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사기, 주택제도 대혁신 기회 삼아야
전세사기, 깡통전세로 많은 임차인이 피해를 보고 있다. 임대인은 전세금을 빼줄 수 없는 역전세난이다. 어제오늘의 이야기가 아니다. 전세제도는 서민들의 주거 안정에 기여한 바 크지만 갭(Gap) 투자로 주택 가격 상승, 거품 조성에 한몫을 해왔다.
한국에만 있는 전세제도는 집값이 하락하면 반드시 같은 문제가 생길 수밖에 없다. 임차인이 차주(대출 명의)가 되는 '전세자금대출' 금융 상품은 임대인이 차주가 되도록 바꿔야 한다. 이번 기회에 전세제도를 포함하여 한국의 주택 제도를 대 혁신해야 한다.
주택을 한몫 잡는 투자재가 아닌 소비재로 국민이 인식을 바꾸어야 한다. 정부는 주식의 풋백옵션(Put-Back Option)처럼 집값 안정화라는 명분으로 집값을 받쳐준 정책을 버려야 한다. 부동산에 편중한 국민 자산을 대한민국이 육성해야 할 산업에 흘러가게 하며, 안정적인 수익을 내는 투자 환경을 만들어 주어야 한다.
주택문제를 총괄하는 주택청을 신설하고 주거이전의 자유를 저렴하게 누릴 수 있는 콘도미니엄 형 주택 제도인 내비우스(필자 명명, Naviuse)를 시행해야 한다.
한국 주택가격은 80년대부터 단기간 일시 등락은 있었지만 꾸준하게 상승했다. 전세제도는 집값이 지속해서 상승한다는 조건하에서만 성립하는 제도다. 그러나 앞으로 한국의 집값은 국내외 저성장 등을 고려하면 바닥으로 추락한 후 장기적으로 횡보를 할 전망이다.
전세사기(형사)와 깡통전세(부동산 경기와 정책)를 구분해서 대처해야 한다. 원인은 다르지만 모두 집값이 하락하여 노출된 문제다. 코로나 팬데믹 상황에 과도하게 살포한 대량 유동성이 집값 상승으로 이어졌고 이후 급격한 집값 하락으로 문제가 예전보다 더 커졌다.
집값 상승이 없으면 손해도 이익도 없는 최소 전세가율은 얼마일까? 2022년 9월 기준 전국아파트 중위 매매가는 5억 원이다. 5억 원 주택의 최소전세가율은 251%이고 최소 전세가격은 12.5억 원이 되어야 한다.
임대인은 주택 담보대출이자, 연간 수리비, 재산세는 물론이고 순자산(대출을 뺀)의 기회이익(은행에 예금)도 포기한 비용이다. 또 물가 상승률에다가 집값 상승이 없으니 건축물은 감가상각을 매년해야 한다. 이를 전부 적정 금리와 세율 등으로 산출하면 임대인은 연간 42.5백만 원의 비용이 들어간다. 임대인은 전세금을 받아 대출금리와 같은 금리로 운용해야 본전이 된다.
따라서 집값 상승이 없으면 전세시장은 저절로 사라지게 된다. 지금과 같이 주택가격 하향 장기화 추세에 전세제도 존속을 가정하고 전세사기, 깡통전세, 역 전세 문제를 해결하려 하는 것은 임시 미봉책일 뿐이다.
전세제도는 한 번에 전세금을 돌려주기 힘들어 반전세(일부 전세, 일부 월세)를 거쳐 월세 시장으로 전면 개편될 것이다.
2021년 기준 전세자금대출은 약 180조 원이다. 전세자금대출을 지금과 달리 임대인 명의(차주)로 받고 이자를 세입자가 월세처럼 부담하는 방식으로 바꾸어야 한다.
어차피 전세자금대출은 주택 임대차를 기본으로 발생한다. 전세자금의 10~20%는 지금처럼 임차인이 임대인에게 지급하고 나머지 80~90%에 해당하는 전세자금은 은행 등에서 임대인 명의로 대출한다. 다만 임대 사업자가 아닌 일반인은 2건까지만 전체 대출에서 해당 전세자금 대출액을 포함시키지 않는다. 그래야 임대인도 불이익이 없다.
이렇게 하면 최소한 임차인이 깡통전세가 되어도 전세사기가 되어도 빚을 떠안지는 않는다. 임대인은 전세자금으로 원하는 자금 융통을 할 수 있다.
내비우스(필자 명명, Naviuse) 같은 민간기업이 가격이 떨어지는 약 200만 호의 주택(국내 총주택의 약 10%)을 구입하여 3개월마다 자유롭게 이사할 수 있는 평생 회원제 주택으로 운영하면 된다. 당장 집값의 급격한 하락을 막을 수 있다.
내비우스는 navigator's house의 합성어의 줄임말로 인생이라는 긴 항로에 사람이 집에 이끌려 살지 말고 집이 따라오라는 의미로 만든 필자가 말이다. 헌법에서 보장한 주거이전의 자유가 실질적으로 실현된다.
주택 구입자금 약 1000조 원은 사들인 집과 전월세 수익을 자산으로 유동화 채권( 내비우스채권, NBS Naviuse Backed Securities)을 발행하여 충당하면 된다. 내비우스 채권은 한국 주택금융공사가 주택 담보대출 채권을 기초자산으로 발행하는 MBS(Mortgage-Backed Securities) 보다 조기 상환 위험 등이 적어 더 안정적이다.
보험, 연기금, 은행 등은 물론이고 안정적 장기 투자처를 찾는 국민 등 투자자에게는 MBS보다 조기상환위험이 적은 우량한 채권시장을 만들어 주는 것이다. 2004년부터 현재까지 한국 주택금융공사의 K-MBS 발행금액은 359조 원이다.
통계청이 발표한 '2021년 국민 대차대조표'에 따르면 가계 및 비영리단체 순자산이 1경 1,592조 원이다. 가계 부문의 순자산 구성을 살펴보면 주택(52.6%), 부동산(27%) 등이 79.6%로 9,227조 원이다. 부동산에 편중한 국민자산을 성장산업에 건전하게 투자하도록 국민 포트폴리오를 개편해야 한다.
내비우스 회원은 약 3개월마다 주거지를 이동할 수가 있다. 직장 및 사정에 따라 이동 희망지역 및 주거형태와 크기를 선택해 조건이 부합하면 평생 자유롭게 이사할 수 있다. 또 가지고 있는 가구, 가전 등 생활 물품 등은 내비우스에 내부 전산망인 홈페이지에서 간단한 클릭으로 출장 보관 및 반출할 수 있는 물품 클라우딩 서비스와 회원 간에 물품 공유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다.
1가구당 보유한 1,759만 원의 가구 등 동산을 활용해 최대 약 35조 원의 공유경제 시장을 만들 수 있다. 또한 국내와 마찬가지로 해외에도 수요 조사를 통해 적정한 지역에 내비우스 주택을 매수해서 운영하여 은퇴자들의 단기성 계절 이민, 유학 및 비즈니스 장기 출장 등에 사용할 수 있도록 하면 된다. 글로벌 한국인이 자유롭게 세계를 누비고 다닐 수 있는 국제적 주거환경을 만들어 주는 것이다.
이로써 내비우스 회원은 기존의 값비싼 주택의 굴레에서 벗어나서 나이, 직업, 학업, 건강 등에 따라 최소의 경제적 부담으로 적합한 주택을 사용해 헌법에서 정한 거주이전의 자유를 실효적으로 만끽하게 된다. 정부는 규제와 완화를 반복하는 주택정책에서 벗어나게 된다
2019년 주택거래량은 약 80만 건이고, 최근 5년간 평균 거래 건수는 약 100만 건 정도 된다. 즉 전체 주택 수의 5% 정도가 거래되는 것이다. 그런데 내비우스는 국내 전체 주택의 약 10%에 해당하는 200만 호를 회원제 주택서비스로 활용하기 때문에 주택 가격 정책에 매우 큰 완충지역이 생기게 된다.
이는 시장의 자유 기능에 따른 임차주택, 회원제 주택 서비스이지만 임차 시장을 안정적으로 유지해 준다. 내비우스 조직(회사) 입장에서도 주택 가격의 변동에 크게 좌지우지되지 않는다.
왜냐하면 조달 비용과 전월세 전환율은 연동되어 있어서 금리가 오르면 조달 비용도 오른다. 이에 따라 전월세 전환율이 오르고, 반대로 금리가 내리면 역시 같이 전월세 전환율도 연동해 내림으로서 주택 가격과 관계없이 일정 범위 내에 수익성을 안정적으로 유지할 수 있기 때문이다.
아울러 주택 1호당 평균 대출이 약 113백만 원인데 내비우스 운영으로 개인부채가 약 227조 원 줄어들 수 있다.
그리고 정부는 내비우스 시행 후에는 내비우스에 대한 전월세 정책 조정만으로도 전체 주택 및 전세 등 임차 시장을 실효적으로 통제가 가능하고, 최소의 비용으로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는 사용자 중심으로 국민들의 주거 서비스 질을 높일 수 있을 것이다.
홍콩은 높은 집값과 수백만 원에 달하는 비싼 아파트 월세에도 서민들은 부족하지만 공공임대주택정책으로 버티고 있다. 또한 싱가포르는 공공주택을 시장보다 낮은 분양가로 대다수 국민에게 공급하는 정책과 주택 구매를 연금제도와 연결하는 주택금융·보조금 지원 제도를 활용하고 있다.
마찬가지로 우리나라도 국민연금, 의료보험과 같이 소득이 발생할 때 주택(내비우스) 기금을 기업, 근로자, 정부가 적정하게 분배해서 납부하도록 해서 신혼부부와 청년 등 사회 초년생들이 초기부터 목돈의 보증금이 없이 주택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도록 하여야 한다. 일자리, 보육 문제와 더불어 저출산의 중요한 요인 중의 하나가 주택이다. 집 때문에 결혼 및 출산을 기피하거나 미루는 일을 대폭 줄일 수 있을 것이다.
주택정책은 거시와 미시경제는 물론이고 학군 등 인구 사회학적, 심리적 상황 등 인간의 모든 삶이 복합적으로 연결된 분야이다. 그리고 시장에 맡겨 놓으면 필히 시장실패가 발생해 공공이 개입하지 않으면 약자들은 비를 피할 처마 밑 공간도 확보하기 어렵다. 따라서 전체를 보고 과거의 경험을 교훈 삼아서 실수요자 중심으로 정책을 펼쳐야 한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시장을 무시할 수 없다. 사유재산과 자유, 시장은 창의를 샘솟게 하는 자본주의의 원동력이다. 그러므로 정치적 사심을 가지고 주택정책을 펼치면 100전 100패가 아니라 선량한 국민들의 피해만 크다.
내비우스는 라이프 사이클에 맞추어 자유롭게 주거 문제를 해결하여 그야말로 헌법에서 보장한 주거이전의 권리를 마음껏 누릴 수 있는 제도이다. 정부로서는 집값을 조절할 수 있는 완충지역을 가지게 되어 집값이 일시에 급락하는 일은 발생하지 않는다.
주택은 전부 시장에 맡겨두면 시장실패(market failure)가 일어나는 특이한 시장이다. 자본주의, 경제 관점에서 주택문제를 다루면 영세서민은 비 피할 처마 끝자락도 하나 마련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주택가격도 수요와 공급이라는 기본적인 조건에서 결정되지만, 부동산가격상승의 가장 중요한 요인은 거시경제적 요인과 금융, 세제, 인구사회학적 요인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다. 그래서 부자 등 상·중산층은 시장에 맡기고, 영세서민은 정부 및 공공이 개입하는 것이다.
이제 전세제도를 포함한 주택정책, 주택 제도 패러다임을 바꿔야 한다. 그래야 장기침체와 집값 하락에 대비할 수 있다. 부동산에 발목 잡혀 한국 경제 역동성을 잃어서는 안 된다.
국민에게는 저렴한 비용으로 자유롭게 주거 형태 및 지역을 선택하게 해주어야 한다. 이제 한국은 주택문제를 총괄하는 가칭 '주택청'을 신설하여 복합적이고 장기적으로 주택금융, 공급, 임차 등 주택문제 전반을 총괄하여야 한다.
이번 기회에 비생산적인 부동산에 편중한 한국 가계 자산구조를 바꿔야 한다. 한국의 가계 자산 중 부동산 자산 비중을 80%에서 50% 이하로 줄이고, 30% 수준의 금융자산 비중을 미국, 일본, 영국처럼 50~60% 이상으로 올려야 한다.
백해무익한 부동산 상승에 편중하는 부동산 자금이 성장 산업에 가도록 해야 한다. 개인도 국가도 역동적으로 바뀌고 진정 선진국으로 가는 주택 구조 변화다.
이번 전세 사기, 깡통전세, 역 전세 난 등 주택문제는 미봉책으로 안된다. 근본적인 주택 제도 대혁신을 통하여 전화위복의 기회로 삼아야 한다.
칼럼니스트 박대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