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체육관광부 표창과 2,700만원 규모의 포상
135번째 ‘월요 박스오피스 레터’입니다. 영화의 흥행 성적, 관객 수와 관련한 주제로 매주 이것저것을 씁니다. 가끔은 그냥 주말 박스오피스 요약을 하기도 합니다.
책 『데뷔의 순간』(한국영화감독조합, 주성철, 2014, 푸른숲)에서 임순례 감독은 "1984년에 감독이 되기로 결심하고 1996년에 데뷔했으니 딱 12년 만에 꿈을 이룬 셈이다. 여자 감독이 드물 때였는데 한 번도 그게 걸림돌이 되리라 생각한 적은 없다."라고 언급한다. (304쪽) 오히려 이는 정말 걸림돌이 없었다는 뜻이기보다 그만큼 데뷔하기까지 몇 배의 노력과 인내과 행동이 필요했음을 짐작하게 하는 대목에 가깝다.
영화진흥위원회의 <2020년 한국 영화산업 결산 보고서>에는 '한국영화 성인지 통계'라는 항목이 있다. 핵심 제작인력 성비, 감독 및 주연 성별에 따른 평균 스크린 수 및 관객 수, 캐릭터 성인지 분석, 영진위 지원사업 선정작 주요 지원자 성비 등 빼곡한 통계들의 앞에는 이런 서술이 있다. "2020년의 성인지 통계는 수치만 보면 전반적으로 2019년 보다 성별 균형이 극적으로 향상되었으나, 코로나19라는 상황을 고려할 때 그 수치가 정말로 성별 균형과 성평등의 성취인지는 예년과 다각도로 비교하면서 치밀하게 검토해야 한다." (104쪽) 예를 들어 영진위 지원사업 선정작 주요 지원자 성비를 보면 '총 편수와 지원금'에서는 여성과 남성의 비중이 43.7%/56.3%이나 '총 지원금'으로 보면 그 비중은 '34.8%, 65.3%가 된다.
위 보고서의 통계 내용 중 추가로 눈에 들어오는 대목은 ‘2020년 한국영화 흥행 30위’ 통계다. 이중 여성 감독의 연출작은 <침입자>(손원평 감독, 53만 2,045명), <소리도 없이>(홍의정 감독, 40만 3,530명), <미스터트롯: 더 무비>(전수경 감독, 15만 0,065명)였다. 이중 <미스터트롯: 더 무비>의 경우 장편영화라기보다 공연실황에 가까우므로, 사실상 메이저 상업 영화에서 여성 감독의 비중이 시사하는 바는 대중성, 상업성이 높아질수록 여성 연출자의 비중이 줄어든다는 점이겠다. (보고서에서도 “여성 감독 영화의 평균 최대 스크린 수와 평균 누적 상영횟수는 각각 263개와 8,837회로 남성 감독 영화(311개, 15,883회)과 비교할 때 제작/배급 규모 면에서 큰 차이가 난다”라고 지적하고 있다.)
한 가지 고무적이었던 점은 <찬실이는 복도 많지>(김초희 감독), <69세>(임선애 감독), <욕창>(심혜정 감독) 등 여성 감독의 장편 영화 데뷔가 독립/예술영화 부문에서는 늘었다는 점이다. 특히 <기억의 전쟁>(이길보다 감독), <밥정>(박혜령 감독), <내언니전지현과 나>(박윤진 감독) 등과 같이 다큐멘터리 부문에서 다양한 소재와 분야에 대한 화두가 제기된 점도 그렇다.
다만 제도 혹은 환경 자체가 평등을 온전히 만들어주는 것 같지는 않다. 어쩌면 실질적으로 변화를 열어주는 건 문화 예술 현업에 종사하고 있는 이들의 공로, 혹은 존재 자체를 널리 알리고 그것이 다른 이들에게 영향과 영감을 주도록 해주는 일이겠다. 2008년부터 시작된 '양성평등문화상'(2015년까지 '여성문화인상')의 초대 수상자가 임순례 감독이었던 것도 우연한 일은 아닐 것이다. (그는 2018년 3월 명필름 심재명 대표와 함께 한국영화성평등센터 '든든'을 출범해 초대 공동 센터장을 맡았다)
http://www.womennews.co.kr/event/event32.html
서수민 PD(2012년), 이경미 감독(2016년), 노희경 작가(2018년) 등 매년 각계 문화예술인을 시상한 양성평등문화상이 2021년에도 그 주인공을 찾는다. 올해의 양성평등문화인상, 올해의 양성평등문화콘텐츠상, 신진여성문화인상 등 여섯 개 부문에서 총 2,700만원 규모의 포상 및 표창이 있으며, 8월 6일까지 후보자 추천을 받는다. 추천은 여성신문 홈페이지에서 온라인 접수 혹은 이메일로도 가능하다. 문화인을 알리는 일이, 결국 더 다양한 문화 예술 콘텐츠를 만들어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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