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복하진 않아도 나름 괜찮은 어린 시절을 보냈다. 이사를 자주 다녔음에도 불구하고 학교 친구들과의 관계는 늘 원만했고, 아쉽긴 해도 대학 입학은 무난히 할 수 있었다. 주변은 늘 건강하고 좋은 친구들로 가득 찼으며 마음속 책장 한켠에는 소중히 간직할 수 있는 좋은 연애 경험도 있다.
인생에 크고 작은 사건들이 있었지만 나의 영혼이 다칠 만큼의 대단한 일은 없었다. 그저 남들 보다는 조금 더 어렵게, 남들보다는 조금 더 쉽게. 그렇게 살았다.
이처럼 특별할 것 없는 보통의 나는, 내 안을 비집고 들어오는 작고 미세한 틈을 알아차리지 못했고 이 틈을 통해 물이 새어나가는 것을 통제하지 못했다.
부모님이 모두 살아 계시지만 철저히 버림받았다는 느낌을 떨칠 수 없게 되었을 때 무인도에 혼자 덩그러니 떨어져 '이제는 정말 나 혼자구나'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을 때, 나는 허무한 마음을 타인에게 채우려 했다.
극심한 복통에 시달리고 머리를 감을 때마다 한 움큼씩 빠지는 머리카락을 보며 무언가 잘못되었다는 것을 깨닫고 상담실에 문을 두드렸다.
이 이야기는 현재 진행형이다. 나는 독실한 크리스천이며 회사를 운영하고 있고 사회생활도 잘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