
병원에서 퇴원한 이후 나는 종 종 조용한 불안을 잠재울 수 있는 방법을 찾고 있었던 것 같다. '모양이 영 아닌 로스트 치킨'이 완성되자 사진을 찍었다. "사람은 보통 부정적인 것을 먼저 기억하고, 오래 기억한다고 했지!" 그렇다면, "이렇게 하루 한 번 행복했던 소소한 일상을 찍고, 기록하면... 불안도 사라지지 않을까!?"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