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법의 침몰 — 대통령은 거부하고, 대법원장은 재판하라

사흘간의 입법 쿠데타로 무너진 삼권분립

by 박대석

[논평] 사법의 침몰 — 대통령은 거부하고, 대법원장은 재판하라

사흘간의 입법 쿠데타로 무너진 삼권분립, 헌법의 마지막 방어선을 묻는다


2026년 2월 26일부터 28일까지의 사흘은 대한민국 헌정사에서 사법부가 입법의 이름으로 강탈당한 '침몰'의 시간으로 기록될 것이다. 이재명 정권과 민주당은 법왜곡죄·재판소원제·대법관 증원법이라는 사법 3대 악법으로 '3중 방탄 성채'를 구축하며, 건국 78년 동안 지켜온 사법 독립의 기둥을 통째로 뽑아버렸다.


이제 공은 두 사람에게 넘어갔다. 헌법 제53조의 거부권을 쥔 이재명 대통령과, 사법부의 수장으로서 운명적 결단을 내려야 할 조희대 대법원장이다. 두 사람에게 허용된 헌법적 시한은 바로 지금, 이 찰나의 순간이다.


▐ 사흘 만에 완성된 3중 방탄 — 구조적 실체와 침몰하는 법치


법원·학계·법조계의 거듭된 경고를 민주당은 정면으로 무시했다. 박영재 법원행정처장은 항의의 뜻으로 사의를 표명했지만 정권은 아랑곳하지 않았다. 민주당이 강행 처리한 세 법안은 개별적인 사법 개편이 아니다. 결합하는 순간 사법부를 질식시키는 거대한 그물이 된다.

20260302_070916_ALTools_AIUpscaler.png 사법 3대 악법, 박대석 작성

법왜곡 죄는 정권에 불리한 판결 법관을 형사처벌 위협하는 칼이다. 재판소원제는 대법원 확정판결을 헌재로 재심해 뒤집는 4 심제 방패다. 대법관 증원법은 26명 중 22명(85%)을 대통령이 독점 임명하는 최종심 장악 성채다.


이는 1937년 미국의 루스벨트가 시도했던 '코트 패킹(Court-packing)'의 악령을 21세기 대한민국에 소환한 것이다. 12개의 형사 혐의를 안고 있는 대통령이 자신을 심판할 판사를 직접 고르고, 마음에 안 들면 처벌하며, 결과마저 뒤집겠다는 이 구조는 사법 정의의 완전한 침몰을 의미한다.


▐ 조희대의 고독한 결단 — 찰스 에반스 휴즈의 길을 갈 것인가


조희대 대법원장은 지난 2월 23일, 이 법안들이 "사법 제도의 틀을 근본적으로 바꾸는 헌법 개정사항"이라며 이례적인 분노를 표출했다. 그러나 법안 통과 후 그의 행보는 실망스럽다. 3·1절 기념식에서 대통령과 나눈 악수가 사법부의 '백기 투항'으로 읽히지 않으려면, 그는 발언과 행동의 괴리를 즉시 메워야 한다.


1937년 미국의 찰스 에반스 휴즈 대법원장은 루스벨트의 사법 장악 시도에 맞서 의회에 단호한 서한을 보내 계획을 저지했다. 조 대법원장에게 필요한 것도 바로 이 '서한'이다. 그는 행정부 수반인 대통령에게 위헌적 법안들에 대한 거부권 행사(헌법 제53조 2항)를 공식 촉구해야 한다. 자신이 "위헌"이라 규정한 법안 앞에서 침묵하는 것은 사법부 수장으로서의 직무유기이자 역사에 대한 배신이다.


▐ 헌법 제84조의 역설 — 목적을 배신한 특권은 보호받을 수 없다


대통령의 불소추 특권(헌법 제84조)은 원활한 국정 수행을 위한 '방패'이지, 사법부를 초토화하기 위한 '무기'가 아니다. 헌법재판소는 일찍이 이 특권의 목적이 "대통령의 직책 수행 보장과 권위 확보"에 있다고 명시했다.


만약 이재명 대통령이 거부권을 거부하고 사법 장악 3 법을 공포한다면, 이는 헌법이 부여한 권한으로 헌법 자체를 파괴하는 형용모순이다. 목적을 배신한 특권은 더 이상 존속할 가치가 없다. 조 대법원장은 현재 정지된 5개 형사재판의 '즉각 재개'를 선언해야 한다.


이 중 공직선거법 위반사건은 대법원에서 2025년 5월 1일 2심 무죄를 유죄 취지로 파기환송했다. 이 사건이

벌금 100만 원 이상으로 확정 시 공직선거법 제266조 2항에 따라 공무원 자격 상실(당연퇴직)이 되고 대통령도 선출직 공무원으로 포함된다.


사법부 독립이 해체되는 마당에 혼란을 우려해 재판을 멈추는 것은 독재의 완성을 돕는 공모일뿐이다.


▐ 역사는 서한 한 통으로 바뀐다


지금 대한민국 밖의 세계는 격변하고 있다. 미국은 반미 연대의 수장들을 제거하며 힘의 정치를 실현하고 있고, 일본은 대미 동맹을 발판으로 비상하고 있다. 선거 무결성에 대한 국민적 불신이 임계점을 넘은 상황에서, 집권 여당은 도리어 '공소취소모임'을 결성해 법치를 농단하고 있다.


검찰이 제때 할 일을 하지 않아 스스로 해체의 길로 들어섰듯, 대법원 역시 지금 결단하지 않으면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질 것이다. 헌법 제53조가 허용한 15일의 시간이 흐르고 있다. 조희대 대법원장이 휴즈 대법원장처럼 사법부의 독립을 지키는 서한을 쓸 것인가, 아니면 권력과의 악수 속에 사법부의 장례를 치를 것인가.

대한민국의 명운이 그 펜 끝에 달려 있다. 사법부가 서야 국가가 선다.


칼럼니스트 박대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