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심을 외면한 권력의 최후, 광화문에서 들려오는 경고음"
"민심을 외면한 권력의 최후, 광화문에서 들려오는 경고음"
2025년 9월, 히말라야 산맥 너머 네팔에서 벌어진 일련의 사건들은 단순한 한 국가의 내정 불안으로 치부하기에는 너무나 강력한 메시지를 담고 있다. 네팔 정부가 페이스북, 유튜브, 인스타그램 등 26개 SNS 플랫폼을 전면 차단한 것이 도화선이 되어, Z세대가 주축이 된 대규모 반정부 시위가 폭발했다. 그 결과 카드가 프라사드 올리 총리가 사임하고, 의회가 해산되며, 51명의 사망자와 1,368명의 부상자가 발생하는 참혹한 상황이 벌어졌다.
표면적으로는 SNS 차단에 대한 젊은 세대의 반발로 보이지만, 그 이면에는 2008년 공화정 선포 이후 네팔을 지배해 온 좌파 성향 정권들의 구조적 부패와 족벌주의에 대한 누적된 분노가 자리하고 있다. 특히 '네포 키즈(Nepo Kids)'라 불리는 권력자 자녀들의 사치스러운 생활이 SNS를 통해 노출되면서, 20%대의 청년실업률에 시달리는 젊은 세대의 상대적 박탈감이 극에 달했던 것이다.
네팔의 사례에서 주목해야 할 점은 좌파 정권의 구조적 한계다. 인구 3,200만 명, 한국의 1.5배에 달하는 14만 7,181㎢ 면적의 히말라야 국가 네팔은 1768년 통일 왕국으로 시작해 2008년 군주제를 폐지하고 연방 민주공화국으로 전환한 독특한 역사를 가지고 있다.
힌두교도가 81%를 차지하는 이 나라는 세계에서 거의 유일하게 공산당이 민주적 선거를 통해 집권하고 있는 국가로, 원내에만 3개의 공산당이 존재한다. 2025년 기준 네팔의 명목 국내총생산(GDP)은 약 460억 달러이며, 1인당 GDP는 약 1,457달러로 상대적으로 낮은 수준이다.
네팔 공산당(통일 마르크스-레닌주의), 네팔 공산당(마오주의 센터), 네팔 공산당(사회주의) 등이 정치 지형의 주축을 이루고 있지만, 이들 좌파 정당들은 명목상 국민을 위한 정치를 표방하면서도 실제로는 소수 정치 엘리트들의 권력 독점과 부패 구조를 고착화시켜 왔다. 특히 중국과의 긴밀한 경제 협력을 추진해 온 올리 정권은 중국의 일대일로(BRI) 프로젝트에 적극 참여하면서도, 정작 국민들의 삶은 개선되지 않았다.
2025년 기준 명목 GDP 약 460억 달러, 1인당 GDP 1,457달러로 여전히 최빈국 수준에 머물러 있으며, 전체 인구의 20% 이상이 빈곤층이다. 특히 15-24세 청년실업률이 20%를 넘나드는 상황에서 권력층의 호화로운 생활과의 괴리는 젊은 세대들의 분노를 증폭시키는 주요 원인이 되었다.
이번 네팔 시위에서 가장 인상적인 것은 Z세대의 조직력과 정치적 역량이다. Z세대는 대략 1990년대 중반부터 2010년대 초반 사이에 태어난 세대를 뜻한다. 이들은 디스코드(Discord)를 통해 임시 총리를 선출하고, 인스타그램을 컨트롤 센터로 활용하며 시위를 조직했다.
디스코드는 음성 통화, 영상 통화, 텍스트 메시지, 미디어 공유 등 다양한 소통 방식을 지원하는 인스턴트 메신저이자 소셜 플랫폼이다. 물론 해당 디스코드 투표에 네팔 시민이 아닌 외국인도 참여할 수 있었다는 한계가 지적되기도 했지만, 이러한 디지털 플랫폼을 통한 정치 참여는 기성 정치권이 예상하지 못한 새로운 형태의 민주주의 실험이었다.
영국인 유튜버 wehatethecold가 현장에서 촬영한 영상들이 약 2,200만 조회수를 기록하며 전 세계의 관심을 끈 것도, Z세대가 주도하는 이번 시위의 글로벌한 파급력을 보여준다. 이들은 더 이상 기성 언론이나 정부의 일방적 정보 제공에 의존하지 않고, 직접 현실을 기록하고 공유하며 연대하는 새로운 정치 주체로 부상하고 있다.
시위 과정에서 대통령 관저와 총리 공관, 국회의사당, 대법원 등 국가 주요 기관이 연이어 불에 타는 극단적 상황이 벌어졌다. 람 찬드라 파우델 대통령이 헬리콥터로 긴급 피신하고, 셰르 바하두르 데우바 전 총리가 자택에서 폭행을 당하는 등 정치 엘리트들에 대한 직접적 응징이 이어졌다.
네팔의 사례는 현재 한국의 정치 상황과 여러 측면에서 유사한 패턴을 보여준다. 한국 역시 젊은 세대가 다양한 정치적 이슈에 대해 광화문 등에서 지속적으로 시위를 벌이고 있지만, 주류 언론의 보도 비중은 상대적으로 낮은 상황이다. 한국언론진흥재단의 2024년 언론수용자 조사에 따르면, 20-30대의 74.3%가 주요 뉴스를 유튜브나 SNS를 통해 접한다고 응답했다.
더욱 우려스러운 것은 한국에서 추진되고 있는 일련의 정책들이다.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개정안(일명 노란 봉투법), 상법 개정안 등 기업 활동에 영향을 미치는 법안들이 논의되면서 경제계의 우려가 커지고 있다. 특히 한미 관계에서 나타나는 복잡한 양상은 주목할 만하다.
한국무역협회 자료에 따르면, 최근 한미 통상 관계에서 일부 품목의 관세율 조정이 논의되고 있으며, 이는 국내 산업에 상당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분석이 제기되고 있다. 또한 대규모 해외 투자 계획들이 진행되면서 투자 조건과 방식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세계 1위 경쟁력을 자랑하는 한국 조선업의 경우, 해외 진출 과정에서 기술 유출과 산업 생태계 변화에 대한 업계의 걱정이 커지고 있다.
정치적 차원에서는 더욱 민감한 이슈들이 제기되고 있다. 특별검사법 연장 논의, 사법부 내 특별 재판부 설치 논의 등이 정치권의 뜨거운 쟁점이 되고 있다. 야당 측에서는 이를 정치적 탄압의 수단이라고 비판하고 있으며, 여당 측에서는 정의 실현을 위한 필요한 조치라고 반박하고 있다.
검찰 조직 개편 논의도 뜨거운 감자다.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확대 개편과 관련해 대통령 소속 기관 신설, 법무부 산하 공소 전담 기구 설치 등이 검토되고 있다는 보도가 나오면서, 이에 대한 찬반 논란이 격화되고 있다. 또한 감사원의 정책 감사 범위 조정 논의도 행정부 견제 기능 약화 우려를 낳고 있다.
이러한 일련의 변화들이 권력 구조의 근본적 변화를 의미한다는 분석과 함께, 일부에서는 이것이 민주주의 견제와 균형 원리를 훼손할 수 있다는 우려를 제기하고 있다.
네팔 정부의 SNS 차단이 시위의 직접적 도화선이 되었다는 점은 정보 소통의 중요성을 보여준다. 디지털 시대에 정보 접근을 차단하거나 통제하려는 시도는 오히려 더 큰 반발을 불러올 수 있다는 교훈을 제공한다.
한국에서도 정보 생태계의 변화가 뚜렷하다. 젊은 세대들은 기성 언론보다는 개인 미디어나 소셜 플랫폼을 통해 정보를 얻고 의견을 형성하는 경향이 강해지고 있다. 이러한 변화 속에서 전통적인 정보 전달 방식의 한계가 드러나고 있으며, 세대 간 정보 격차도 확대되고 있다.
특히 대규모 집회나 시위에 대한 언론 보도의 편차는 정보 수용자들 사이에서 언론에 대한 신뢰도 하락으로 이어지고 있다. 이는 사회적 소통의 근간을 흔들 수 있는 위험한 신호로 해석될 수 있다.
역사적으로 볼 때, 민심의 변화를 감지하지 못하거나 외면하는 정권들은 예상보다 빠른 변화의 소용돌이에 휘말리게 된다. 1987년 6월 항쟁 등 한국 현대사의 주요 전환점들은 모두 국민들의 자발적 참여에 의해 이루어졌다. 특히 젊은 세대가 주도한 정치 변화는 기성 정치권의 예상을 뛰어넘는 파급력을 발휘해 왔다.
네팔 시위에서 주목해야 할 것은 시위대가 단순히 정권 교체를 요구한 것이 아니라, 부패와 특권, 불평등 자체에 대한 근본적 거부감을 표출했다는 점이다. 이는 단순한 정치적 불만을 넘어서는 사회 구조적 변화에 대한 열망을 의미한다.
현재 네팔에서는 수실라 카르키 전 대법원장이 임시 총리로 취임하여 내년 3월 조기 총선을 준비하고 있다. 73세인 카르키는 네팔 첫 여성 지도자가 되었으며, 청렴한 인물로 평가받고 있다. 이러한 변화는 젊은 세대의 요구가 실제 정치적 결과로 이어질 수 있음을 보여주는 사례다.
더욱 주목할 점은 한국의 상황이 네팔보다 훨씬 복잡하고 잠재적 폭발성을 내포하고 있다는 것이다. 중국이 한국을 초한전(超限戰,Unrestricted Warfare, 한계를 넘어서는 무제한 전쟁 전략) 형태로 반미·반일 친중 국가로 만들기 위해 정치권과 경제계에 대한 광범위한 매수와 투자, 그리고 각종 선거 개입 등 부정선거 의혹 등을 통해 체계적으로 영향력을 확대해 왔다는 분석이 제기되고 있다.
이는 단순한 경제적 의존을 넘어서는 국가 주권과 민주주의 근간을 위협하는 수준으로, 네팔과는 비교할 수 없을 만큼 심각한 상황이라 할 수 있다. 이러한 구조적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다면, 젊은 세대의 분노는 네팔보다 더 큰 파괴력으로 분출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네팔의 청년 시위가 한국에 던지는 메시지는 분명하다. 디지털 네이티브 세대의 정치적 각성은 기존 정치 질서에 근본적 변화를 요구하고 있으며, 이러한 요구를 외면하거나 억압하려는 시도는 예상치 못한 결과를 낳을 수 있다는 것이다. 세계의 모든 공산주의를 내세우는 국가는 거의 모두 결국 일인 일당 독재화되어 국민은 착취의 대상일 뿐이다.
물론 한국의 정치 상황이 네팔과 동일하다고 볼 수는 없다. 한국은 더 성숙한 민주주의 제도와 시민사회를 갖추고 있으며, 법치주의 전통도 상대적으로 견고하다. 하지만 젊은 세대의 정치적 각성과 참여 의지, 그리고 불공정에 대한 문제의식은 국경과 체제를 초월하는 공통분모를 보여주고 있다.
특히 경제적 불안정과 사회적 불평등이 확대되는 상황에서, 정치권이 권력 유지와 구조 개편에만 몰두한다면 민심의 이반은 가속화될 수밖에 없다. 투명한 소통과 공정한 기회 제공, 그리고 미래 세대를 위한 지속가능한 정책 개발이야말로 정치적 안정의 토대가 될 것이다.
네팔에서 일어난 변화는 작은 나라의 먼 이야기가 아니다. 글로벌화된 세상에서 한 지역의 정치적 격변은 순식간에 전 세계로 확산될 수 있으며, 특히 같은 고민을 안고 있는 사회에는 더욱 강력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역사의 거대한 흐름은 자유민주주의와 인간의 존엄성을 향해 나아가고 있다. 이러한 시대정신에 역행하는 것은 비단 한국의 일부 정치 세력만이 아니다. 북한의 세습 독재, 중국의 일당 전체주의, 러시아의 신권위주의 등 민주주의를 억압하고 권력을 독점하려는 모든 시도들은 결국 역사의 심판을 받게 될 것이다.
네팔의 Z세대가 보여준 것처럼, 자유를 갈망하는 인간의 본성은 어떤 억압과 통제로도 영원히 가둘 수 없다. 네팔 젊은이들의 외침에 귀 기울이지 않는다면, 그 메아리는 예상보다 훨씬 가까운 곳에서, 그리고 예상보다 훨씬 강력하게 울려 퍼질지도 모른다.
칼럼니스트 박대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