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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동진 Apr 01. 2024

기말결산 후 찾아온 인사발령 공지

2023년도, 다행히 잘 마무리했구나


어제 정기주주총회가 끝났다. 오늘로 (12월 결산 법인의) 각종 공문 제출이나 이런저런 결산과 관련된 모든 업무를 마쳤다. 1분기 내내 회사에 변화가 많이 있었다. 아니, 입사 후 내내 폭풍과 파동 속에서 몇 년을 보냈다. 회사의 최대주주가 (한 번 이상) 바뀌었고, 그 이전에 소액주주와 경영권 분쟁도 있었으며 회사에서 추진하던 임상시험이 잘 안 되었다. 겪어보지 않았던 업무도 많이 경험하게 됐다. 거래소/금감원 공시업무를 이제 3년 했지만 연차 이상의 성장을 할 수 있었던 것 같다. 공시담당자 커뮤니티에서 부방장을 맡게 됐고 특히 최근 상장사 주요 화두인 경영권 분쟁에 대해서는 상법과 자본시장법 토대에서 이런저런 말을 얹을 수 있게 되었다. (요즘 소액주주들의 이른바 행동주의에 대해서는 누구보다 할 이야기가 많다고 자부한다.)


과거에 했던 개봉영화 PR, 마케팅, 배급업과 지금 하고 있는 상장회사의 IR/공시 업무는 서로 별다른 접점이 없지만 확실한 공통점은 하나 있는 것 같다. 겉으로 티 나지 않는 일이라는 것. 내 이름은 중요치 않고 일의 결과물이 중요한 역할을 한다. 잘하면 당연한 거고, 못하면 경우에 따라 치명적인 문제가 생긴다. 전에는 영화와 관련된 일만 하고 살 거라고 생각했었다. 지금도 영화에 대해 11년째 글을 쓰고 있고 그 외 글과 관련된 강의 등을 하고 있으니 거기서 정말 벗어난 것은 아니지만, 하게 될 거라 생각지 못했던 정도를 넘어 그 존재 자체도 몰랐던 업무가 지금은 본업이 되어 있는 게 한편으로는 신기하다.



첫 직장 정도를 제외하면 커리어는 '어쩌다 보니'의 연속이었다. 그렇지만 일을 지속하게 해 준 건 별 다를 바 없는 반복적이고 평범한 일상이었다. 매일 보는 회사 근처 카페 풍경이나 퇴근길 하늘, 동네에 새로 생기거나 없어지거나 하는 상점들, 저녁 무렵 자주 가는 카페나 백화점에서 마주하는 비슷한 물건들, 주말에 보는 영화들. 그리고 소중한 사람과 보내는 시간. 매주 나오는 신간들과 새로 개봉하는 영화들. 그리고 요즘은 퇴근길 집 근처에서 자주 보는 고양이 치즈 혹은 퇴근길에 가끔 구입하는 로또 같은 것들. 우리의 일과는 크게 새로울 것 없으면서도 나날이 혹은 이따금 예기치 못한 일들로 흘러간다.


4월에도 똑같은 나날들이 있을 것이다. 내 공시책임자였던 분이 오늘로 퇴사를 하셨고 다음 주에 새로운 IR 담당 임원의 입사가 예정되어 있다. 그러거나 말거나 나는 하던 일을 얼마간 계속하고 있을 것이다. 팀원들과 점심식사를 하고 왔더니 그룹웨어에 승진 발령 공지가 올라와 있었다. 그러고 보니 '승진'이라는 단어에 대해서도 별로 생각해 본 적이 없는 것 같다. 오후 2시에는 찌그렁오리 굿즈를 샀고 퇴근 후에는 회사 근처 단골꽃집에서 꽃을 샀다. 별일 없는 하루였고, 오늘이 3월의 마지막 평일이었다는 걸 잠깐 생각했다. (2024.03.29.)



*인스타그램: @cosmos__j

*모임/강의 등 공지사항: linktr.ee/cosmos__j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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