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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동진 Aug 29. 2020

영화를 넘어 삶의 영웅으로 기억될 채드윅 보스만

한 사람과 한 세상을 기억하기

"In my culture, death is not the end."

(영화 <캡틴 아메리카: 시빌 워>(2016)에서)



한 영화 팬이 시한부 선고를 받고 투병 중인 가운데 <어벤져스: 엔드게임>(2019)를 죽기 전에 보고 싶어 커뮤니티에 글을 올린 뒤 그것이 소셜미디어를 통해 전파되어 디즈니와 마블 스튜디오 측에서 그를 위해 특별 스크리닝을 마련해준 이야기를 기억하고 있다. (ScreenRant, 2019.01.11, 'Terminally Ill Fan Getting Early Avengers 4 Screening After Reddit Campaign') 많은 사람들이 일상적으로 접하고 개봉일 같은 것이 좀 미뤄져도 그만일 수 있는 어떤 것이 누군가에게는 생의 마지막 소원이 되기도 한다. 도움을 주지는 않을 수 있어도 그것을 무시하거나 폄하할 수는 없겠다.


채드윅 보스만(Chadwick Boseman), 사진 출처 IndieWire


채드윅 보스만(1976.11.29-2020.08.28)의 필모그래피 중 많은 작품들을 알지 못한다. 그러나 영화 속 캐릭터를 넘어 한 사람의 생을 알고 기억하기에 어쩌면 그리 많은 신과 시퀀스가 필요한 것도 아닐 것이다. 제모 남작을 상대로 한 그의 어떤 행동은 삶을 살아가는 데 필요한 어떤 고결한 품격을 생각하게 했고(<캡틴 아메리카: 시빌 워>(2016)), 북미에서 <어벤져스: 인피니티 워>(2018)보다도 흥행했던 <블랙 팬서>(2018)는 영화를 넘어 하나의 사회 현상이 되며 그와 동일한 피부색을 가진 이들에게 동일시할 수 있는 진짜 영웅을 선물했다. 누군가에게는 일상의 작은 즐거움을 주었을 것이고, 어떤 이에게는 살아가야 할 의지와 힘을 주기도 했을 것이다. 능히, 누군가의 삶을 연장하기도, 누군가의 삶을 다시 살게 만들기도 했겠다.


그는 일부러 발병 및 투병 사실을 공개하지 않은 채 치료와 촬영을 병행했다고 한다. 자신을 소중하게 여기는 많은 이들에게 쉽사리 절망을 주고 싶지 않아서였을까. 직업인으로서의 품위를 지키기 위해서였을까. 삶에 진정으로 헌신한 사람의 이야기는 수많은 이들에게 또 다른 이야기를 선물하고 영감과 감동을 준다. "한 사람의 삶은 우주 전체의 삶이며, 한 사람이 이 세상에서 누리는 시간은 그것이 아무리 짧아도 영원에 이르는 시간이다." (황현산) 결국 세상을 먼저 떠난 이들에 대해서 취할 수 있는 태도란, 그 발자취와 기운을 쉽게 잊지 않으려 노력하는 것이다. 누구와 무엇으로도 대체할 수 없는 한 세상이 거기 있었기 때문에.


영화 '블랙 팬서' 스틸컷



인스타그램: @cosmos__j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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