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동혁·김민수, 외부보다 버거운 내부와 싸우다
부제: 장동혁·김민수, 외부보다 버거운 내부와 싸우다
물리학에서 원운동을 설명할 때 반드시 등장하는 개념이 구심력과 원심력이다. 끈에 매달린 돌멩이를 머리 위로 빙빙 돌릴 수 있는 이유는 끈이 돌을 중심 방향으로 끌어당기는 구심력 때문이다.
만약 이 끈이 끊어지면 돌은 곧장 바깥으로 튕겨나간다. 반면 원심력은 회전하는 물체 안에서 느끼는 관성에 기인한 가상의 힘이다. 중요한 것은 원심력은 구심력 없이 존재할 수 없다는 점이다. 물체가 원운동을 하지 않으면 원심력도 발생하지 않는다.
이 물리 원리를 정치에 대입하면 현재 국민의힘이 처한 상황이 명확해진다. 구심력은 정당의 핵심 지지층을 단단히 결집시키고 중심을 잡아주는 힘이다. 원심력은 외연 확장, 중도층 흡수를 통해 당의 세력을 넓히려는 힘에 비유할 수 있다.
문제는 순서다. 구심력이 확고해야 원심력도 안정적으로 작동한다. 중심을 잡아주는 힘이 약한 상태에서 바깥으로 뻗어나가면 물체는 궤도를 이탈해 흩어져버린다.
2026년 6월 지방선거까지 7개월 남짓 남은 시점에서 국민의힘의 지지율은 리얼미터 기준 34.8%, 한국갤럽 기준 24% 수준에서 정체 상태다. 중도층에서도 민주당 44% 대 국민의힘 16%로 약 3배 격차가 벌어져 있다.
지난 대선에서 17개 광역자치단체 중 11곳에서 민주당 후보에 밀렸고, 서울 25개 자치구 가운데 김문수 후보가 앞선 곳은 4곳에 불과했다. 2022년 지방선거에서 12곳을 석권했던 것과 비교하면 격세지감이다.
지난 6월 3일 대선은 국민의힘 내부의 민낯을 적나라하게 드러냈다. 김문수 후보는 당내 경선을 정정당당하게 거친 공식 후보였다. 그러나 대선을 함께 치러야 할 인사들의 행태는 참담했다. 한동훈 전 대표는 마지못해 막바지에야 선거 유세에 얼굴을 비췄을 뿐, 그 와중에도 대선 이후 당권 재장악을 노린 당원 가입 운동에 더 열심이었다.
경선에서 패배한 홍준표는 아예 호주로 떠나 남의 일 보듯 방관하며 내부총질에 가까운 험담을 일삼았다. 대통령 권한대행까지 지낸 한덕수 전 총리는 선거 캠페인에 남의 일처럼 발을 뺐다. 이준석은 보수 성향이라면서 별도 신당을 차려 보수 표를 갈라먹었다.
이들의 공통점은 무엇인가. 자유민주주의 체제 수호라는 대의보다 개인의 출세와 입신에만 골몰하는 소인배 정치인이라는 점이다. 물론 필부인 필자에 비하면 이들 모두 훌륭한 능력과 경력을 갖춘 분들이다. 그러나 위기의 순간에 대의를 위해 자신을 낮추지 못하는 정치인은 결코 대인의 반열에 오를 수 없다.
역사는 자기희생을 통해 큰 정치를 이룬 지도자들을 기억한다. 윈스턴 처칠은 제2차 세계대전 당시 영국이 홀로 나치 독일에 맞서야 했을 때 "나는 피와 수고와 눈물과 땀 외에는 드릴 것이 없다"라고 선언했다. 1940년 5월 13일 하원 연설에서 터져 나온 이 한마디는 영국민을 결집시켰고, 그는 2002년 BBC 선정 '가장 위대한 영국인' 1위에 올랐다.
에이브러햄 링컨은 자신을 공격했던 정적들까지 내각에 참여시켜 '라이벌 팀(Team of Rivals)'을 구성하고, 연방 수호와 노예해방이라는 대의 앞에 개인의 감정과 이익을 철저히 뒤로 미뤘다. "관대한 화해를 통한 국가 통합"을 외치다 암살당한 그는 미국 역사상 가장 위대한 대통령으로 평가받는다.
국내에서도 김영삼 전 대통령은 1990년 3당 합당 당시 "호랑이를 잡기 위해 호랑이굴로 들어간다"며 군사정권 세력과의 통합을 결단했다. 민주화 운동의 동지들로부터 '배신'이라는 비난을 감수하면서도 문민정부 탄생이라는 더 큰 목표를 위해 자존심을 접었다. 평가야 엇갈리지만, 개인의 명예보다 대의를 선택한 결단이었음은 부인하기 어렵다. 큰 정치는 자기희생을 전제로 한다.
현재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와 김민수 최고위원은 누구와 싸우고 있는가. 외부의 적인 민주당보다 더 버거운 상대는 오히려 당내에 있다.
한동훈, 홍준표, 한덕수, 이준석, 유승민—이들은 각자의 정치적 셈법 속에서 당의 구심력을 흩트리는 원심력으로 작용하고 있다. 탄핵 국면에서 당의 방어선에 균열을 냈던 세력, 대선에서 제 발로 이탈했던 인사들을 상대하면서 동시에 집권 여당의 공세까지 막아내야 하는 것이 현 지도부의 처지다.
물론 장동혁 대표와 김민수 최고위원도 개인적 정치적 야심이 없지는 않을 것이다. 정치인이라면 누구나 출세에 관심이 있기 마련이다. 일각에서는 장동혁 대표 체제가 '체제전쟁' 프레임에 과도하게 집착하면서 중도층 이탈을 가속화하고 있다는 비판도 제기된다.
그러나 지금 이 순간 이들은 자유민주주의 수호와 한미동맹 강화라는 깃발 아래 나름 최선을 다하며 험난한 야당의 길을 걷고 있다. 누군가는 흩어진 보수를 다시 모아야 한다. 그 역할을 마다하지 않는 것이 지도자의 덕목이다. 윤 어게인과 광화문 전광훈 세력도 안아야 한다.
자석을 생각해 보자. 강력한 자석 주변에 철가루를 뿌리면 철가루는 저절로 자석에 달라붙는다. 누가 억지로 끌어오지 않아도 자력이 강하면 주변 물질이 모여든다. 정당도 마찬가지다. 핵심 가치와 정체성이 뚜렷하고 내부 결속력이 강한 정당은 중도층과 부동층을 별도로 쫓아다니지 않아도 자연스럽게 흡인한다.
국민의힘이 구심력을 강화하면 어떻게 될까. 한동훈도, 홍준표도, 한덕수도, 이준석도, 유승민도 결국 알아서 들어오게 된다. 강한 자석에는 선택의 여지가 없다. 철가루는 자력에 이끌려 붙을 수밖에 없다. 지금 이들이 제각각 움직이는 것은 국민의힘이라는 자석의 자력이 약하기 때문이다.
구심력이 강해지면 그들도, 그리고 이탈했던 중도층도 자연스럽게 돌아온다. 약한 자석이 멀리 있는 철가루까지 끌어오려고 애쓰다가 가까이 있는 철가루마저 놓치는 우를 범해서는 안 된다. 물론 자석의 자력이 지나치게 강해지면 주변 환경에 의도치 않은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점도 간과해서는 안 된다. 핵심 지지층 결집이 배타적 폐쇄성으로 변질되면 곤란하다.
일부에서는 민주당도 이재명 대통령과 정청래 대표, 문재인 전 대통령, 조국혁신당 사이에 갈등이 있으니 보수세력에 기회가 아니냐고 반문한다. 실제로 최근 정청래 대표가 추진한 '당원 1인 1 표제' 당헌 개정을 둘러싸고 친명 민주당원들이 '가처분 소송' 절차에 돌입하는 등 이른바 '명청 갈등'이 불거지고 있다.
그러나 착각하지 말아야 한다. 민주당은 선거 국면이 되면 언제나 단일대오로 결집한다. 내부의 계파 갈등은 비선거 시기의 주도권 경쟁일 뿐, 결정적 순간에는 희생과 양보를 통해 전략적으로 통합한다. 8월 15일 국민임명식에 문재인 전 대통령 부부가 참석해 이재명 대통령을 격려한 장면이 이를 상징한다. 겉으로는 갈등하고 속으로는 단결하는 민주당의 DNA를 국민의힘은 배워야 한다.
국민의힘은 구심력을 확보하면서 이재명 정부의 실정을 체계적으로 공략해야 한다.
첫째, 사법부 장악이다. 대장동 항소 포기로 7400억 원대 추징금이 증발했다. 12건 혐의에 5개 재판은 모두 정지되었다. 배임죄 폐지, 4 심제 도입, 대법원장 흔들기, 대법관 14명에서 26명 증원—모두 한 사람을 위한 입법이다. 검찰청 해체를 외치면서 선관위 해체는 입도 뻥긋 않는다. 감사원 정책감사도 중지시켰다.
둘째, 반시장·반기업 악법이다. 상법 1·2차 개정, 노란 봉투법, 방송 3 법 개정으로 기업과 언론을 옥죈다. 주한미국상공회의소가 "투자 매력도에 부정적"이라 경고해도 아랑곳없다.
셋째, 망국적 외교다. 한미 관세협상에서 GDP 20%에 해당하는 3500억 달러 대미 투자를 약속했다. 트럼프가 "미국 역사상 최대 외국인 투자"라 극찬할 때, 우리는 동맹에서 통제 대상국으로 전락했다. 원·달러 1470원대 고환율 고착화로 국가 가치가 추락하고 있다.
넷째, 공포정치다. 내란청산 TF를 가동하고 3대 특검(내란·김건희·조희대)으로 정적 제거에 나섰다. 대장동 항소 포기 직후 황교안 전 총리 긴급 체포는 물타기용이라는 비판을 받는다.
다섯째, 민생 파탄이다. 10·15 부동산 대책으로 청년·서민의 주거 사다리를 걷어찼다. 국민연금을 동원해 코스피 5000을 밀어 올리려는 시도는 미래 세대 노후 기금을 정권 홍보에 쓰겠다는 것이다. 재정 포퓰리즘으로 나라 곳간이 바닥난다.
국민의힘은 비판에 그치지 말고 차등의결권 도입, 공급 중심 부동산 정책, 한미동맹 정상화 로드맵 등 대안을 함께 제시해야 한다.
정치학에서 '피벗(pivot)' 전략이라는 개념이 있다. 예비선거에서는 당 지지층을 결집시키고, 본 선거에서는 중도층으로 선회한다는 것이다. 미국 공화당과 민주당이 대선 때마다 반복하는 전략이기도 하다. 그러나 이 전략이 성공하려면 전제가 있다. 기반이 단단해야 한다. 기반이 흔들리는 상태에서 중도로 선회하면 양쪽 모두에서 이탈이 발생한다.
2026년 지방선거는 이재명 정부 출범 1년 차에 치러지는 첫 전국 단위 선거다. 집권 여당의 허니문 효과가 작용하는 시기라 국민의힘에게 불리한 환경임은 분명하다. 그러나 역설적으로 이런 상황일수록 핵심 지지층의 결집이 중요하다. 2018년 문재인 정부 출범 직후 열린 지방선거에서 자유한국당이 대구·경북 등에서 선방할 수 있었던 것도 보수 결집 덕분이었다.
당시 보수층은 탄핵에 대한 반감을 투표로 표출했고, 그 결과 완전한 몰락은 피할 수 있었다. 다만 강성 지지층 결집에만 매몰되어서는 안 된다. 지방선거는 지역 현안과 인물을 중심으로 한 생활정치의 영역이다. 구심력 확보 이후에는 반드시 민생 어젠다로 외연을 확장하는 원심력 전략이 뒤따라야 한다.
원심력은 관성에 기인한 가상의 힘이다. 회전하는 좌표계 안에서만 느껴지는 체감 효과다. 외연 확장, 중도 흡수라는 구호 역시 실체 없이 겉모습만 쫓으면 허상으로 끝난다. 반면 구심력은 실제로 물체를 궤도에 묶어두는 진짜 힘이다. 국민의힘이 지금 집중해야 할 것은 구심력이다.
처칠은 피와 땀과 눈물을 바쳤고, 링컨은 정적까지 품어 연방을 지켰으며, 김영삼은 비난을 감수하고 호랑이굴로 들어갔다. 개인의 출세보다 대의를 앞세우는 자기희생의 정치만이 역사에 남는다. 6·3 대선에서 드러난 소인배 정치를 반면교사 삼아, 장동혁 대표와 김민수 최고위원이 걷는 자기희생의 길이 국민의힘의 구심력을 키우는 첫걸음이 되어야 한다. 그 자력이 강해지면 한동훈도, 홍준표도, 한덕수도, 이준석도, 유승민도 결국 알아서 돌아오게 된다.
민주당에게는 경고한다. 겉으로 보이는 단결이 진정한 통합인지 스스로 물어야 한다. 삼권분립 훼손, 기업 경영환경 악화, 부동산 정책 혼선—이 모든 것이 정권의 구심력을 갉아먹는 원심력으로 작용할 것이다. 허니문은 영원하지 않다.
지방선거 승리의 열쇠는 원심력이 아니라 구심력에 있다. 선(先) 구심력, 후(後) 원심력—이것이 물리학이 정치에 주는 교훈이다.
칼럼니스트 박대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