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정의 뇌과학 <믈로디노프>

감정 방향 바꾸기

by 량화수

『감정의 뇌과학』 <레오나르드 믈로디노프, 장혜인 옮김, 까치, 2022년>


“핵심 정서는 우리의 반응과 결정에 큰 영향을 미친다.”


뇌는 감각과 기억, 배경지식, 상황에 대한 직관을 종합적으로 판단하여 감정을 일으킨다. 감정은 사고 단계를 거치지는 않는다. 하지만 이성적인 사고 단계에서 감정은 중요한 요소다. 핵심 정서는 감정의 일부분으로, 신체 상태와 외부 상황에 대한 직관을 반영한다. 배고픔, 졸음, 추위, 피로, 통증 같은 감각, 신경전달물질과 신체 기관의 상태, 그리고 외부 환경(문화 활동, 위험성, 오락), 약물(술, 마약)은 핵심 정서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미친다. 평상시에는 잘 인식하지 못하지만 유쾌, 불쾌, 활력, 무기력과 같은 느낌으로 핵심 정서를 인식할 수 있다. 핵심 정서는 다른 감정과는 다르게, 항상 있는 감정이다.


핵심 정서는 몸과 마음을 이어주는 역할을 한다. 몸의 상태는 핵심 정서에 영향을 주고, 핵심 정서는 몸의 상태에 영향을 준다. 갑작스러운 위험에 처해 핵심 정서가 부정적으로 바뀌면, 속이 쓰리고 갑갑한 느낌이 들 수 있다. 뇌가 괴로우면 장도 제 기능을 하지 못하지만, 그 반대도 가능하다. 만성 불안이나 우울증 같은 심리적 장애는 대장 장애와 연관이 있다. 몸속 박테리아 환경이 바뀌면 신경질환을 일으킬 수도 있다. 뇌와 몸은 하나이며, 독립적이지 않으며, 완전히 통합된 유기적인 단위다. 자신의 뇌에 다른 사람의 몸을 연결하는 머리 이식 수술을 한다면, 핵심 정서가 변하고 건강과 심리 전반에 큰 변화가 일어난다. 그래서 수술 전, 후의 나는 ‘같은 나’가 아니다.


핵심 정서는 의사 결정에도 큰 영향을 미친다. 가석방 심판관들의 가석방 승인율을 조사한 결과(평균 경력 22.5년, 심판관 8명, 사건 1,112건), 심판관들의 휴식 시간 직전과 업무 종료 직전에는 다른 시간대에 비해 가석방 승인율이 매우 낮았다. 그때는 몸의 피로도가 높아져서 핵심 정서가 좋지 않은 상태이기 때문에 부정적인 결정을 하게 될 확률이 높아진 것이 원인이었다. 심판관들이 이 원인 분석에 대해 수긍하지 않았듯이, 우리는 보통 핵심 정서의 영향을 잘 깨닫지 못한다.


뇌는 방금 일어난 일을 평가하는 단계를 거쳐 감정적 반응을 일으킨다. 평가는 무의식적, 의식적 수준에서 발생한다. 평가 단계에서 발생한 감정을 무시하거나 왜곡할 수는 없다. 하지만 상황을 보는 방식을 다르게 하면 이미 발생한 감정의 방향을 바꿀 수 있다. 불친절한 점원에게 원망스러운 감정이 들 때, ‘손님이 많아서 힘든가 보다’ 하고 그 점원을 동정할 수 있다. 돈 자랑하는 사람을 보고 불쾌한 감정이 들 때, ‘일이 재미없어서 자신이 없나 보다’ 하고 안타까워할 수도 있다. 사건을 이해하는 방식을 바꾸면 부정적인 감정을 줄일 수 있다. 이렇게 유도된 사고를 재평가라고 한다. 재평가한다고 해서 부정적인 감정이 완전히 사라지는 것은 아니지만, 긍정적으로 재평가하면 사물을 부정적으로 보는 성향을 완화할 수 있다. 모든 경우에 재평가가 효과적인 것은 아니다. 감정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수용, 감정을 솔직하게 얘기하거나 적어 보는 표현 방법이 나을 때도 있다.


감정 조절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자각이다. 상태를 정확하게 알아야 조절의 방향을 정할 수 있다. 자신의 감정에 집중하면, 감정을 인지하고 관찰할 수 있다. 이것은 명상에서 이야기하는 ‘알아차림’과 유사하다. 감정을 회피하지 않고 마주하면서 조절 연습을 반복하면, 감정 조절자가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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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정과 이성은 순환 관계다. 감정은 이성에 영향을 주고, 이성은 감정에 영향을 준다. 이런 구조에서는, 감정이나 이성의 반응에 변화를 주지 않으면 성향을 바꿀 수 없다. 감정은 스스로를 제어할 수 없지만, 이성은 가능하다. 평가 단계에서 발생한 감정은 이성적인 재평가 과정을 거쳐 감정의 방향을 바꿀 수 있다. 재평가의 핵심은 기존과는 다르게 생각해야 한다는 것이고, 다른 생각은 결국 새로운 경험과 지식에서 나온다. 배경지식이 쌓이면 평가 단계에서 발생하는 감정이 변하고, 이는 자신의 성향에 영향을 준다.


핵심 정서가 부정적일 때는 의사결정이나 약속을 미루는 것이 좋다. 배고프면 먹고, 피곤하면 쉬고, 추우면 따뜻하게 해서 몸을 회복하는 게 우선이다. 하지만 어쩔 수 없이 해야 한다면, 나의 결정과 행동이 부정적으로 표출될 수 있다는 것을 감안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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