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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동진 Apr 28. 2019

<엑스맨> - 인간의 다름을 대하는 태도에 관하여

영화 <엑스맨> 시리즈(1)

인간은 본능적으로 자신들과 다른 것에 대해 막연히 두려워하는 경향이 있다. 그것의 실체를 제대로 알지 못할 경우에는 더욱 그렇겠다. 자신의 경험과 상식으로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는 낯선 것에 대하여 쉽사리 인정하지 않으려는 것. <엑스맨>(2000)의 초반 '로그'의 가족들은 남자 친구를 죽음의 위기로 몰고 간 그녀를 더 이상 가족의 구성원으로 받아들이지 않는다. 결국 길에서 남의 차를 얻어 타고 다니며 떠도는 신세가 된 '로그'는 정처 없이 방랑하던 중 자신과 비슷한 처지에 있는 '울버린'을 만난다.


세상이 그들을 받아들이지 않기에 '뮤턴트', 즉 돌연변이들은 자연히 서로를 가족이자 친구처럼 의지하게 되고, 그들만의 공간을 만든다. 자신과 같은 뮤턴트를 위해 한평생을 바쳤고 그들을 위한 영재학교까지 만든 인물이 바로 '프로페서 X'다. 잠시 뮤턴트의 입장이 되어본다면 어떨까. 자신에게 남들과는 뭔가 다른 능력이 있다는 걸 깨닫는 순간. 그것이 단지 조금 똑똑하거나 한 정도가 아니라 심지어 누군가를 다치게 만들 수도 있는, 즉 '위험할 수도 있는' 능력이라고 한다면. 자연히 일차적으로는 그걸 숨기려고 할 것이다. 세상에 알려지게 된다면 좋은 쪽이든 나쁜 쪽이든 자신을 이용하려 할 것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로그'는 자신조차도 그걸 알지 못했다. 의도하지 않게 남들과 자신이 다르다는 것이 공개되어 버렸고, 가족들조차도 자신을 받아들이지 못한다.


영화 <엑스맨>(2000)


"돌연변이는 인간 진화의 핵심 요소다. 인간을 작은 세포에서 지구상 가장 진화된 종으로 발전시켰다. 그 과정은 매우 느려서 보통 까마득한 시간이 걸린다. 그러나 수백만 년마다 획기적인 진화가 이룩된다." 영화 <엑스맨>의 도입에 '프로페서 X', 즉 '찰스'의 목소리로 나오는 내레이션이다. '찰스'와 '진'의 대화를 보면 보통 어릴 때에는 모르고 지내다가 사춘기가 되면 급격히 능력이 발현되는 경우가 있다는 내용이 언급되며 '로그' 역시 그런 케이스다. 그에게 다른 사람과의 신체접촉은 그 사람을 죽음으로까지 몰고갈 수 있는 위험한 행위다.


뮤턴트를 '엑스맨'으로 키워 그 능력을 인류를 위해 사용하고자 하는 '프로페서 X'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뮤턴트가 아닌 '보통' 사람들은 이들은 가만두려 하지 않는다. 운전면허를 등록하듯이 '돌연변이 등록법'을 만들어 그들을 감시하고 격리시키고자 한다. '진 그레이'의 연설을 끊는 로버트 켈리 의원의 세 단어의 말로, 사람들이 뮤턴트를 인식하는 반응을 요약 가능하다. Are, Mutants, Dangerous? 그들이 미처 능력을 발휘하기도 전에 범죄나 전쟁 등의 안 좋은 쪽으로 악용될 상황만을 가정하고 그들을 자신이 불안하지 않도록 감시하려 한다. 켈리 의원은 어떤 일로 사망하게 되는데, 그 무렵 '스톰'과 하는 대화가 있다. '스톰'은 평소 인간들을 두려워했다고 말하는데 거기에 켈리의 답은 "이제 두려워해야 할 인간의 수가 하나 줄었군요."다. '매그니토'가 켈리를 돌연변이로 만들어버렸기 때문이다. 켈리 역시 '매그니토'의 아지트에서 탈출해 '프로페서 X'의 영재학교까지 도망쳐오면서 사람들이 자신을 바라보는 시선을 느낀다. 자신이 그렇게 배척하고자 하고 경계했던 뮤턴트들의 심정을 느꼈을 것이다.


영화 <엑스맨: 퍼스트 클래스>(2011)



인간들이 그러하듯 뮤턴트 역시 인간을 두려워할 수밖에 없게 된다. 그것이 커지면 인류 전체에 대한 증오로 바뀐다. <엑스맨: 퍼스트 클래스>(2011)에서 어릴 적 나치에 의해 어머니를 잃고 복수심에 불타는, 홀로코스트의 산 증인인 '매그니토'가 바로 그런 인물이다. 그는 인류가 뮤턴트를 마치 나치가 그랬던 것처럼 탄압하고 배척할 것이라 강하게 믿는다. 젊은 시절 친구였던 '찰스'와 갈라서게 되는 계기가 바로 그것이다. 마침내 '매그니토'는 인류에 대한 전면전을 선포하기에 이른다.


"돌연변이, 그들의 존재가 알려진 이후 그들은 두려움과 의심, 증오의 대상이 되었다. 모든 사람들이 격렬한 토론을 벌이고 있다. 돌연변이는 인간 진화의 다음 연결 고리인가? 아니면 단지 자신의 영역을 위해 싸우는 또 다른 인간 종족에 불과한 것인가? 어느 쪽이든 간에 이 땅에서 상생한다는 것이 결코 인간 본연의 습성이 아님은 역사적으로 증명된 사실이다." <엑스맨 2>(2003)의 도입에 등장하는 내레이션이다. 전작에 비해 인간의 뮤턴트에 대한 경계와 증오심은 더 커졌고 급기야 백악관이 정체불명의 괴한에게 습격을 받는 일이 벌어지면서 여론은 뮤턴트를 배후로 지목한다. 스트라이커 대령을 중심으로 한 인간의 뮤턴트 배척은 극에 달하고, '매그니토'와 '프로페서 X'가 일시적으로나마 힘을 합치지 않으면 안 될 만큼 뮤턴트들은 위험에 처한다.


영화 <엑스맨 - 최후의 전쟁>(2006)



<엑스맨 - 최후의 전쟁>(2006)에는 심지어 뮤턴트들을 '치료'한다는 명목으로 돌연변이 능력을 없애는 약물이 등장한다. 물론 이 '치료'라는 개념은 철저히 인간 입장에서 만들어진 개념이며 뮤턴트를 비정상으로 규정하는 산물이다. 차별과 두려움의 시선에서 해방될 수 있다는 달콤한 유혹의 손길을 가장하여, 군인들은 '큐어'가 장착된 플라스틱 총(금속을 자유자재로 다루는 '매그니토'의 능력을 피하기 위한)으로 무장하고 뮤턴트를 상대한다. <엑스맨: 데이즈 오브 퓨처 패스트>(2014)에서는 마침내 군사기업 트래스크 인더스트리에서 개발한 뮤턴트 전용 살상 기계인 '센티넬'이 등장한다. 원작 코믹스에는 실제로 센티넬로 인해 대부분의 뮤턴트들이 죽음에 이르는 디스토피아적 미래가 다뤄지기도 한다. <엑스맨: 퍼스트 클래스>에서 역시 '세바스찬 쇼'가 제거되고 나서 남은 뮤턴트 역시 인간의 적으로 규정된다.


판타지스러운 초능력을 가진 이들이 나오는 이 <엑스맨> 시리즈의 대중적인 성공은, 단지 블록버스터 오락을 넘어, 현실 세상에서도 알게 모르게 차별받는 소수자와 약자들이 많다는 것을 반증하기도 한다. 흔히 생각하는 고정관념 하의 '보통 사람'이 아닌 사람들. <엑스맨> 시리즈는 그 설정만 Sci-Fi 적일 뿐 20세기 현대사의 굵직한 사건들을 포함한 현실 세계의 많은 이면을 반영하고자 노력한다. 브라이언 싱어나 이안 맥켈런 같은 시리즈의 핵심 인물이 성소수자라는 점 역시 무관하지 않을 것이다.


영화 <엑스맨: 데이즈 오브 퓨처 패스트>(2014)



소수자가 되어보지 않은 입장에서 그들의 심정을 다 헤아릴 수는 없는 일이다. 그들이 어릴 때부터 사회생활을 하게 되기까지 받는 편견 섞인 차별과 설움 역시 상상하기 어렵다. 그것이 인류 전체를 향한 전쟁을 선포하는 <엑스맨> 속 '매그니토'를 절대악으로 규정할 수 없는 까닭이다. <엑스맨 2>의 초반부 플라스틱 감옥에 갇혀 간수에게 구타당하는 '매그니토'의 모습을 마치 악역이 응징당하는 것처럼 바라볼 수 없는 이유이기도 하다. 이안 맥켈런은 1988년 커밍아웃 후 '스톤월'이라는 인권 단체를 설립해 소수자들의 권리를 위한 많은 활동을 해왔다.


<엑스맨> 시리즈를 통틀어 뮤턴트를 대하는 인간의 모습은 다양하다. <엑스맨: 최후의 전쟁>에서 집을 방문한 '아이스맨' 일행을 경찰에 신고하는 그의 동생, <엑스맨>에서 그들의 존재 자체를 위협으로 규정하고 돌연변이 등록법을 적극 지지하는 로버트 켈리 의원, 뮤턴트를 규합해 인류의 발전과 평화에 기여하도록 이끌며 동시에 희망을 잃지 않는 '프로페서 X', 인류를 곧 뮤턴트의 적으로 간주하는 '매그니토', "너 같은 사람 때문에 어릴 때 학교에 가는 게 싫었어"라고 말하며 누군가를 폭력으로 응징하는 '미스틱'까지. <엑스맨 2>에서 뮤턴트에 대한 경계심으로 자신의 아들까지 실험 대상으로 삼는 군 과학자 스트라이커 대령 역시 마찬가지이며, <더 울버린>(2013)에서 치유 능력을 가진 '울버린'에게 '영원하지 않은 보통 인간의 삶'을 주겠다며 치유 능력을 빼앗고자 하는 야시다 회장 역시 비슷한 맥락에서 볼 수 있다. <엑스맨> 시리즈의 양대산맥과도 같은 '프로페서 X'와 '매그니토'에 대해서는 이후의 글에서 조금 더 다루고자 한다. (2014.04.10.)


마블 코믹스 [엑스맨]


*과거 블로그에 작성했던 글을 일부 다듬어 옮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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