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로봇 시대에 역행하는 구시대적 집단, 해체를 논할 때가 됐다
2025년 11월, 민주노총이 쿠팡 새벽배송 금지를 외치며 다시 한번 사회적 논쟁의 중심에 섰다. 그러나 정작 새벽배송의 주축인 위수탁 택배기사(개인사업자)들의 93% 이상이 금지에 반대하고, 2천만 명의 소비자가 이를 생활 필수 서비스로 이용하며, 기업 역시 핵심 경쟁력으로 삼고 있는 현실에서 민주노총만이 홀로 '노동자 건강권'을 내세워 전면 금지를 고집하고 있다.
이는 단순한 의견 차이가 아니다. 민주노총이 자신들의 보호 대상도 아닌 자영업자들의 생존권까지 위협하며 정치적 제단에 바치려 한다는 섬뜩한 증거다.
물론 야간 노동이 노동자 건강에 미치는 부정적 영향은 엄연한 과학적 사실이다. 국제암연구소(IARC)는 야간교대 근무를 발암 가능 물질(2A군)로 분류했고, 택배기사의 과로사 문제는 반드시 해결해야 할 사회적 과제다. 이에 대해 정부와 전문가들도 야간배송 근무 조건을 개선하면서 지속 가능성을 모색하는 방향, 즉 단순 금지보다 합리적 개선 방안 마련을 주문하고 있다.
그럼에도 민주노총의 접근법은 문제 해결이 아니라 정치적 자기 과시에 가깝다. 현장 노동자들의 실제 의사는 무시한 채, 상징적 투쟁을 통해 존재감을 드러내려는 전형적인 정치화 양상이기 때문이다.
2025년 10월 쿠팡파트너스연합회(CPA)가 위수탁 택배기사를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는 충격적이다. 응답자의 93.7%가 새벽배송 금지에 반대했고, 이들은 '새벽배송이 생계의 핵심 수단'이라고 밝혔다. CPA는 쿠팡의 물류 자회사와 위수탁 계약을 맺은 '개인사업자' 신분의 택배기사(퀵플렉서)들을 주축으로 구성된 단체다.
쿠팡의 직고용 택배기사 노조 역시 민주노총의 주장에 반대하며, '민주노총 탈퇴 이후 보복 차원의 금지 요구'라고 비판했다. 결국 민주노총은 자신들의 조합원도 아닌 자영업자 택배기사들의 영업권을 침해하면서까지 정치적 투쟁을 강요하고 있는 셈이다.
고용노동부 통계에 따르면 2024년 기준 민주노총 조합원 수는 약 109만 명으로 전체 노조 조합원 272만 명의 40.4%를 차지한다. 그러나 문제는 민주노총 내 야간 배송 종사자 비율이 극히 낮다는 점이다. 결국 현장 경험이 부족한 조직이 '대리 투쟁'의 명목으로 정작 당사자들이 원치 않는 정책을 관철하려는 형국이다. 민주노총이 과거 노동권 신장에 기여한 바가 있다 해도, 현재의 행태는 노동자 보호라는 본연의 사명과 동떨어져 있다.
민주노총에 대한 근본적 의구심은 안보 영역에서도 제기된다. 2024년 11월 수원지법은 민주노총 전 조직쟁의국장 석 모 씨에게 징역 15년을 선고했다. 그는 2017년부터 2022년까지 북한 문화교류국의 지령을 받아 102회에 걸쳐 지령문을 수신하고, 민주노총 위원장 선거 동향, 평택미군기지·오산공군기지 정보 등을 수집해 북한에 전달한 혐의를 받았다. 2025년 5월 항소심에서 형량은 9년 6개월로 감경됐고, 같은 해 9월 대법원은 이를 확정했다.
재판부는 '민주노총이 비밀조직에 의해 장악된 것으로 보기 어렵다'라고 선을 그었지만, 이것이 본질을 흐려서는 안 된다. 대한민국 체제를 부정하는 세력이 핵심부에서 활개 칠 수 있도록 사상적 토양을 제공해 온 민주노총의 정체성 자체가 문제이기 때문이다.
자유민주주의의 혜택을 누리며 그 체제를 전복하려는 세력에게 '노동조합'이라는 합법적 간판을 빌려준 책임을 묻지 않을 수 없다. 민주노총 전체를 간첩 조직으로 포괄적으로 규정할 수는 없지만, 이러한 심각한 사건이 발생할 수 있었던 조직 문화와 감시 체계의 부재는 분명히 비판받아야 한다.
2025년 8월 24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노란 봉투법(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개정안)은 민주노총이 이재명 정권에 제시한 '청구서'의 결정판이다. 이 법은 사용자 범위를 '실질적 지배력을 행사하는 자'로 확대하여 원청의 하청 노동자에 대한 책임을 강화하고, 파업으로 인한 손해배상 청구를 대폭 제한했다.
그러나 이 법의 진짜 위험은 따로 있다. 파업의 대상을 사실상 무제한으로 열어젖혔다는 점이다. 과거에는 임금·근로조건 협상이 주된 파업 사유였지만, 이제는 기업의 미래 투자 결정이나 신규 공장 설립, 구조조정, 해외 이전 같은 고도의 경영 판단까지 노조의 동의를 구해야 할 판이다. 이는 사적 자치와 재산권을 근간으로 하는 시장경제 질서에 대한 정면 도전이다. 기아 노조가 미국 투자 계획을 임금 교섭안에 올린 것은 이 법이 가져올 '노조 경영 개입 시대'의 예고편일 뿐이다.
주한외국기업연합회(KOFA)가 외국인 투자기업 100개사를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에서 35.6%가 '투자 축소 또는 한국 철수를 고려한다'라고 답했다. 한국경영자총협회를 비롯한 경제 6 단체는 '산업 생태계 붕괴와 일자리 위협'을 경고했고, 주한유럽상공회의소는 '기업인을 잠재적 범죄자로 만드는 법'이라며 '코리아 보이콧' 가능성까지 언급했다. 법 통과 직후 HD현대중공업·HD현대미포조선·현대차·한국 GM 등이 연이어 파업에 돌입한 것은 우연이 아니다.
챗GPT와 양자컴퓨팅, 휴머노이드 로봇이 산업 지형을 근본적으로 바꾸고 있는 시대에 민주노총은 여전히 20세기 투쟁 방식에 매몰되어 있다. 세계경제포럼(WEF)의 '2025 일자리의 미래 보고서'에 따르면 향후 5년간 전 세계적으로 9,200만 개의 일자리가 AI와 자동화로 대체될 전망이다. 노동시장의 유연성과 재교육 역량이 국가 경쟁력을 좌우하는 시대가 도래한 것이다.
독일의 IG메탈은 2018년 '직무급제 전환 협약'을 체결하고 근로자 재교육 프로그램에 연간 2억 유로를 투자한다. 일본의 렌고(連合)는 '동일노동 동일임금' 원칙 아래 연공서열형 임금체계를 점진적으로 직무급제로 전환하고 있다. 로봇과 공존하며 새로운 시대에 적응하려는 노력이다. 그러나 민주노총은 정반대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다. 정년연장 65세 법제화를 강력히 요구하면서도 임금체계 개편에는 '중장년층 임금을 깎으려는 것'이라며 반대한다.
한국은행 보고서에 따르면 2013년 정년 60세 의무화 이후 고령층(55~59세) 고용률은 1.8% p 상승한 반면, 청년층(23~27세) 고용률은 6.9% p 하락했다. 임금체계 개편 없는 정년연장이 세대 간 일자리 대체를 초래한 것이다. 이는 '변화 거부'가 아니라 '미래 세대에 대한 약탈'이다. 청년들이 들어가야 할 일자리 문을 걸어 잠그고, 그들이 감당해야 할 연금 폭탄만 키우는 행태다. AI 시대에 쇠파이프 투쟁이라니, 박물관에나 가야 할 구시대의 유물이 한국 경제의 발목을 잡고 있다.
민주노총 산하 전국언론노동조합은 KBS·MBC 등 공영방송에서 상당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한국기자협회 자료에 따르면 주요 언론사 기자들의 정치적 성향은 좌파 60%, 중도 25%, 보수 15%로 나타났다. 이는 '취재 거부 언론사' 지정 등을 통해 비우호적 언론을 배제해 온 전략이 일정 부분 효과를 거두고 있음을 시사한다.
안토니오 그람시가 제창한 '진지론(陣地論)'의 관점에서 보면, 민주노총은 교육(전교조)·노동(민주노총)·언론(언론노조)이라는 핵심 진지를 장악하여 특정 정치 세력의 헤게모니 확립에 기여하는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이재명 정부가 출범하자마자 노란 봉투법·방송 3 법 등을 밀어붙인 것은 이러한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다. 물론 언론인 개인의 정치적 성향은 존중받아야 하지만, 조직적 차원에서 특정 이념에 편향된 보도 환경을 조성하는 것은 건전한 민주주의와 거리가 있다.
노동조합의 존재 자체를 부정할 수는 없다. 산업화 시대 이래 노동자의 권익 보호와 사회적 형평성 제고에 노조가 기여한 바는 분명히 존재한다. 독일의 공동결정제도나 북유럽의 사회적 대화 모델처럼, 건전한 노사관계는 경제 발전과 사회 안정의 토대가 될 수 있다. 민주노총 역시 과거 권위주의 정권 시절 노동권 신장에 일정한 역할을 했음을 부인하기는 어렵다.
그러나 오늘날 민주노총의 행태는 이러한 역사적 기여와 동떨어져 있다. 현장 노동자의 의사를 무시한 정치 투쟁, 핵심 간부의 간첩 활동이 가능했던 조직 문화, 경제 생태계를 교란하는 반시장적 법안 관철, AI 시대에 역행하는 경직된 노동관, 그리고 특정 정치 세력의 행동대 역할까지—민주노총이 보여온 행태는 단순한 '개혁' 차원에서 다룰 수 없는 수준에 이르렀다.
조합원 내부에서도 변화의 조짐이 감지된다. 민주노총 자체 설문조사에서 40.8%가 '투쟁이 효과적이지 않다'라고 답했고, 56.6%는 '국민적 신뢰와 호감이 낮다'라고 평가했다. 조합원 수도 2022년 대비 1만 3천 명 감소해 한국노총에 제1노총 자리를 내주었다.
쿠팡 새벽배송 반대 논란은 민주노총의 본질적 문제를 여실히 드러낸 사례다. 이제 국민은 물어야 한다. '민주노총, 정말 왜 있어야 하나?' 노동자 보호라는 명분 뒤에 숨은 정치적 욕망이 대한민국의 헌법적 가치—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 질서—를 파괴하는 것을 더 이상 방관해서는 안 된다. 스스로 혁신하지 못한다면,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지게 하는 것이 국민의 명령이다.
칼럼니스트 박대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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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참고자료: 고용노동부 '전국 노동조합 조직현황'(2024), 수원지방법원 2024. 11. 6. 선고 2023 고합 273 판결, 대법원 2025. 9. 25. 선고, 주한외국기업연합회(KOFA) 투자기업 설문조사(2025.8), 세계경제포럼 '일자리의 미래 보고서'(2025), 한국은행 '초고령사회와 고령층 계속근로 방안' 보고서, IG Metall 연간보고서(2024), 日本労働組合総連合会(連合) 운동방침, 매일경제·한국경제·서울경제 등 언론 보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