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
스테이블코인은 위기이자 기회

원화-달러 오가는 '브리지 스테이블코인'으로 돌파하라

by 박대석

[표지: whisk로 생성한 이미지를 나노바나나로 해상도 높임]


한국에 스테이블코인은 위기이자 기회

달러 대세 속 원화 스테이블코인의 한계,

'브리지 스테이블코인'으로 돌파하라

전당포 뱅킹에서 글로벌 IB로, 그리고 디지털 기축통화국으로의 도약


달러 스테이블코인은 이제 거스를 수 없는 대세다. 2025년 7월 트럼프 대통령이 지니어스법(GENIUS Act)에 서명하면서 달러 기반 스테이블코인은 미국 국가 전략의 핵심 인프라로 공식 편입됐다. 테더(USDT)와 서클(USDC)이 주도하는 달러 스테이블코인의 총발행량은 2025년 말 기준 2,500억 달러를 넘어섰고, 연간 결제 규모는 비자·마스터카드를 합산한 금액을 이미 뛰어넘었다.


반면 한국이 추진하는 원화 스테이블코인은 어떤가. 국내 카드 결제망이 이미 세계 최고 수준인 현실에서 원화 스테이블코인은 기존 결제 수단에 하나를 더 얹는 부가가치 낮은 추가 수단에 불과하다는 냉정한 평가가 나온다. 한국이 진정으로 가야 할 길은 다르다. 원화와 달러를 양방향으로 연동·교환하는 '브리지(Bridge) 스테이블코인(필자명명)'을 핵심 전략으로 삼아, 담보화된 달러로 디지털 기축통화 시대의 한 축을 차지하는 것이다.


▐ 달러 스테이블코인의 폭발적 성장과 한국 원화의 현실


달러 스테이블코인은 '1 코인=1달러' 고정 가치를 블록체인 위에 구현한 디지털 화폐다. 은행 계좌 없이도 스마트폰만 있으면 10분 내 글로벌 송금이 가능하고, 수수료는 기존 국제 전신환(SWIFT)의 수십 분의 1에 불과하다.


아르헨티나의 초인플레이션을 피하려는 시민, 나이지리아의 해외 결제를 원하는 개발자, 한국 공장의 외국인 노동자, 명동에서 원화가 필요한 외국인 여행객까지 달러 스테이블코인은 국경과 금융 인프라를 초월해 확산되고 있다.


미국의 전략은 명확하다. 지니어스법은 스테이블코인 발행자에게 연방 라이선스 취득을 의무화하고, 발행액의 100%를 달러 현금 또는 3개월 이내 단기 국채로 보유토록 규정했다. 이는 단순한 금융 규제가 아니다.


미국이 37조 달러에 달하는 국가부채와 이자를 감당하기 위한 국채 수요 창출 전략이자, 달러 패권을 디지털 영역으로 연장하는 21세기형 브레튼우즈 체제의 설계다. 미국 재무장관 스콧 베선트는 스테이블코인 시장이 수년 내 2조 달러 규모로 성장할 수 있다고 전망했고, 시티뱅크는 2030년까지 10조 달러 돌파를 예측한다.


20260222_150857.png

원화 스테이블코인의 문제는 수요 부재에서 출발한다. 한국은 24시간 실시간 계좌이체, 세계 최저 수준의 카드 수수료, 카카오페이·네이버페이 등 빅테크 간편 결제까지 갖춘 나라다. 달러 스테이블코인이 신흥국에 제공하는 '디지털 속성'—온라인 자유이전, 저비용, 24시간 거래—을 한국 국민은 이미 기존 인프라에서 누리고 있다. 굳이 원화 스테이블코인이 아니어도 된다는 뜻이다.


한국은행도 이를 직시한다. 2025년 금융안정보고서는 원화 스테이블코인 도입 시 코인런(대규모 현금화 요구), 금융사고, 자본유출, 통화정책 유효성 저해를 4대 리스크로 명시했다.


금융위가 제시한 '은행 51% 지분 컨소시엄' 구조 역시 블록체인 혁신이 전통 은행 지배구조에 묶이는 금산분리 논란을 낳고 있다. 원화 스테이블코인이 자칫 달러 스테이블코인의 국내 침투 통로로 역이용될 수 있다는 역설적 우려도 제기된다.


▐ 원화-달러 브리지 스테이블코인: 한국이 가야 할 전략적 경로


해법은 발상의 전환에 있다. 원화 스테이블코인과 달러 스테이블코인을 각각 독립적으로 발행·운용하되, 양자를 실시간으로 교환·연동하는 '브리지(Bridge) 스테이블코인' 체계를 구축하는 것이다. '브리지(Bridge)'라는 단어는 암호화폐 세계에서 서로 다른 블록체인 간 자산을 이동시키는 크로스체인 브리지 기술 용어로 사용한다.


브리지 스테이블코인은 원화 생태계(국내 소비·B2B 결제·세금·공공요금)와 달러 생태계(수출입·글로벌 투자·해외 송금)를 하나의 디지털 금융 플랫폼에서 연결하는 통합 인프라다.


구체적 구조는 다음과 같다. 국내 거래에서는 원화 스테이블코인(KRW₮, ₮는 Tether )을 사용하고, 해외 결제·투자 시에는 내장된 환율 엔진을 통해 달러 스테이블코인(USD₮)으로 즉시 변환된다. 한국은행이 달러 스테이블코인 준비금의 일정 비율을 달러 예치금 또는 미국 단기 국채로 보유토록 규제함으로써 환율 안정성과 외환보유액 확충을 동시에 도모할 수 있다.


대미 투자 3,500억 달러를 달러 현금 직접 송금 대신 브리지 스테이블코인으로 집행하면 외환보유액 급감 없이 투자 약속을 이행하는 창의적 해법도 가능하다.


20260222_151152.png


▐ 전당포 뱅킹의 종말, 글로벌 IB로 거듭나야


브리지 스테이블코인의 확산은 현재 한국 금융 산업의 구조 자체를 흔들 것이다. 최종구 전 금융위원장이 일찍이 질타했듯, 한국 시중은행은 담보 중심 전당포식 영업에 갇혀 있다.


주택담보대출 비율이 전체 여신의 40%를 넘는 현실에서 은행은 위험을 평가하고 기업을 키우는 투자은행 본연의 기능을 상실했다. 스테이블코인이 예금·대출·결제·송금·자산관리를 단일 플랫폼에서 처리하기 시작하면 이 구조는 근본에서부터 붕괴된다.


테더(Tether)의 연간 순이익이 2025년 기준 약 101억 달러로 세계최대 자산운용사인 블랙록을 능가한다는 사실이 이를 상징한다.


빅테크와 핀테크가 스테이블코인 생태계를 장악하면, 카드사의 2~3% 가맹점 수수료 모델, 시중은행의 예대마진 의존 수익 구조, 증권사의 국내 리테일 영업은 모두 도전에 직면한다. 나스닥이 SEC에 토큰 판매 허가를 신청하고, SEC와 CFTC가 등록 거래소에서 암호화폐 거래를 허용하면서 주식거래소와 암호화폐 거래소의 경계도 허물어지고 있다.


한국 금융이 살아남을 길은 미래에셋증권의 행보에서 찾을 수 있다. 미래에셋은 전통적인 국내 증권사 모델을 과감히 탈피해 인도·미국·베트남 등 10여 개국에 직접 진출했다. 글로벌 자산운용, M&A 자문, 크로스보더 투자를 핵심으로 삼는 글로벌 IB 모델이다.


브리지 스테이블코인은 이러한 전환을 가속화하는 인프라다. 원화와 달러를 연동한 24시간 실시간 결제 시스템 위에서 한국 금융기관은 아시아 시장의 자본을 중개하고, 글로벌 포트폴리오를 설계하며, 토큰화된 자산을 조각 거래하는 진정한 투자은행으로 거듭날 수 있다.


네이버파이낸셜과 업비트(두 나무)의 지분 교환 협업은 이 흐름의 서막이다. 블록체인 인프라, 가상자산 지갑, 법인 커스터디 서비스가 결합되면 스테이블코인 법제화 즉시 시장을 선점할 수 있는 기반이 된다. 이제는 전당포 수준의 담보 경쟁에서 벗어나, 디지털 자산 중개와 글로벌 결제 네트워크 운영으로 수익 모델을 전환해야 한다.


▐ 디지털 기축통화 전쟁, 한국의 전략적 포지셔닝


스테이블코인을 둘러싼 미중 패권 경쟁은 관세·공급망·반도체를 넘어 디지털 화폐·결제 인프라 전쟁으로 확장되고 있다. 미국은 민간이 발행하는 달러 스테이블코인을 제도화해 달러의 디지털 영역 패권을 연장하는 전략을 구사하는 반면, 중국은 정부가 직접 발행하는 디지털 위안화(DCEP)와 국제위안화결제시스템(CIPS)을 통해 달러 체제를 우회하려 한다.


이 구도에서 브리지 스테이블코인의 주된 수혜 지역은 세 곳이다. 첫째는 미국의 금융 제재를 받거나 달러 체제에 불만을 품은 반미 연대 국가들—이란, 러시아 등—의 달러 우회 수단이다. 둘째는 금융 인프라가 취약한 아프리카·동남아·중남미 등 제3세계 신흥국으로, 달러 스테이블코인이 사실상 디지털 달러의 역할을 한다. 셋째는 인플레이션과 자국 통화 불안에 시달리는 국가의 서민들이다. 이 세 영역 모두에서 달러 스테이블코인은 디지털 기축통화의 기능을 수행하며 세계로 퍼져나가고 있다.


한국의 브리지 스테이블코인 전략은 이 구도에서 독특한 포지션을 점할 수 있다. 대미 투자 3,500억 달러를 달러 현금 대신 브리지 스테이블코인으로 집행하면 외환보유액 급감 리스크를 차단하면서도 미국 국채 수요 창출이라는 미국의 핵심 이해와 일치한다.


담보화된 달러 스테이블코인 준비금은 사실상 외환보유액과 동일한 기능을 하므로, 환율 안정화 수단으로도 활용 가능하다. 한국이 원화-달러 브리지 스테이블코인 허브를 구축하면, 아시아 신흥국들이 달러 결제가 필요할 때 반드시 한국을 경유해야 하는 구조가 형성된다.


K콘텐츠·반도체·조선 등 한국 수출 기업들이 달러 스테이블코인으로 대금을 결제받으면 원화 환전 리스크 없이 글로벌 투자를 집행할 수 있고, 중국 디지털 위안화가 한국 금융 생태계에 침투하는 것도 사전에 차단된다.


20260222_150829.png


물론 우려도 있다. 과도한 달러 스테이블코인 의존이 오히려 통화 주권을 훼손할 수 있다는 지적이 그것이다. 이는 정당한 우려다.


그러나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의 비용이 더 크다. 달러 스테이블코인이 국내 금융 시스템 외부에서 무주공산처럼 확산되는 현실—2024년 11월부터 2025년 2월까지 국내 5대 거래소에서 42조 7,000억 원의 스테이블코인이 해외로 유출됐다—을 방치한다면, 통화 주권 훼손은 더 빠르게 진행된다. 제도권 안에서 브리지 스테이블코인을 설계하고 규제하는 것이 외부의 달러 스테이블코인 침투를 막는 유일한 방패다.


▐ 전략적 결단의 시간


스테이블코인은 단순한 결제 기술이 아니다. 달러 패권의 디지털 연장이자 미·중 금융 패권 경쟁의 최전선이며, 전통 금융의 존재 방식을 뒤흔드는 패러다임 전환이다. 한국이 원화 스테이블코인 논쟁에만 갇혀 있는 사이, 달러 스테이블코인은 이미 한국 금융 시스템의 울타리를 넘어 실물 경제로 스며들고 있다.


이제 선택지는 둘뿐이다. 전당포 수준의 리테일 뱅킹에 안주한 채 달러 스테이블코인의 확산을 방관하든지, 아니면 브리지 스테이블코인을 전략 무기로 삼아 미래에셋이 개척해 온 글로벌 IB의 길을 금융 생태계 전체가 함께 글로벌 차원으로 확장하 든 지다.


디지털 기축통화 시대에 한국의 포지션은 남이 정해주는 것이 아니라 우리가 스스로 결정해야 한다. 역사는 준비된 자에게만 기회를 허락한다. 세계 무역 강국인 한국이 이제 브리지 스테이블코인과 함께 세계 금융시장의 주도권을 잡을 차례다.


칼럼니스트 박대석


참고자료

[통계 및 데이터]

- 한국은행, 「2025년 금융안정보고서」 (2025. 6)

- 금융감독원, 국내 5대 가상자산 거래소 스테이블코인 유출입 현황 (2025. 3)

- 미국 재무부, 국가부채 현황 (2025. 8)

[법령 및 제도]

- 미국 의회, GENIUS Act (지니어스법, 2025. 7. 18 발효)

- 디지털자산기본법 등 국회 발의 법안 (2025. 6~)

[국제기구·기관 보고서]

- BIS, Quarterly Review (2024. 12)

- 시티뱅크, 스테이블코인 시장 전망 보고서 (2025)

[언론 및 방송]

- KBS, 「머니 리셋 – 스테이블코인」(창 521회, 2025. 10. 21)

- 한국경제신문, 관련 보도 다수

keyword
작가의 이전글고양시가 비엔나 보다 더 좋은 도시되는 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