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치의 가면을 쓴 권력의 독주
대한민국 정치사에서 권력기관 개편은 늘 논쟁의 대상이었다. 그러나 2025년 이재명 정부가 추진하는 일련의 조직개편은 그 형식과 실질 모두에서 심각한 문제를 내포하고 있다.
검찰청을 사실상 해체하면서 특검은 오히려 강화하고, 방송통신위원회를 폐지하면서 거의 동일한 기능의 방송미디어통신위원회를 신설하는 모습은 개혁이라는 이름 아래 특정 인물을 겨냥한 위인설법(爲人設法)이라는 비판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검찰개혁의 명분은 수사권과 기소권의 분리다. 이 자체는 오랫동안 논의되어 온 사안이며, 검찰 권력의 과도한 집중을 해소하려는 정당한 문제의식에서 출발한다. 정부조직법 개정안은 검찰청을 폐지하고 수사 기능은 행정안전부 산하 중대범죄수사청에, 기소·공소 유지 기능은 법무부 산하 공소청에 각각 이관하는 구조를 제시한다. 2026년 10월 2일부터 1948년 출범한 검찰청은 78년 만에 역사 속으로 사라진다.
그러나 본질적 모순이 발생한다. 수사권과 기소권을 분리해야 한다는 논리로 검찰을 해체하면서, 정작 수사권과 기소권을 모두 보유한 특검은 오히려 강화하고 있다. 3대 특검(내란·김건희·채상병)에 파견된 검사 수만 최대 170명에 달하며, 특검보와 공무원까지 포함하면 총 577명 규모의 '매머드급' 수사조직이 탄생했다.
이는 수원지검 전체 규모를 뛰어넘는 인력이다. 여기에 상설특검까지 가동되어 일선 검찰청의 민생사건 미제 처리가 심각하게 밀리고 있다. 2025년 6월 말 기준 전국 검찰청 미제 사건은 7만 3395건이었으나, 8월에는 9만 5730건으로 두 달 사이 30%나 급증했다.
김건희 특검의 경우 이미 5개월 넘게 수사가 진행되었고, 수사기간은 이미 2차 연장을 거쳐 12월 말까지 계속된다. 내란 특검과 김건희 특검은 특검법 개정으로 30일씩 총 3차례까지 연장이 가능해졌고, 파견 검사와 공무원 수도 대폭 증원되었다. 내란 특검은 파견 검사 70명, 공무원 140명으로, 김건희 특검은 특검보 6명, 파견 검사 70명, 공무원 140명으로 확대되었다. 예비비만 61억 원이 추가 투입되었다.
이쯤 되면 이것은 특별검사가 아니라 사실상의 '특검청'이다.
만약 수사·기소 분리가 글로벌 스탠더드라면, 왜 그 원칙은 특검 앞에서 멈춰 서는가. 이는 검찰 개혁이 목적이 아니라, '내 편이 쥔 칼은 정의롭고 남이 쥔 칼은 악'이라는 이분법에 불과함을 드러낸다.
이러한 모순은 특검 내부에서도 터져 나왔다. 2025년 9월 30일, 김건희 특검팀에 파견된 검사 40명 전원이 민중기 특별검사에게 입장문을 제출했다. 이들은 "수사·기소 분리라는 명분 하에 정부조직법이 개정되어 검찰청이 해체되었는데, 이와 모순되게 파견 검사들이 직접 수사·기소·공소유지가 결합된 특검 업무를 계속 담당하는 것이 과연 옳은 것인지 혼란스러운 상황"이라고 밝혔다.
한 파견 검사는 언론과의 통화에서 "특검만 예외라는 식의 운영은 제도적 모순"이라며 "특검이 특정 정당을 위한 수사 기관으로 전락했다는 문제의식이 있다"라고 말했다. 검찰의 수사권은 빼앗으면서 특검에 파견된 검사들에게는 야권을 겨냥한 수사를 확대하라고 하니 정치적인 의도로 밖에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것이야말로 검찰 개혁 전체를 정치적 셈법으로 전락시키는 자기모순이다.
검찰 내부에서는 검찰을 폐지하겠다면서 오히려 특검 수사는 강화하는 이율배반적인 모습에 대한 불만이 팽배하다. 한 부장검사가 검찰 내부망에 올린 글은 이러한 분위기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악의 축인 검찰청 폐지에 가장 큰 기여와 역할을 한 사람들이 지금 특검에 파견가 있는 수사 경험이 풍부한 경력 검사들"이라는 비꼼이었다.
법조계 전문가도 "검찰의 직접 수사가 권한 남용을 낳는다면서 검찰청을 폐지했는데, 특검에는 무제한 수사 및 기소권을 부여하는 건 자기모순"이라고 지적했다.
방송통신위원회의 방송미디어통신위원회로의 개편도 같은 맥락이다. 방송미디어통신위원회 설치 법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면서 방송통신위원회는 17년 만에 역사 속으로 사라지게 됐고, 전 정부에서 임명된 이진숙 방통위원장 임기도 자동 종료됐다.
그러나 기관의 본질적 기능은 그대로다. 방송·통신 규제 기능을 유지하면서 유료방송 정책, 뉴미디어 정책, 디지털방송 정책까지 포괄하는 구조로, 이진숙 위원장의 표현대로 "직원 30명 정도 늘어나는 것에 불과하고 99% 똑같은 기관"이다. 이명박 정부 때 업무 분장으로 돌아가는 것이고 과거로 회귀하는 구조다.
문제는 이름만 바꾸고 현직 위원장을 자동 면직시키는 방식이다. 법으로 기관을 없애 사람을 내쫓는 것은 위인폐관(爲人廢官), 즉 사람 때문에 자리를 없앤다는 비판을 피할 수 없다.
더욱 기가 막힌 것은 이 과정에서 들어가는 천문학적 비용이다. 기관 명칭을 바꾸고, 조직을 재편하고, 새로운 위원을 임명하는 과정에서 소요되는 국민 세금이 수십억 원에 달할 것이 분명한데, 이 모든 비용을 위원장 한 명 교체하기 위해 국민이 부담해야 하는 것인가.
더욱 심각한 것은 법 적용의 이중성이다. 2019년 조국 전 법무부 장관에 대한 수사 당시 여당에서는 피의사실 공표 금지와 무죄추정 원칙을 강조했다. 대법원 판결이 나오기 전까지는 무죄로 추정해야 한다며 검찰 수사 자체를 정치적 탄압으로 규정했다.
그런데 현재 12·3 비상계엄 관련 사건에서는 어떠한가. 재판이 시작되기도 전에 내란죄로 특정하고, 이를 정치적 공격의 도구로 활용한다. 내란 특별법은 계엄선포에 따른 내란혐의 사건과 영장을 담당할 특별재판부, 특별영장전담법관을 두자는 것으로, 상고심에서 전임 대통령이 임명한 대법관은 모두 제척 된다는 내용도 포함되어 있다.
이에 대해 대법원은 "현행 헌법상 군사법원 외에 특별법원은 원칙적으로 허용되지 않으며, 특정 사건을 위한 특별재판부·특별영장전담법관 설치는 헌법이 예정하지 않은 위헌적 제도"라고 의견을 냈다. 과거 본인들이 피의자였을 때는 무죄추정을 외치고, 상대가 피의자가 되니 재판 전부터 내란범으로 낙인찍는 것은 명백한 이중잣대다.
법치주의는 단순히 법에 따라 통치하는 것이 아니다. 권력자의 자의에 의한 통치를 방지하고 합리적 여론 수렴과 정당한 입법 절차를 거쳐 만든 법이 통치하여야 한다는 의미다. 반면 법에 의한 통치(rule by law)는 권력자가 국민을 통제하기 위해 만든 형식적 법률을 수단으로 삼는 것이며, 내용이 자의적이거나 인권을 침해해도 '법이니까'라는 논리로 정당화된다.
현재 벌어지고 있는 상황은 법치가 아니라 법에 의한 지배에 가깝다. 국회 다수 의석을 장악한 정당이 법률을 자의적으로 제정하여 정치적 적대세력을 제거하고, 자신들에게 유리한 방향으로 제도를 설계한다.
역사는 이를 뼈아프게 증명한다. 1933년 나치 독일은 국회 화재를 계기로 '민족과 국가 보호를 위한 수권법'을 합법적 절차를 거쳐 통과시켰다. 이 법은 히틀러 총리에게 의회 동의 없이 법률 제정권을 부여했고, 바이마르 헌법의 껍데기를 유지한 채 53일 만에 민주주의를 해체했다.
법치가 무너지면 경제도 흔들린다. 글로벌 투자은행과 신용평가사들은 한국의 거버넌스 리스크를 주시하고 있다. 법률이 정권의 입맛에 따라 조변석개(朝變夕改)하고, 특정인을 겨냥한 소급 입법과 처분적 법률이 난무하는 시장에는 그 어떤 장기 자본도 머물지 않는다.
베네수엘라의 몰락은 석유가 없어서가 아니라 법치가 무너졌기 때문이다. 우고 차베스는 집권 후 대법관 숫자를 늘려 사법부를 친정부 인사로 채웠고, 눈에 거슬리는 방송사 RCTV의 면허 갱신을 불허해 사실상 폐쇄시켰다. 이 모든 과정은 겉보기에 합법적 절차를 따랐다. 그 결과, 재산권 보호를 신뢰하지 못한 외국 자본은 썰물처럼 빠져나갔고, 남미 최고의 부국은 순식간에 빈곤의 나락으로 떨어졌다.
물론 일각에서는 과거 정권의 적폐를 청산하기 위한 불가피한 조치라고 항변할 수 있다. 검찰 권력의 비대화에 대한 우려, 방송의 공정성 확보에 대한 요구는 분명 존재한다. 그러나 개혁의 방법이 문제다. 특정 인물을 겨냥한 표적 입법, 동일 기능 기관의 폐지와 재신설, 재판부 구성에 대한 정치권 개입은 개혁이 아니라 권력 남용이다. 진정한 개혁을 위해서는 다음과 같은 제도적 대안이 필요하다.
첫째, 수사·기소 분리는 특검에도 동일하게 적용해야 한다. 공소청·중수청 분리가 원칙이라면, 특검도 수사와 기소를 분리하거나 기소권을 제한하는 방향으로 개정해야 한다. 특검만 예외라는 것은 제도적 모순이다.
둘째, 방송미디어통신위원회의 독립성을 강화해야 한다. 위원장 임기를 정권 교체와 무관하게 보장하고, 인사·심의 절차를 투명하게 공개해 정권의 나팔수라는 비판을 차단해야 한다.
셋째, 특별재판부 대신 기존 사법 시스템 내 공정한 재판을 보장해야 한다. 내란 사건은 특별재판부가 아니라 기존 법원 내에서 공정한 사건배당과 공개 재판을 통해 처리해야 한다.
넷째, 무죄추정 원칙의 일관적 적용이 필수다. 조국 전 장관에게 적용되었던 원칙이 윤석열 전 대통령에게 적용되지 않는다면, 그것은 법치가 아니다.
역사가 반복적으로 보여주듯이, 견제와 통제를 받지 않는 권력은 외부가 아니라 내부에서 스스로 무너진다. 현 정권은 검찰을 해체하고, 방통위를 재편하고, 특별재판부를 설치하려 한다. 지지 세력에서는 속 시원하다는 반응이 나올지 모른다. 그러나 이러한 방식은 결국 자기 파멸의 씨앗을 뿌리는 것에 다름 아니다.
지금이라도 정신을 차려야 한다. 다수 의석을 가졌다고 해서 무엇이든 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민주주의는 다수결만으로 작동하지 않는다. 소수의 권리 보호, 권력 분립, 법치주의라는 헌법적 가치가 다수결의 한계를 설정한다.
지금 거대 의석을 앞세워 밀어붙이는 이 '합법적 폭주'가, 훗날 역사책에 한국 민주주의가 사망 선고를 받은 날로 기록되지 않으리라 누가 장담할 수 있겠는가. 법치가 무너진 폐허 위에서는 승자도 패자도 없을 것이다. 법치주의는 우리가 원하는 사람을 처벌하기 위해 법을 바꾸는 것이 아니라, 누구든 법 앞에서 평등하게 다루어지는 것이다.
지금 필요한 것은 특정 정권의 승리를 위한 제도 개편이 아니라, 권력의 남용을 막고 국민의 자유와 신뢰를 회복하는 진정한 제도적 균형의 회복이다.
칼럼니스트 박대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