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라리
'이재명 마음대로 법'을만들어라

위헌으로 위헌을 막는 국회, 법치(法治)는 어디로 갔나

by 박대석

차라리 '이재명 마음대로 법'을만들어라

위헌으로 위헌을 막는 국회, 법치(法治)는 어디로 갔나



국회가 더 이상 국민의 대의기관이 아니라 특정 정치인의 사유물처럼 운영되고 있다. 위헌 논란이 불거지면 또 다른 위헌 법률로 막겠다는 발상, 이쯤 되면 차라리 '이재명 마음대로 법'을 하나 만들어 모든 법률을 그 아래 두는 것이 국민에게 덜 혼란스러울지도 모른다.


▌입법 독주의 일상화


이재명 민주당은 2025년 6월 정권 출범 이전부터 이른바 '검수완박' 관련 법안, 탄핵 남발 등을 밀어붙여왔다. 170석이 넘는 거대 여당의 힘을 앞세워 야당의 반대를 묵살하고, 헌법적 가치인 삼권분립과 법치주의를 정면으로 훼손하는 법안들을 쏟아내고 있다.


물론 여당 측은 이를 '사법 정상화'와 '적폐 청산'의 일환이라 주장한다. 그러나 정권 출범 후 그 양상은 더욱 노골적으로 변했다. 민생과는 거리가 먼, 오로지 정적 제거와 야당 말살, 그리고 현직 대통령 본인의 재판을 피하기 위한 '방탄 입법'이 국회의 주된 업무가 되어버렸다.


특히 검찰 해체는 이 정권의 핵심 의제다. 지난 9월 26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정부조직법 개정안에 따르면, 1949년 창설 이래 78년 역사를 가진 검찰청이 2026년 10월 2일 공식 폐지된다. 그 기능은 기소만 담당하는 '공소청'(법무부 산하)과 수사를 전담하는 '중대범죄수사청(중수청)'(행정안전부 산하)으로 분리된다.


표면적으로는 수사와 기소 분리를 통한 검찰개혁이라 하지만, 실질적으로는 정권에 눈엣가시 같은 검찰의 수사권을 완전히 빼앗아 행정부 산하로 편입시키겠다는 의도가 읽힌다. 검찰개혁의 필요성 자체를 부정하기는 어렵다. 역대 정권마다 반복된 표적수사 논란은 분명 존재했다. 그러나 개혁이란 미명 아래 수사권을 행정부가 완전히 장악하고, 사법부마저 길들이려는 시도는 개혁이 아니라 권력의 사유화다.


▌법치(法治)의 변질: Rule of Law에서 Rule by Law로


법치주의(Rule of Law)란 국가권력이 법에 의해 제한받고, 모든 국민이 법 앞에 평등하다는 원칙이다. 그러나 현 정권이 보여주는 것은 법치(Rule of Law)가 아닌 법에 의한 지배(Rule by Law)다. 즉, 법을 권력 유지의 도구로 전락시키는 것이다.


나치 독일이 바이마르 공화국의 민주적 헌법 체계를 유지하면서도 수권법(授權法)을 통해 히틀러에게 무제한 권한을 부여했던 역사가 떠오른다. 차베스가 헌법 개정이라는 민주적 형식을 빌려 베네수엘라를 파탄으로 이끈 전철도 마찬가지다. 형식적 합법성 뒤에 숨은 실질적 독재, 그 패턴이 지금 대한민국에서 유사하게 전개되고 있다는 점에서 심각한 우려를 금할 수 없다.


▌내란전담재판부: '처분적 법률'의 위헌성


최근 이 정권이 벌이는 입법 행태 중 가장 심각한 것은 이른바 '내란전담재판부 설치법'이다. 윤석열 전 대통령에 대한 1심 재판이 마무리 단계에 접어들고, 추경호 전 원내대표에 대한 구속영장이 기각되는 등 '내란 프레임'이 흔들리자 급조한 법안이다. 이 법안은 서울중앙지법과 서울고법에 비상계엄 관련 사건만을 전담하는 특별재판부를 설치하고, 현재 진행 중인 재판도 이 재판부로 이송하도록 하고 있다.


이 법안의 가장 치명적인 헌법적 쟁점은 '처분적 법률(Dispositive Statute)'의 위헌성이다. 대한민국 헌법 제27조는 "모든 국민은 헌법과 법률이 정한 법관에 의하여 법률에 의한 재판을 받을 권리"를 보장한다. 여기서 '법률에 의한 재판'이란 사건 발생 전에 미리 정해진 법원과 절차에 따르는 것을 의미한다.


그런데 특정인이나 특정 사건만을 위해 사후에 재판부를 구성하는 것은, 마치 축구 경기 도중 지고 있다며 골대를 옮기거나 심판을 교체하는 것과 다름없다. 이는 사법부 독립 침해를 넘어, 입법부가 직접 재판을 좌지우지하겠다는 '사법권 침탈' 행위에 해당한다.


지난 12월 5일 열린 전국법원장회의에서 각급 법원장들은 "재판의 중립성과 사법부를 향한 국민의 신뢰를 훼손하고, 공정한 재판을 받을 권리를 본질적으로 침해해 위헌성이 크다"는 입장문을 발표했다. 천대엽 법원행정처장은 "87년 헌법 아래서 누렸던 삼권분립, 사법부 독립이 역사의 뒤꼍으로 사라질 수 있다"라고 경고했다.


심지어 같은 여권인 조국혁신당마저 "민주당이 추진하는 현재의 방식은 위헌 논란과 함께, 내란 세력이 이 빈틈을 파고들어 재판 정지라는 중대 상황을 만들 위험성이 있다"라고 우려를 표명했다. 차진아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역시 "특정 사건을 재판하기 위해, 그것도 사후에 재판부를 인위적으로 구성하는 것은 공정한 재판이라는 기본 전제를 갖추지 못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더 아이러니한 것은 추미애 법제사법위원장이 발의한 헌법재판소법 개정안이다. 내란·외환 사건에 한해 위헌법률심판이 제청되더라도 재판을 정지하지 않도록 하겠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위헌 논란이 있는 법을 또 다른 위헌 법률로 방어하겠다는 발상이다. 법조계에서는 "위헌으로 위헌을 막겠다는 것"이라는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구멍가게에서 과자 고르듯이 법을 만들고, 문제가 생기면 그때그때 땜질하는 식의 입법은 법치국가에서 결코 용납될 수 없는 일이다.


박대석 작성

▌무너지는 '예측 가능성', 코리아 디스카운트의 진짜 원인


입법부에 대한 신뢰가 바닥으로 떨어지면서 그 부작용은 고스란히 국민 몫이 되고 있다. 원·달러 환율은 1,460원대를 넘나들며 7개월 이래 최저 수준의 원화 가치를 기록하고 있다. 일부 투자은행들은 2026년 초 1,500원 돌파 가능성까지 점치고 있다.


글로벌 투자자들이 가장 싫어하는 것은 '나쁜 법'이 아니라 '마음대로 바뀌는 법'이다. "이재명 마음대로 법"이 가능하다는 신호는 한국 시장의 '시스템 리스크(System Risk)'를 최고조로 끌어올린다.


특히 '배임죄 폐지'와 '노란 봉투법'을 함께 보면 그 의도가 더욱 선명해진다. 경영진의 방만 경영(배임)에는 면죄부를 주고, 노조의 불법 파업(노란 봉투법)에는 책임을 묻지 못하게 한다면, 대한민국은 자본주의 시장경제의 기본 원칙인 '책임 원칙'이 사라진 무법지대가 된다. 이것이 외국 자본이 떠나는 진짜 이유다. 법치주의의 후퇴와 정치적 불확실성은 외국인 투자자들에게 '코리아 리스크'로 인식되고, 이는 곧바로 자본시장에 반영된다.


미국과의 통상 마찰 조짐도 심상치 않다. 트럼프 행정부의 재집권과 함께 관세 압박이 거세지는 가운데, '특정국가 모욕 처벌법'은 사실상 '중국 심기 경호법'으로 비칠 수 있다. 자유민주주의 국가에서 표현의 자유를 억압하면서까지 특정 국가를 보호하려는 시도는 한미동맹의 '가치 동맹' 기반을 정면으로 거스른다.


미국이 "한국이 레드팀(Red Team)으로 넘어갔다"라고 판단할 근거를 스스로 제공하는 '외교적 자책골'이 아닐 수 없다. 이미 첨단 반도체 기업들의 미국 이전이 가속화되고 있으며, 자산가들의 해외 이주 역시 증가 추세다. 법치가 무너진 나라에서 기업을 경영하고 재산을 지키기 어렵다는 판단이 '코리아 엑소더스'를 부추기고 있다.


▌역사의 경고: 독재는 합법의 탈을 쓴다


역사는 독재가 대개 합법적 절차를 통해 등장한다고 가르친다. 히틀러는 선거를 통해 집권했고, 수권법이라는 '합법적' 형식으로 무제한 권력을 거머쥐었다. 차베스는 헌법 개정이라는 민주적 절차를 밟아 베네수엘라를 파탄으로 이끌었다.


1937년 미국의 루스벨트 대통령조차 뉴딜 정책에 반대하는 대법원을 무력화하려고 대법관을 6명 증원하는 '코트 패킹(Court Packing)'을 시도했으나, 이는 여당인 민주당 내에서조차 "사법부 독립을 침해한다"는 거센 반발에 부딪혀 좌초되었다. 형식적 민주주의를 유지하면서 실질적으로 권력을 독점하는 것, 이것이 21세기형 독재의 양태다. 지금 대한민국 국회에서 벌어지는 일들이 그 궤적과 유사하다는 점에서 경계를 늦출 수 없다.


우상호 대통령실 정무수석은 "당과 대통령실은 내란재판부의 위헌 소지를 최소화하는 수준으로 추진하자는 공감대를 형성했다"라고 밝혔다. 위헌이면 위헌이지 '위헌 최소화'란 무엇인가. 이 발언 자체가 그들이 위헌임을 인지하면서도 강행하겠다는 의지의 표현이다. 민주주의 국가에서 집권 여당이 공개적으로 '위헌 소지가 있지만 밀어붙이겠다'라고 선언하는 상황이 정상인가.


⚠️ 민주주의는 선거로만 지켜지지 않는다. 권력분립과 법치주의라는 제도적 장치가 무력화될 때, 투표용지는 독재자에게 면죄부를 주는 종이 쪼가리에 불과해진다.


▌차라리 '이재명 마음대로 법'을 만들어라


이쯤 되면 국민에게 솔직해지는 것이 차라리 나을 것이다. 매번 상황에 따라 이 법 저 법을 만들어 헌법 체계를 누더기로 만들 바에야, 아예 '이재명 마음대로 법'을 제정하여 대통령이 원하는 대로 모든 것을 결정할 수 있게 하는 편이 국민에게 덜 혼란스러울지도 모른다. 풍자적으로 말하는 것이지만, 지금 벌어지는 입법 행태를 보면 이것이 결코 과장이 아니다.


검찰이 마음에 안 들면 검찰을 없애고, 재판이 불리하게 돌아가면 재판부를 갈아치우고, 위헌 심판이 두려우면 위헌 심판도 못 하게 막는다. 헌법이 걸리면 헌법도 고치겠다고 한다. 이는 '입법'이 아니라 '권력의 무차별적 행사'에 다름 아니다. 대한민국 헌법 제1조 2항은 "대한민국의 주권은 국민에게 있고,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라고 선언한다. 국민이 부여한 권력으로 국민의 기본권을 침해하고 헌정 질서를 파괴하는 것은 주권에 대한 배신이다.


그러나 민주주의에는 스스로를 교정하는 힘이 있다. 시민은 헌법재판소에 위헌법률심판을 청구할 수 있고, 야당은 필리버스터와 대통령 거부권 행사 요구 등 헌법이 허용하는 모든 수단을 동원해야 한다. 무엇보다 2026년 6월 지방선거에서의 표심이야말로 입법 독주에 제동을 거는 가장 강력한 브레이크가 될 것이다. 민주주의의 자기 교정 능력은 결국 시민의 각성에서 시작된다.


대한민국은 지금 갈림길에 서 있다. 법치주의를 지켜 선진 민주국가로 나아가느냐, 아니면 합법을 가장한 독재의 늪으로 빠져드느냐의 기로다. 역사는 방관자를 용서하지 않는다. 시민들이 깨어 있어야 하고, 야당은 헌정 질서 수호에 사력을 다해야 한다.


현 정권 역시 이러한 입법 독주가 단기적으로는 권력 유지에 도움이 될지 몰라도, 결국 역사의 심판대에 오르게 될 것임을 명심해야 한다. 망국(亡國)은 외부의 침략이 아니라 내부의 법이 흉기(凶器)로 변할 때 시작된다. 지금 국회가 찍어내는 것은 법률이 아니라, 대한민국 자유민주주의를 겨눈 부고장(訃告狀)이다.


칼럼니스트 박대석


참고자료

[법안 및 제도 관련]

국회의안정보시스템, 「12·3 윤석열 비상계엄 등에 대한 전담재판부 설치 및 제보자 보호 등에 관한 특별법안」, 2025.12.

국회의안정보시스템, 「정부조직법 일부개정법률안(검찰청 폐지·공소청·중수청 신설)」, 2025.9.

대한민국 헌법 제1조, 제27조.

[언론 보도] 4. BBC코리아, 「이재명 정부 검찰 수사권 분리: 검찰청 폐지와 공소청·중수청 신설」, 2025.9.26. 5. 서울신문, 「산으로 가는 내란재판부... 법조계 "위헌으로 위헌 막겠단 것"」, 2025.12.7. 6. 서울신문, 「내란전담재판부법 위헌 논란에 목소리 내는 혁신당」, 2025.12.7. 7. 서울신문, 「'내란전담재판부·법왜곡죄 신설' 與 주도 통과… 국힘 "독재 완성"」, 2025.12.3. 8. 아주경제, 「우상호 "당-대통령실 내란재판부 '위헌 최소화 수준 추진' 공감대"」, 2025.12.7. 9. 이투데이, 「서왕진 "與 내란전담재판부 설치, 위헌 우려… 현명한 판단 내려라"」, 2025.12.7. 10. 더퍼블릭, 「"위헌 논란, 위헌 입법으로 막나" 내란전담재판부 두고 또 헌재법 손대는 민주당」, 2025.12.6. 11. 경향신문, 「"검찰청 폐지···공소청·중수청 내년 9월 가동" 이재명 정부 조직개편안 7일 나온다」, 2025.9.5. 12. 경향신문, 「국정기획 위 "검찰청 폐지·중수청 신설"···이재명 정부 검찰개혁 청사진은」, 2025.8.13. 13. 한국일보, 「민주당, 검찰청 폐지하고 공소청·중수청 신설... 검찰 '완전 해체' 시동」, 2025.6.12. 14. 뉴데일리, 「검찰청 내년 10월 2일 사라져… 정부조직법 개정안 국무회의 의결」, 2025.9.30. 15. 서울경제, 「내란재판부 설치법 두고 혁신당서도 '위헌 우려'」, 2025.12.7. 16. 이데일리, 「與, 내란전담재판부법 밀어붙일까… 혁신당도 위헌논란 지적」, 2025.12.7. 17. KBS, 「사법개혁 관련 보도」, 2025.12.

[전문가 인용] 18. 차진아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인터뷰, 서울신문, 2025.12.7. 19. 최윤철 건국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인터뷰, 서울신문, 2025.12.7. 20. 천대엽 법원행정처장 발언, 전국법원장회의, 2025.12.5.

[기타 참고] 21. 나무위키, 「내란 특별법」, 「이재명 정부 검찰 수사권 분리」 항목 (2025.12. 접속). 22. Investing.com, 「USD/KRW 환율 동향」, 2025.12. 23. 뉴닉, 「검찰청 폐지 이유부터 평가, 전망까지 총정리」, 2025.9.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